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헤 부스타만테 유엔 이주자 인권 특별보고관은 20일 한국에 대해 외국인 근로자의 인권을 침해한 모든 고용주를 형사 소추를 포함해 신속히 사법 처리할 것을 권고했다.
부스타만테 특별보고관은 이날 제네바 유엔 유럽본부에서 진행된 유엔 인권이사회 제4차 회의에 제출한 '한국내 이주노동자 인권 특별보고서'에서 "근로지에서 차별받고 인권이 침해돼도 효과적으로 불만을 제기할 사법 메커니즘이 없어 출국하거나 불법 이주노동자가 될 수밖에 없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산업연수생 제도(ITS)와 고용허가제(EPS) 모두 이주노동자의 지위를 그들의 최초 고용주의 입장과 연계시켜 놓았기 때문에 그들의 지위를 더욱 취약하게 만드는 등 중대한 결함이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부스타만테 특별보고관은 지난 해 12월 5∼12일 방한해 이주노동자 인권 실태에 관해 조사했다.
보고서에서 그는 또 "비숙련 이주노동자가 고용주에 의해 인권 침해를 당했을 경우 책임 있는 당국에 고소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데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한 뒤, "한국은 이주노동자에게 가족 재결합의 기회를 제공하는 문제를 검토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부스타만테 보고관은 "호적에 오르지 않은 이주자 자녀들의 상황은 또 다른 우려 사항"이라며 "아동권리협약 등 관련된 인권 기준에 따라 아이들의 교육권이 적절하게 보장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부스타만테 보고관은 '모든 이주노동자 및 가족 구성원의 권리 보호를 위한 국제협약'(ICCPR)을 최우선적인 사항으로 비준할 것을 한국 정부에 촉구했다.
특히 이주 여성 문제와 관련, 그는 "그들은 가정 및 지역사회, 그리고 작업장에서는 외국인 이주노동자로서 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며 가정폭력 피해자의 귀화 신청 요건 완화를 요구했다.
한국인 남성과의 사이에 자녀들 두고 있는 이주 여성의 경우 혼인 상태 유지 여부와 관계없이 한국 내에 거주할 수 있는 자격을 인정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부스타만테 보고관은 "국제결혼 알선업체와 사설 결혼 브로커로 인한 피해자들은 심사를 거친 뒤 '인신 매매 피해자'로 분류해야 한다"며 결혼 알선업체와 브로커에 대한 규제를 촉구했다.
특별보고서 제출에 앞서 그는 모두 발언을 통해 "여수 출입국관리소 화재 사고로 10명이 사망하고 화재 당시 55명의 이주노동자가 구금 상태에 있었다"면서 "이 사건이 한국이 국제기준에 따라 이주노동자의 상황을 점검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장동희(張東熙) 주제네바 차석대사는 답변권을 통해 "어느 나라에서나 이주자가 여러가지 이유로 어느 정도의 차별을 받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보고서는 일부 부정확한 사실은 물론, 특정한 소스들만을 받아 들임으로써 다양한 정보들을 균형 있는 자세로 다루지 못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고서는 올 1월 폐지된 ITS의 부정적 요소들에 부적절하게 초점을 맞추고 2004년 새로 도입된 EPS의 성과를 인정하지 않았다"면서 "더욱이 EPS가 사법 메커니즘을 결여하고 있다고 지적했으나, 근로기준법과 같은 관련 법률에 의해 다양한 사법적 치유 메커니즘이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고 비판했다.
국제결혼 문제와 관련, 장 차석대사는 "한국 정부는 양성평등 가족부의 주도 아래 한국어 교육 등 이주 여성 배우자들을 지원하고 관련 법률을 제정하기 위한 포괄적인 계획을 실천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수화재 참사에 대해 그는 "희생자들과 유가족, 그리고 그들의 나라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한국 정부는 사건 직후 철저한 발화 원인 조사를 하는 한편, 효과적으로 희생자들에 대한 보상 작업을 개시했으며, 관련 부처가 외국인 구금 시설 및 처우 개선 등 포괄적인 재발방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멕시코 출신의 부스타만테 특별보고관은 코스타리카의 가브리엘라 피자로 초대 보고관에 이어 2005년 8월에 임명됐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