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오스카 시상식을 꿈꾸는 행사가 첫 테이프를 끊었다. 제31회 홍콩영화제가 마련한 아시아필름어워드(Asian Film Award)가 그것. 20일 개막된 제31회 홍콩영화제는 1977년 처음 시작된 전통의 아시아권 영화제. 그간 아시아 영화들을 결집해 마켓을 활성화하고 새로운 재능들을 발굴하는 등 아시아 영화의 주요 관문 역할을 하며 절대적 영향을 발휘해 왔지만 근래 급속히 성장한 부산영화제에 때문에 그 위상이 다소 위축된 상태다. 그러나 홍콩영화제는 올해 아시아필름어워드를 제정해 첫 시상을 하는 등 전열을 재정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홍콩영화제에 한국영화는 총 14편이 초청됐으며 이중 박찬욱 감독의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는 <흑사회> 시리즈 등의 각본가로 더 유명한 유내해 감독의 <근종>과 함께 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었다. 이밖에도 <다세포 소녀>, <천하장사 마돈나>, <청춘만화>, <후회하지 않아>, <해변의 여인> 등의 국내 극장개봉작과 <천년여우 여우비> 등 애니메이션, 그리고 <뇌 절개술>, <마지막 밥상>, <아주 특별한 손님>,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 등의 독립영화들도 초청되어 영화제 각 부문에서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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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총 10개 부문에 시상하는 아시아영화상 전 부문에 한국영화가 후보로 올라가 있어 높아진 한국영화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한편 과연 어떤 작품이 어떤 상을 수상할지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작품상 부문 후보에는 장이모 감독의 <황후화>, 지아장커 감독의 <스틸 라이프>, 야마다 요지 감독의 <무사의 체통> 등 6편의 후보작 중 한 편으로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올라 있으며, 감독상 부문에는 <스틸 라이프>의 지아장커 감독(중국), <오프사이드>의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란), <방축>의 두기봉 감독(홍콩), <혼자 잠들고 싶지 않아>의 차이 밍량 감독(대만), <징후와 세기>의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감독(태국)과 함께 <해변의 여인>의 홍상수 감독이 올라있다. 또한 남우주연상에는 인도의 국민스타 샤루칸(<돈>), 홍콩의 유덕화(<묵공>), 일본의 와타나베 켄(<내일의 기억>), 중국의 장첸(<고 마스터>)과 함께 <싸이보그라도 괜찮아>의 비(정지훈)와 <괴물>의 송강호가 동시에 올라 있다. <싸이보그라도 괜찮아>에서 정지훈과 함께 연기한 임수정 역시 <타짜>의 김혜수와 함께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라있는 상태다.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다른 배우들로는 중국의 공리(<황후화>)와 장지이(<호문야연>), 일본의 미야자와 리에(<하나>)와 나카타니 미키(<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가 있다. 한국영화들은 이밖에도 각본상 부문엔 <달콤 살벌한 연인>의 손재곤 감독과 <해변의 여인>의 홍상수 감독이 올라 있고 촬영상 부문에 <괴물>, 프로덕션 디자인 부문에 <음란서생>과 작곡 부문에 <해변의 여인>, 편집 부문에 <괴물>과 <비열한 거리>, 시각효과 부문에 <괴물>이 올라있다. 최근 중국 박스오피스에서 1위를 거두기도 했던 <괴물>과 유럽이 사랑하는 시네아스트 홍상수 감독의 <해변의 여인>이 단연 눈에 띄게 여러 부문에 후보로 올라 있으며 박찬욱 감독의 인기 역시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다. 근래 세계적으로 위상이 한껏 높아진 한국영화가 대거 홍콩영화제에서 상영되고 아시아영화상의 후보에 오른 가운데, 이른바 아시아 버전의 아카데미상으로서 아시아 최고의 권위있는 시상식을 꾸려나가고자 하는 영화제 측의 야심과 중국시장을 필두로 아시아 시장 전역에 더욱 적극적인 진출을 하려는 한국영화 시장의 요구가 잘 맞아떨어진 예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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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영화제는 오는 4월 11일 폐막식을 가질 예정이며, 아시아영화상은 영화제 개막식이 열리는 오늘 개막식장에서 수상작이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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