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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에는 없다. 쓰레기통이"

[르포] 담배꽁초 무단투기 단속 앞두고 의견 분분

'담배꽁초 무단투기 단속'으로 한 달에 무려 수억 원의 과태료 수입을 올린 서울 강남구에 이어 4월부터는 서울시내 다른 지자체들도 본격적으로 '담배꽁초와의 전쟁'에 나선다. 종로구가 4월1일부터 담배꽁초 무단투기자에게 과태료 5만 원을 부과하고, 구별로 과태료의 차이는 있지만 금천구, 서대문구, 양천구, 성동구 등도 단속에 나선다.

그러나 "거리에 쓰레기통이나 제대로 설치해놓고 단속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발 또한 만만치 않다. 특히 종로의 경우 쓰레기통이 거의 설치돼 있지 않은 형편이다.

안국동→인사동→종로→광화문, 쓰레기통 딱 하나

29일 실제로 종로의 쓰레기통 설치 실태를 살펴봤다. 안국동 종로경찰서에서 출발해 인사동을 가로질러 종로로 나와 광화문 세종문화회관까지 걸었다. 걷는 동안 발견한 쓰레기통은 인사동 종로 측 입구에 딱 하나 있었다. 그 외의 지역에는 쓰레기통이 전혀 눈에 띄지 않았다.

다만 버스정류장 등에 주변 노변 매점 측이 준비해 놓은 박스나 환경미화원이 갖다 놓은 종량제 쓰레기봉투 2~3개가 쓰레기통을 대신하고 있었다.
▲ 인사동(왼쪽)과 종로(오른쪽)에는 쓰레기통이 거의 설치돼 있지 않다. ⓒ프레시안

종로구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거리를 깨끗하게 하기 위해 쓰레기통을 치웠다"고 답변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쓰레기통을 설치해 두면 쓰레기통 주변이 쓰레기장처럼 지저분해진다. 특히 노점상과 유동인구가 많은 종로의 특성상 거리에 버려지는 쓰레기가 많고, 쓰레기통은 물론 쓰레기통 주변도 지저분해지기 때문에 쓰레기통 주변의 상점 등에서 반발이 심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가정, 상점, 노점 등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가로변 쓰레기통에 갖다 버리는 염치없는 시민들도 쓰레기통을 없애는 데 한몫 했다.
▲ '쓰레기통이 없어서?' 인사동과 종로의 길거리에 버려진 쓰레기들. 비단 쓰레기가 담배꽁초만 있는 것은 아니다. 종로경찰서 앞 버스정류장에는 '4월 1일부터 담배꽁초나 쓰레기를 무단투기할 경우 5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현수막 바로 아래 쓰레기 더미가 쌓여 있기도 했다. ⓒ프레시안

서대문구는 버스정류장마다 쓰레기통

반면 종로구 옆 서대문구는 거의 모든 버스정류장에 구청 측이 설치한 쓰레기통이 있고, 횡단보도 앞에도 쓰레기통을 비치해두고 있는 곳이 많다. 서대문구청이 관리하고 있는 가로변 쓰레기통만 모두 145개.

서대문구청 관계자는 "쓰레기통을 설치해 둔 곳이 쓰레기통이 없는 곳보다 지저분한 것이 사실이고, 그렇기 때문에 쓰레기통을 관리하는 데 많은 인력과 노력이 들고 있다"며 "하지만 쓰레기통이 없으면 시민들이 불편해하기 때문에 쓰레기통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솔직히 가로변 쓰레기통은 없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강남구의 경우 담배꽁초 단속 이후 쓰레기통 설치에 대한 민원이 급증했다는 선례가 있기 때문에 우리 구도 단속실시와 함께 쓰레기통을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서대문구에 설치된 가로변 쓰레기통들. 서대문구는 거의 모든 버스정류장에 쓰레기통을 설치해두고 있다. 오른쪽은 '서대문' 버스정류장으로 길 건너편의 종로구에는 쓰레기통이 하나도 없다. ⓒ프레시안

이와 같이 '쓰레기통 정책'이 각 구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대적인 단속이 시작되는 만큼 시민들의 편의도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가로변 '쓰레기통'은 1995년 종량제 봉투가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쓰레기 무단투기의 원흉으로 부각돼 점차 사라졌으나, 2002년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서울시는 가로변 쓰레기통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라 각 구청에 예산을 지원해 쓰레기통 설치를 독려했었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는 여전히 가로변 쓰레기통에 부정적인 것이 현실이다.
▲ 쓰레기통을 대신하고 있는 쓰레기봉투와 박스들. 금방 채워지는 바로 이 박스들이가로변 쓰레기통의 수요를 반증하고 있는 것 아닐까. ⓒ프레시안

"단속에 앞서 시민편의부터 생각해야 하지 않나"
▲ 거의 쓰레기통이나 다름 없는 종로구의 가로변 화단(위)과 단속을 알리는 현수막(아래) ⓒ프레시안

특히 이러한 불편이 흡연자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담배꽁초 이외의 쓰레기를 버려도 된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 실제로 종로 거리에 버려진 쓰레기를 살펴보니 개수로에는 담배꽁초의 양이 가장 많았으나, 테이크아웃 커피컵, 음료수 병이나 깡통, 과자류 포장지, 휴지 등의 쓰레기도 상당했다.

한 가지 특징은 담배꽁초의 경우 길에 휙휙 던져지지만 다른 쓰레기는 조심스레 올려두고 가는 경우가 많다는 점. 마땅히 버릴 곳은 없고, 들고 가자니 귀찮은 것이다. 특히 버스 정류장 주변이나 가로변 화단에서 이런 쓰레기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한 시민은 "쓰레기를 버리면서 양심의 가책을 안 느끼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쓰레기를 집까지 가져가 버린다면 좋겠지만, 한 손에 쓰레기를 들고 버스를 타는 일은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주변에 놓고 간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인사동에서 기념품점을 하는 한 상인은 "솔직히 내 집 앞에 쓰레기통이 생기면 반대할 것"이라면서도 "가끔 쓰레기를 버릴 수 있냐고 묻는 외국인들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우리가 세금을 내는 이유는 구청이 이런 공공적인 활동을 더 열심히 하라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구에서 공공을 위한 편의보다 단속 위주의 행정을 우선시 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 이르면 5월부터 서울시내 버스정류장에서 금연 캠페인이 실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프레시안

"길거리 흡연 금지시키자"


한편 '담배꽁초 무단투기' 단속과 함께 '쓰레기통' 문제와는 별도로 '길에서 담배 피우는 행위를 금지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아이들도 다니는 길에서는 간접흡연의 피해가 있을 수 있고,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담뱃불로 옷이 상하거나 피부에 상처를 입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이와 관련해 오는 5월을 전후해 버스정류장 금연 캠페인을 실시하고 단계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길거리 등에 점차 금연구역을 늘려갈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시민은 "아예 길에서 담배를 못 피우게 하면 담배꽁초 단속 걱정도 없고, 더 쾌적한 길을 만들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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