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영화기자들 사이에 일고있는 암묵적인 공감대는 '한국영화 안된다'는 얘기는 더 이상 하지 말자는 것. 어디가 문을 닫았고, 어디가 지금 개점휴업 상태이며, 어디가 곧 부도처리될 것이라는 등등, 더 이상 나쁜 얘기는 하지 말자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좋은 얘기를 할 게 별로 없다는 것이다. 지난 주말 박스오피스를 보면 실로 참담한 심정이 된다. 지난 주말 한국영화 가운데 유일하게 개봉됐던 작품 <쏜다>에 몰린 관심은, 이 영화 한편으로 모든 상황이 반전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침체된 한국영화 분위기를 조금은 띄워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류의 코미디 상황극에서 일가견이 있다는 박정우 감독의 작품인데다 티켓 파워가 만만치 않은 감우성, 김수로 주연의 작품이었다. 이건 예전같으면 준비된 흥행타선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타선에 불이 붙지 않았다. 서울 주말 35,000명선. 전국적으로 21만명을 간신히 넘겼다. 오래가지 못할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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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외화들이 박스오피스에 득실댄다. 다른 거 다 차치하고 3D 비주얼 액션 감만으로도 눈요기감이 충분하다는 소문때문인지 <300>이 흥행돌풍을 일으켰다. 서울 주말 성적만으로는 그닥 세다고 할 수 없는 성적인데도 지방관객을 거의 싹쓸이 하다시피 하면서 첫주 개봉하자마자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전국 스크린수는 353개. 당초 예정으로는 300개 밑을 웃돌 예정이었으나 극장주들이 화들짝, 이 영화 아니면 안되겠다 싶었는지 너도나도 거는 바람에 스크린수가 훨씬 늘어나게 됐다. 첫주 100만 고지를 넘은 작품의 경우, 대개 400~500만을 바라보기 쉽다. 바야흐로 외화의 계절이 돌아온 것일까. <300>이 관객몰이를 하는 바람에 다른 영화들이 기를 못편 형국이지만 그래도 다른 외화들 역시 그닥 나쁜 상황이 아니다. 휴 그랜트의 로맨틱 코미디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이 개봉 3주째를 넘기며 순항중이며 <일루셔니스트><페인티드 베일><행복을 찾아서><드림 걸즈> 모두 이 정도면 최근 몇 년간의 한국 극장가 상황을 고려할 때 선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영화에 비해 외화들이 잘되고 있는 것이 배가 아플 수 있지만 이 외화들마저 안되면 자칫 극장가가 붕괴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일 수도 있다. 세상사, 조금 각도를 틀어서 봐야 한다는 얘기는 그래서 나온다. 한국영화가 안된다고 볼 수도 없는 것이 일단 올 상반기 들어 한국영화 편수 자체가 많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한해동안 116편이나 쏟아부으며 무리했던 것이 현재 큰 후유증으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한국영화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한국의 영화계 그리고 한국의 영화산업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지금 머리를 맞대고 있다.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다. 해결책을 찾아낼 것이다. 힘들더라도 조금 인내하며 기다려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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