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버지니아공대 총격 사건과 관련해 "대사로서 슬픔에 동참하며 한국과 한국인을 대신해서 유감과 사죄를 표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고 한인사회에 32일 간 금식을 하자고 제안해 논란이 되고 있는 이태식 주미 한국대사가 20일 "'We feel very sorry'라고 했을 뿐 '사죄'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다"고 해명하고 나섰다.
"sorry는 '사죄' 뜻 아니고 '매우 참 죄송하게 생각한다'는 것"
이태식 대사는 이날 오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사죄'라는 영어단어가 어떤 단어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사용한 기억이 없다"며 "슬픔에 잠겨 있는 교민사회와 미국사회가 이 슬픔을 딛고 일어서자는 취지로 얘기했다"고 말했다.
손석희 교수가 "'안타깝게 생각한다, 유감스럽다'는 뜻으로 말한 것이냐"고 묻자 이 대사는 "아니다. 그 사람들의 슬픔에 동참하기 위해 우리가 조의를 표명하고 이런 사건이 일어난 것에 대해 매우 참 죄송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 대사는 앞서 "사죄라는 단어는 쓰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인터뷰 과정에서 "죄송하게 생각한다는 의미였다"고 밝혀 스스로도 '사죄'의 의미로 한 발언임을 인정했다.
'개인적인 발언이냐 공식 발언이냐'는 질문에 이태식 대사는 "대사가 어떤 얘기를 하든지 의미 해석은 다르게 할 수 있는 것"이라며 "그 자리는 대사로서 미국인과 한국인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해주는 자리였다"고 답했다. 외교부는 이에 앞서 이태식 대사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정부방침과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서둘러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대사는 "외교부에서 원어해석을 잘못했다기보다는 어떤 얘기를 했는지 확인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서울에서 보도된 내용을 (바탕으로) 그대로 입장을 표명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외교부가 그런 반응을 보였다는 것도 잘 몰랐다"고 덧붙였다.
손석희 교수가 "미국 사회가 이 문제에 대해 국적이나 어느 민족이 불거지는 것을 원치 않는 분위기로 대단히 합리적인 접근 태도를 보이고 있는 상황 속에서 오히려 한국을 대표하는 대사가 이런 문제를 나서서 불거지게 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고 설명하자 이 대사는 "이 사건으로 인해 우리 교민들이 받는 충격은 서울의 그것과 다르다"며 "현지에서 이런 여러 상황을 감안해 대사가 자체 판단에 따라 움직일 수 있는 재량이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해야 할 일 안 한다는 얘기냐"
이날 방송에서는 우리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도 손 교수와 이 대사 사이에 설전이 벌어졌다.
한때 자살설이 나오기도 했던 조승희 씨의 부모의 상태와 관련해 이태식 대사는 "접근을 시도했지만 본인들이 원치 않아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현재 소재파악은 안 되고 있지만 미 수사당국에 의해 안전하게 보호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손 교수가 "조승희 씨와 부모가 모두 미국 영주권자로서 한국 국적의 한국인인 만큼 우리 정부가 파악할 권리가 있는 것 아니냐"고 묻자 이 대사는 "가족들이 면담을 희망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고 답했다.
손 교수가 계속 "사건의 성격상 접근이 어려운 측면이 있더라도 정부 입장에서 해야 할 일은 해야 되지 않느냐"고 추궁하자 이 대사는 "정부 입장에서 해야 될 일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질문하는 거냐"고 '발끈'했다.
이 대사는 부모들이 대사관 관계자를 만나지 않고 싶어하는 이유를 대사관에서 파악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그것이 중요하냐. 본인들이 만나지 않기를 원한다는 건 중요하지 않냐"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에 손 교수는 "대사님, 인터뷰는 늘 이렇게 하십니까"라고 꼬집었다.
이번 사건이 교민사회에 역풍을 불러올 조짐과 관련해 이 대사는 "다행히 지금까지 그런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이번 사건은 정신착란 증세가 있는 개인이 일으킨 사건으로 치부하고 교민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대사관에서) 대처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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