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 1일 노동절에 남북이 함께 경상남도 창원에서 '5.1절 남북노동자 통일대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노동절 공동행사는 지난 2001년 처음으로 금강산에서 열렸으며, 남쪽에서 이 행사가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욱이 이번 행사는 지난해 9월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방안(로드맵)을 둘러싼 갈등 이후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해 왔던 양대노총이 처음으로 공동행사를 벌이는 것이라는 점에서 관계 복원의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북측 부문단체로는 최초의 독자적 남한 방문"
6일 양대노총에 따르면, 양대노총이 소속된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노동본부'와 북한의 조선직업총동맹(조선직총)이 소속된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 로동자분과위원회'는 지난달 24일 개성에서 만나 오는 4월 29일부터 5월 2일까지 창원에서 '6.15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5.1절 남북노동자 통일대회'를 함께 열기로 합의했다.
남북이 이같이 합의함에 따라 3노총은 세 번째로 노동절 남북공동행사를 열게 됐다. 앞선 두 번의 남북노동자대회는 각각 금강산과 평양에서 열렸다.
양대노총은 "이번 '5.1절 남북노동자통일대회'는 2.13 6자회담 합의 이후 한반도 내외의 정세가 새롭게 변화되고 있는 가운데 민족의 화해와 평화, 자주와 대단합을 실현하기 위해 남북 노동자들이 더욱 노력할 것을 결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1999년 이후 두 번째로 남북노동자 축구대회가 개최되는 것과 함께 북측 부문단체로서는 최초의 독자적인 남쪽 방문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남북은 4일 동안 통일단합대회, 통일축구대회, 역사유적지 참관, 남북노동자대표 상봉모임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남북노동자대회, 우여곡절 끝에 창원으로
이번 노동절 공동행사는 지난달 8일 중국 심양에서 열린 '6.15 민족공동위원회' 회의에서 조선직총이 양대노총에 "올해 노동절 행사를 남쪽에서 공동개최하자"고 제안하면서 논의가 시작됐다. 이어 3노총은 지난달 17일 평양에서 실무회의를 열고 남쪽에서 공동행사를 여는 데 합의하고 24일 개성에서 각 노총 위원장들이 한 자리에 모여 행사일정과 규모, 내용에 합의를 이뤘다. 하지만 '창원 개최'를 3노총이 최종 합의하기까지는 진통이 만만치 않았다.
조선직총은 서울 개최가 부담스럽다는 입장이었고 민주노총이 제안한 울산 개최에 대해서는 한국노총이 고개를 저었다. 한국노총은 이미 이전부터 노동절에 마라톤대회를 열 계획을 갖고 추진 중이었다.
양대노총 산하의 울산지역본부도 모두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두 지역본부 사이의 관계가 양대노총 중앙의 관계보다 더 큰 걸림돌이 된 것. 민주노총은 "올해가 87년 노동자대투쟁 20주년을 맞는 해인만큼 상징적인 울산에서 공동행사를 열자"고 제안했지만 울산본부가 "9.11 야합의 당사자인 한국노총과 울산에서 공동행사를 함께 열 수는 없다"며 반대하고 나선 것. 상황은 한국노총 울산본부 역시 마찬가지였다.
양대노총 지도부는 각각 울산을 방문해 설득에 나섰지만 결국 실패했다. 이에 한때 노동절 남북공동행사 자체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노총이 창원 개최를 제안하고 조선직총과 민주노총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막판 합의가 이뤄졌다.
양대노총 관계 복원 계기될까?
이번 공동행사는 상당 기간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던 양대노총이 처음으로 공식 행사를 함께 치른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노사관계 로드맵으로 완전히 틀어진 양대노총의 관계가 복원되는 계기가 되지 않겠냐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한국노총 강익구 홍보선전본부장은 "서로 풀어야 할 해결과제는 아직 있지만 자주 만날 기회를 갖다보면 관계 복원을 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며 "이번 남북노동자대회가 서로 함께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민주노총 우문숙 대변인은 "양대노총이 각종 노동 이슈에서의 분명한 입장 차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남북노동자대회는 노동자들의 축제이기도 하지만 민족적 차원의 통일 행사인만큼 노동문제에 대한 입장 차를 뛰어 넘어 큰 틀에서 함께 하자는 것이 민주노총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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