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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임원 직선제' 드디어 통과

2010년부터 80만 명이 위원장 선출…'대의원 직선제'는 부결

민주노총이 19일 위원장 등 총연맹 임원을 전체 조합원의 직선으로 선출하는 안을 골자로 한 조직혁신안을 통과시켰다.

지난 1998년 직선제가 처음으로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발의됐다 부결된 이후 약 10년 만의 일이다. 이에 따라 2010년 제6기 집행부 선출부터 민주노총은 위원장, 사무처장, 수석부위원장을 전체 조합원의 직접·비밀·무기명 투표로 선출하게 됐다. 파견대의원을 직선으로 선출하는 안은 부결됐다.

직선제를 추진하던 쪽은 "사회적 고립과 노동운동의 약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민주노총이 새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환영했지만 "80만 명의 투표를 관리하는 데 드는 비용도 막대할 뿐 아니라 매번 선거법 위반 논란 등 수많은 혼란이 따라올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나왔다.
▲ 19일 오후 개최된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프레시안

4번째 만에 간신히 통과…"민주노총의 위상 높이는 계기될 것"

민주노총은 19일 오후 서울 KBS 88체육관에서 제40차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직선제 규약 개정'에 성공했다. 전체 대의원 1065명 가운데 583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대의원대회에서 민주노총은 제1호 안건으로 '임원 직선제 규약개정'을 통과시켰다.

위원장과 수석부위원장, 사무총장을 전체 조합원의 직접 선거에 따라 선출하는 내용을 담은 임원직선제 규약개정은 투표참가자 578명 가운데 임원 전체 407명(70.2%)가 찬성했다. 파견대의원을 조합원 직선으로 선출하는 대의원 직선제의 경우 찬성이 321명(55.4%)에 그쳐 통과가 무산됐다. 규약개정은 투표자의 3분의 2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이에 앞서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 열린 대의원대회에서 정족수 미달로 대의원대회가 유회되면서 직선제안 통과가 좌절된 바 있다. (☞ 관련기사 보기 : 민주노총 "야합 예상했지만 저지 못했다", 민주노총 새 위원장에 '국민파' 이석행 당선) 이석행 위원장은 당선 직후 "다음 대의원대회에서 1호 안건으로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약속했었다.

전체 조합원 80만 명이 참여하는 민주노총의 직선제는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물론 선거 분위기와 조합원들의 관심 여부에 따라 달라지긴 하겠지만, 전 조합원이 직접 참여해 임원을 선출하게 되면 민주노총 임원 선거에 대한 사회적 관심 또한 높아질 수 있다. (☞ 관련기사 보기 : "민주노총 직선제, 80만 조합원을 일깨운다")

민주노총 한 관계자는 "파견대의원의 직선제 선출은 총연맹에 대한 조합원들의 인식과 책임감을 높일 것이며 임원 직선제 선출은 민주노총의 사회적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직선제 만병통치약 아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직선제가 과연 침체기에 있는 현재 노동운동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것이다. 민주노총의 또 다른 관계자는 "직선제 자체보다도 직선제만 하면 노동운동이 다시 날개를 달 수 있을 것이라는 단순한 기대심리가 더 문제"라고 말했다.(☞관련기사 보기 : "민주노총, 임원 직선제가 정답인가?")

직선제에 드는 막대한 선거 비용과 부정선거 시비 등으로 인한 혼란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도 남았다. 이같은 혼란으로 인해 오히려 민주노총의 위기가 올 것이라는 부정적인 예측이 존재하는 것이다.

또 이날 통과된 직선제 규약개정은 단지 "직선제로 임원을 선출한다"는 선언적 수준에 그쳐 앞으로 관련 규정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석행 위원장은 "오늘 통과된 규약개정안은 각론에 의해 논쟁이 심화될까봐 간편하게 만든 것인만큼 이후 구체적 내용까지 확정하려면 갈 길이 멀다"며 조합원들의 참여와 관심을 보여줄 것을 부탁했다.

한편 이날 대의원대회에서는 지난 1월에 선출하지 못한 일반명부 부위원장에 대한 선거가 진행됐다. 2명을 선출하는 부위원장 선거에 전병덕 전 대우차판매노조 위원장과 박정곤 전 기아자동차노조 부위원장이 입후보해 총 투표자 542명 가운데 각각 419표(77.3%), 422표(77.8%)를 얻고 5기 집행부의 부위원장으로 추가로 선출됐다.
'투표실명제'로 '대의원대회 유회 사태' 막자?
▲ 이날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는 이전까지와 달리 '투표실명제'를 도입해 눈길을 끌었다. 대의원대회 유회 사태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대의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프레시안

이날 민주노총의 대의원대회에서는 이전과 다른 새로운 모습이 보여 눈길을 끌었다. 안건 상정 여부나 회순심의 등에 대한 투표에서 감표 요원들이 대의원들의 번호를 일일이 적는 '투표실명제'를 처음으로 도입한 것.

이석행 위원장은 "찬성수만 집계하는 것이 아니라 번호까지 적는 것은 대의원대회 유회를 막기 위한 것으로 마지막까지 참석한 사람의 명단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겠다"고 설명했다.

불참 대의원을 비롯해 처음부터 끝까지 참석한 대의원과 중간에 빠져나간 대의원의 명단을 모두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민주노총의 대의원대회의 끝은 항상 '유회'다"라는 말이 나올 만큼 성원 미달로 인한 유회가 잦은 데 대한 특단의 대책인 셈이다.

민주노총은 중앙집행위원회를 통해 이같은 '투표실명제'를 결정했지만 이를 들은 대의원들의 반발은 만만치 않았다.

전교조 소속의 강수정 대의원은 "피치 못한 사정으로 도중에 나갈 수도 있는 것인데 명단을 공개하겠다는 것은 인권침해"라고 비판했고, 공공운수연맹의 김동성 대의원도 "불참한 사람은 대의원의 책임을 저버린 것인만큼 공개할 수 있지만 참석한 대의원에게까지 들고 나는 것을 확인하는 것은 감시와 통제"라고 주장했다.

대의원들의 반발에 이석행 위원장은 "기타 안건으로 토의해보자"고 달랬다.

하지만 이날 대의원대회도 저녁 8시 30분 경 결국 유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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