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했던 바이기는 하지만 <천년학>의 흥행 결과가 다소 참담한 심정을 불러일으킨다. 국내 전 평론가가 지지를 했고, 거의 전 매체가 손을 들어준 영화다. 영화인들 역시 이 작품의 완성에 경배의 잔을 높이 치켜들었다. 하지만 관객들은 오히려 그런 점에 거부감을 느꼈던 것일까. 주말 3일동안 서울에서 '천년학'을 본 관객들은 불과 18,000명 수준. 전국적으로 7만여명밖에 이 영화를 보지 않았다. 이 정도인 것이다. 지금의 국내 극장문화의 현주소가 여기까지 와있는 것이다. 아무리 이 영화가 예술영화나 판소리 영화가 아니라 러스 스토리 혹은 멜로영화라고 해도 일단 신세대 관객들을 움직이게 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연찮게 <천년학>과 동시에 개봉된 한국영화 <극락도 살인사건>은 최근 1~2개월 사이에 개봉된 한국영화 가운데 가장 높은 성적을 올렸다. 전국 66만명선. 아마도 이 정도면 어쨌거나 손익분기점을 넘는데 있어 안정선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극락도 살인사건> 제작진으로서는 안도의 한숨을 쉴 일이겠으나 한편으로는 <천년학>과 임권택 감독을 생각해서 표정관리는 해야 할 판일 것이다.
|
송강호 주연의 <우아한 세계>는 높은 작품성에도 불구하고, 무엇보다 송강호라는 걸출한 스타급 배우의 출연작임에도 불구하고 흥행수치는 기대치를 훨씬 밑돌고 있다. 배급사인 롯데엔터테인먼트는 당초, 자신들의 배급작으로서는 처음으로 200만을 넘기는 작품으로 생각했으나 급하게 궤도수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티켓파워가 최고에 속한다는 송강호조차도 20대 관객들에게 어필하지 못하는 시기에 이르고 있다는 생각에 영화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는 모양새다. 송강호 주연의 영화가 100만 정도만을 왔다갔다하는 시대. 한국 영화계가 급격한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신호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할리우드에서는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든 말든 한국에서는 마블 코믹스를원작으로 하는 영화가 인기를 잘 끌지 못한다. <고스트 라이더>도 마찬가지다. 일정한 흥행세가 예상됐으나 전국 20여만 관객을 모으는데 그쳤다. 할리우드에서 주목받은 영화, 특히 베를린영화제같은 데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는 사실 등이 전혀 관계없는 영화가 지난 주에 한편 더 개봉되긴 했다. 벤 에플렉, 에이드리안 브로디 주연의 <할리우드 랜드>라는 작품인데 이 영화는 전국에서 서울 강남 뤼미에르 극장 단 한군데서만 개봉되는 불운을 맛봤다. 관객 수치는 절대 얘기해서는 안되는 대목일 정도다. 자, 지금의 한국 관객들은 무엇을 꿈꾸는 것일까. 과연 어떤 영화를 꿈꾸는 것일까. 뭘 개봉해도 그저 시큰둥하다는 표정들이다. 이래저래 답답한 시기가 계속되고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