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협상시한이 임박한 가운데 스크린쿼터와 관련, 정부가 미국측과 합의한 '현재유보안'에 대해 국내 영화인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영화인들은 28일 오후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집회를 갖고 '한미FTA 저지 및 스크린쿼터 빅딜 음모 규탄 영화인 결의대회'를 가졌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배우 문소리 등 영화인들은 한미FTA저지와 스크린쿼터 원상회복을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임을 강조했다. 한편 하루 전인 27일 오후 협상 장소인 하이야트 호텔에서 기습시위를 벌이던 영화과 학생들은 전원 연행됐다. 이로써 정부와 영화계의 갈등은 최고조의 국면에 빠진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문제는, 시위 과정에서 나오는 '현재유보안'과 '미래유보안'에 대한 내용을 일반인들이 잘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정부와 영화계가 이 문제를 놓고 왜 첨예하게 갈등하고 있는지, 같은 문제를 놓고 양측간에 입장 차이가 왜 벌어지게 됐는지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현재유보안과 미래유보안은 각각 어떤 내용을 담고 있고, 또 그 차이는 과연 무엇일까. 현재유보안은 한마디로 스크린쿼터 일수를 73일로 못박자는 것이다. 반면에 미래유보안은 부득이한 상황에 따라서 쿼터 일수를 조정하자는 것이다. 얘기는 굉장히 단순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 정부와 영화계의 입장 차이가 확연하게 벌어진다. 영화계는 FTA 협상이 강행될 경우 미래유보안이 스크린쿼터 일수를 당초의 146일로 늘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보고있다. 시장점유율은 항시적으로 요동을 칠 것이고 그것에 따라 영화계의 요구를 적절하게 수용시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미래유보안을 포기하고 현재유보안을 받아들인 것은 현행 73일은 고사하고 정서적으로는 앞으로도 쿼터 일수를 더 축소하는 것을 넘어서서 궁극적으로는 아예 없애는 것까지를 염두에 둔 조치로까지 받아들이고 있다. 영화계가 '강력 투쟁'을 선언하고 나서고 있는 건 이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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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정부 입장은 다소 차이가 있다. 영화계의 해석과 달리 미래유보안은 시장점유율에 따른 일종의 연동제이기 때문에 한국영화의 시장점유율이 6~70%까지 치솟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쿼터 일수가 지금보다 훨씬 더 줄어들 수 있는 조건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유보안은 그나마 지금의 73일이라도 확실하게 지킬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정부는 현행 73일에서 스크린쿼터를 방어했다는 것이고 영화계는 정부가 146일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을 완전히 차단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단순한 얘기인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입장 차이가 크게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스크린쿼터와 관련 정부와 영화계간에 벌어지고 있는 문제의 본질은 양측간에 신뢰의 벽이 완전히 무너져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화와 조정,조율의 방안이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현재유보안은 73일을 지키려는 것인가, 포기하려는 것인가. 그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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