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주요단체들을 비롯해 한-EU FTA로 인한 피해가 예상되는 낙농업 단체,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등 공공서비스 관련단체들은 '한-EU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준비위원회'를 결성했다. 이들은 오는 6월 1일 '한-EU FTA 대책토론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할 예정이다.
한-EU FTA 저지 범국본 준비위원회는 한미 FTA 저지 범국본과 함께 협상장인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앞에서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적 합의 없이 추진되는 한-EU FTA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며 "한-EU FTA의 협상목표와 국내영향을 즉각 공개하라"고 밝혔다.
"한-EU FTA, 한미 FTA 문제점을 확대재생산"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임기가 열 달도 안 남은 정부가 국민의 절반이 반대하고 있는 한미 FTA를 '묻지마 강행'한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EU와 FTA를 체결하겠다고 무모하게 나서고 있다"며 "'FTA 편집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한-EU FTA 협상은 한미 FTA 협상 추진 때와 거의 똑같은 문제점을 확대재생산하고 있다"며 "한미 FTA 타결로 인한 국내적 충격이 제대로 점검되거나 대비되지 않은 상태에 또 다른 충격파를 불러 오면 그 부정적 영향은 설상가상 격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밝혀진 한-EU FTA의 주된 협상 내용은 자동차 표준과 환경기준 완화, 화장품에 대한 심사 및 승인절차 간소화, 의약품 약가산정의 투명화 등이다. 또 EU는 이미 WTO에서 요구했던 것처럼 상하수도를 비롯해 정보통신, 금융, 해운, 에너지 굴착·생산·시설 서비스 등 광범위한 공공서비스 영역 개방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더해 한미 FTA의 '미래 최혜국 대우'로 인해 한-EU FTA 개방 품목이 그대로 한미 FTA에서 인정될 경우 결국 공공서비스의 여러 분야들이 미국에도 개방될 위험도 무시할 수 없다.
이들은 "정부는 산업영향의 분석이나 차후 한국경제발전의 전략방향에 대한 연구도 없이, 국민적 공론화 과정이나 합의 과정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한-EU FTA를 졸속 강행하고 있다"며 "오만과 독선에 빠져 나라와 국민을 벼랑으로 내모는 행태를 우리는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 시민사회단체들과 연대해 FTA 저지하겠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민주노총 허영구 부위원장은 "정부는 올해 연말까지 협상을 끝내라고 압박하고 있어 대선 전에 한-EU FTA를 타결할 가능성이 높다"며 "말하자면 FTA가 대세라고 하는 것을 퍼트려서 일반 국민들에게 FTA 반대를 할 수 있는 의지를 꺾게 만드는 결정적 기회를 만들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허영구 부위원장은 "우리는 한미 FTA 반대와 똑같이 한-EU FTA도 반대할 것"이라며 "오는 18일에는 유럽에 원정투쟁단을 보내 유럽 지역 노동시민단체와 연대해 한-EU FTA 저지 운동을 벌여나가겠다"고 밝혔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기환 사무총장은 "IMF 이후 최상 20%는 소득이 늘고 최하 20%는 빚으로 생활하고 있다"며 "국민의 대다수인 서민들은 세계화 개방에 의해서 죽어가고 있고 재벌들은 또 다시 EU와, 그리고 또 다른 국가들과 FTA를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기환 총장은 "매번 FTA가 진행되면 진행될 수록 농민들은 하나하나 곷감을 내줬고 급기야 미국에는 전부를 내줬다"며 "정부는 농업강국인 EU와 왜 또 FTA를 하려 하나"라고 밝혔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권순복 위원장은 "한-EU FTA에서는 한미 FTA보다 강도높은 공공부문 개방이 우리의 목숨을 노리고 있다"며 "물 강대국인 세계 10개국이 유럽에 포진해 있고 이제 우리나라에도 물 사유화가 본격화되면 물값이 열배, 백배로 오를 수 있다"고 밝혔다.
권순복 위원장은 "정부는 벌써부터 한-EU FTA에 맞춰서 수도법을 개정해놓고 있다"며 "전국 164개 지방자치단체장도 이에 대하는 물 개방 정책을 서두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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