여기서까지 <스파이더맨3> 얘기를 하면 아마도 항의가 빗발칠 듯 싶다. 하지만 지난 주말 박스오피스는 <스파이더맨3>를 빼고는 할 말이 별로 없다는 게 문제다. 이 영화를 제외하고 2~9위까지 순위는 혼전에 혼전을 거듭했다. <스파이더맨3>는 마치 얼마전 미국 중서부를 강타한 토네이도마냥 국내 극장가를 풍비박산내 버렸다. 관객들이 이 영화외에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주목할 만한 순위의 작품은 일본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영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다. 지난 주말 9위에 올라 임권택 감독의 <천년학>보다도 앞섰으며 전국 단 4개 스크린에서 개봉돼 4주 상영만에 2만명 가까운 관객을 모으고 있다. <스파이더맨3>가 단기간 내에 몇백만을 모으고 있다 한들, 그래서 국내 극장가가 지금 위기다 위기다 한들, <마츠코>같은 영화가 관객들의 '로열티'를 얻고 있는 한 희망이 있다. 이건 괜히 하는 소리가 아니다. 아직 국내 영화계는 희망이 있다. 그러니 관객들 역시, 이 사람 저 사람이 다 거미인간 영화본다 해서 부화뇌동하지말고 자신들보다 영화를 조금 더 본 사람이 하는 얘기를 믿어볼 일이다. 언제부턴가 평단이나 저널에서 좋다는 영화는, 마치 대립각을 세우려는 듯, 관객들은 의도적으로 기피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평론가들이나 영화기자들이 그동안 지나치게 '젠 체'한 것은 맞지만 그래도 무조건 거부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은 올 한해 국내에 선보인 영화 가운데 '최고의 발견'급에 해당하는 영화다. 이런 영화 놓치면, 진짜 후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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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프레시안무비 |
<스파이더맨3>에 비해 <아들>이 실패했다고 하지만 꼭 그렇게 볼 일만은 아니다. 체급이 극과 극을 달리는 영화고, <아들>의 경우 장진 감독이 작심하고 낮은 제작비로 만든 작품으로 알려져 있어 초반 흥행이 그리 엄청나게 나쁜 영화라고 볼 수는 없다. 주중 드롭률을 좀더 지켜볼 일이다. 안타깝고 놀랍고, 충격스러운 일은 심광진 감독의 <이대근, 이댁은>이 전국 8000여명의 관객을 모으는데 그쳤다는 점이다. 알고 보면, 아이디어가 남다른 작품이고, 또 주제의식도 남달랐지만 관객들을 흡입해 내는 힘이 진실로 역부족인 작품이었다. 영화를 너무 많이 아는 감독은 흔히 흥행에서 실패하기 쉽다. 조금 쉽게, 조금 더 재미있게 갔어야 했을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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