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정부가 "공공부문에서부터 모범적으로 비정규직 5만40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야심차게 밝힌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이 오는 5월 최종 대상자 확정을 앞두고 있다.
지난달 29일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각 부처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달라고 하는 숫자가 10만 명 쯤 된다"고 밝힌 바 있지만, 대상자 확정을 불과 한 달 남긴 시점까지 지방자치단체들을 비롯해 공공기관들이 성실한 검토조차 하지 않고 대책 마련에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부산시 3.3%, 대구시 6.7%만 무기계약 근로자로 전환 계획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의장 이용대)가 17일 밝힌 자료에 따르면 전국 광역시도의 지자체 가운데 '무기계약 전환 계획서'를 민주노동당 지방의원들에게 제출한 곳은 서울시, 부산시, 경상남도, 대구시, 제주시 등 5곳에 불과하다. 그 가운데 '외주화 타당성 검토보고서'를 제출한 곳은 경상남도뿐이었다.
그나마 공개된 지자체의 정규직 전환 대상자는 극히 소수에 불과했다.
부산시는 전체 기간제 노동자 1656명 가운데 3.3%인 55명, 대구시의 겨우 기초단체를 포함해 전체 3612명 가운데 6.7%인 243명만을 무기계약 전환 대상자로 선정했다. 경상남도의 경우 기초단체를 제외한 706명 가운데 112명(15.9%), 서울시는 21.5%인 1577명을 선정했다.
유일하게 제주특별자치도만이 전체 1342명의 기간제 노동자 가운데 98.3%인 1319명을 무기계약 근로자로 전환하겠다고 밝혀 높은 비율을 보였다. 하지만 제주시의 경우에도 예산 문제는 여전히 남아 다. 이같은 비율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2년간 40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제주시는 "중앙부처 협의시 인건비 증가 등에 따른 지원을 적극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어느 정도 예산이 확보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무기계약 근로자, 즉 고용이 보장되는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경우에도 고용안정 외 여타 노동조건 개선은 염두에 두지 않은 곳이 많았다. 부산시와 경상남도의 전환 대상자들 가운데 대부분은 노동조건의 개선을 검토하지 않았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본부는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예산증액 및 정원증액에 대한 계획이 반영되지 않은 정부 대책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예산 및 정원에 대한 기획예산처의 부정적인 입장이 철회되지 않는 한 "기관별 계획→부처별 검토→기획예산처 검토→추진위원회 확정은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것.
"'외주화 확대' 허점도 확인"…33개 업무 중 1개만 외주화 안된다?
정부의 대책이 발표된 직후부터 노동계는 외주화의 허용 기준인 '주변업무'와 '핵심업무'의 구분 기준이 모호해 오히려 외주화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해 왔다. (☞ 관련기사 보기 : "정부 '비정규직 대책안'이 외려 비정규직 양산")
이날 민노당 정책위원회가 밝힌 자료에서는 이같은 우려가 현실로 드러날 가능성이 높음이 확인되기도 했다. 지자체 가운데 유일하게 외주화 타당성 검토보고서를 제출한 경상남도를 보면, 현재 외주 형태로 운영하는 33개 업무 가운데 17개 업무를 핵심업무로 판단했지만 '문화예술회관 운영관리'의 단 한 개의 업무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외주화가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윤성봉 민노당 정책연구원은 "정부는 종합대책에서 주변업무는 전부 외주화시킬 수 있고 핵심업무라 하더라도 규모의 경제효과 등 광범위한 합리적 사유가 있을 경우 외주화를 허용하고 있다"며 "이는 애시당초 정부가 외주화로 인한 공공성, 공정성, 노동자 권익 파괴 등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오직 외주화를 확산시키는 데만 혈안이 돼 있었음을 반증한다"고 비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