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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통상 역사에 길이 남을 '퍼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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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통상 역사에 길이 남을 '퍼주기'"

[한미FTA 뜯어보기 400]범국본 "미국과 우리측 미국인 사이의 협상"

"협상은 미국과 우리 측 미국인들 사이에 벌어졌고, 국민은 배제됐다. 따라서 한미FTA 협상은 원천 무효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2일 오후 1시께 타결된 것으로 알려지자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는 "퍼주기에 퍼주기를 거듭하다 속옷까지 다 벗어주고 마침내 협상을 타결지었다"면서 '원천 무효'를 주장했다.

범국본은 이날 오후 청와대 부근인 청운동 동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미 FTA 무효화 투쟁 및 노무현 정권 퇴진 투쟁을 벌여갈 것이라고 밝혔다.

1년을 넘게 끌어 온 한미 FTA 협상이 이날 최종 타결됐지만, 범국본이 "아직까지는 법적 효력이 없다"며 오는 7일 대규모 집회를 여는 등 FTA 반대 여론을 결집시켜 무효화 투쟁에 적극 나설 계획임에 따라 한미 FTA를 둘러싼 찬반 진영의 논란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참여정부가 아니라 국민기만·참여봉쇄 정부"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2일 오후 1시께 타결된 것으로 알려지자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는 "퍼주기에 퍼주기를 거듭하다 속옷까지 다 벗어주고 마침내 협상을 타결지었다"면서 '원천 무효'를 주장했다.ⓒ프레시안

범국본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 누구도 협상단에게 그렇게 퍼줄 권한을 주지 않았다"면서 "협상단은 우리 측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아닌 미국 측 논리를 국민들에게 강요하는 역할을 했다"고 우리 정부의 협상 태도에 대해 문제제기했다.

범국본은 "한미 FTA 협상은 세계 통상 역사에 길이 남을 '퍼주기'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도 "결국 뚜렷하게 얻은 것은 하나도 없이 끝나고 말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범국본은 또 "지난 1년간 협상 과정에서 노무현 정권은 미국에 대한 맹목적 추종과 일방적 마구 퍼주기로 자신의 사대매국성을 증명했다"면서 "협상 내용 감추기, 집회 마구잡이 금지, 시위 참가 원천봉쇄, 반대광고 금지, 폭력 진압 등 민주주의를 배반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독재정권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비난했다.

범국본은 현 정부에 대해 "'참여 정부'는 이제 사실상 사대매국 정부, 민주배반 정부, 국민기만 정부, 참여봉쇄 정부가 된 셈"이라고 밝혔다.

금융대책위의 전대석 공동집행위원장은 "지난 2005년 미국은 이집트, 스위스, 말레이시아, 한국을 우선 협정 대상자로 선정했지만 우리만 빼고 다 협상을 중단했다"며 "노 대통령은 한미 FTA 반대론자들에게 '아무 것도 모르면서 거짓말 하는 쇄국주의자'라고 했지만 과연 누가 무식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제부터 노무현 정권 퇴진 운동"

범국본은 "국민의 83% 이상이 졸속타결을 반대하면서 차기 정권으로 한미 FTA 협상을 넘기라고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고 철저히 국민들의 배제시킨 노무현 정권은 더 이상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님을 선언한다"면서 "사대매국 반민주 노무현 정권을 퇴진시키기 위한 투쟁을 강력히 전개하겠다"고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허영구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노무현 대통령이 그간 협상 과정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하고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강력한 퇴진 요구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고, 김유현 전국빈민연합회 의장도 "노 대통령은 '일류가 되기 위해 충격을 줘야 한다'고 했지만 충격을 받야야 하는 것은 굴욕적인 협상을 타결시킨 노무현 정권"이라며 "이제 퇴진이 아니라 타도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동당의 김성진 최고위원도 "노무현 대통령은 본인 스스로 말했던 것처럼 임기를 마치지 못하는 첫 번째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범국본은 일단 이날 저녁 촛불문화제를 예정대로 진행하고 3일 오전 전문가들과 함께 FTA 평가에 대한 토론회를 연다. 또 오는 7일 서울 광화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 대규모 규탄 집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광화문 농성장의 유지 여부 등 장기적인 향후 대책과 활동 계획과 관련해서 범국본은 이날 오후 2시부터 16개 시도별 대표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연석회의를 열고 있다.

"온 몸이 불타는 중에도 'FTA 안 된다' 절규한 마음, 노 대통령은 알까"
▲ 지난 1일 분신한 허세욱 씨와 관련해 범국본은 "극단적 저항으로 내몬 책임은 바로 이 망국적 협상 체결을 강행한 노무현 정부에 있다"고 비판했다. ⓒ프레시안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지난 1일 한미 FTA 협상이 벌어지고 있는 서울 하얏트 호텔 앞에서 분신한 허세욱 씨를 거명하며 현 정부의 협상 자세를 규탄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범국본은 "이같은 극단적 저항으로 내몬 책임은 바로 이 망국적 협상 체결을 강행한 노무현 정부에 있다"면서 쾌유를 기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노동당 김성진 최고위원은 "노 대통령은 '단식농성 한다고 눈 하나 깜빡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 말 때문인지 택시를 몰던 한 늙은 노동자가 목숨을 버려가면서까지 FTA 체결 반대를 호소했다"며 "그런데도 노무현 대통령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FTA를 타결시켰다"고 비판했다.

전대석 공동집행위원장은 "허세욱 씨가 자기 몸에 불을 붙이고 자기 입속으로 유독 가스가 들어와도 'FTA는 안 된다'고 절규하던 그 마음을 노무현 대통령은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워했다.

대중가요 <신토불이>를 부른 가수 배일호 씨도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사람이 죽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노래 부르는 가수로 방안에 앉아서 보고만 있을 수가 없었다. 박수를 받으면서 노래할 수가 없었다"며 "15년 동안 <신토불이>를 부르면서 우리 것이 좋다고 했는데 상황이 이렇게 됐다"고 FTA 반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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