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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주자들, 성장제일주의에 사로잡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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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대권주자들, 성장제일주의에 사로잡혀 있다"

최장집 "대안적 발전경로 실현할 정치세력화 중요"

현재 가장 유력한 대권주장 중 한명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최근 경제성장이 가장 우선적인 공약이라면서 '747구상'을 발표했다. 집권하면 '7% 경제성장, 10년 내 국민소득 4만 달러 달성, 세계 7대 강국 진입'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또 다른 유력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도 지난달 '사람경제론'을 발표하면서 '7% 경제성장, 5년 내 국민소득 3만 달러 달성, 세계 10대 강국 진입'을 공약했다.
  
  두 후보의 공약은 30여 년 전 박정희 정권 시대, 권위주의 정권이 자신들의 집권 정당성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내세웠던 개발 구호와 다를 바 없다.
  
  또 이들의 '7% 성장' 공약은 정치적으로 대척점에 있는 노무현 대통령이 5년 전 2002년 대선에서 내세운 공약과도 똑같다. 노 대통령은 당시 '7% 경제성장, 국민소득 2만 달러 달성'을 약속했었다.
  
  IMF 구제금융 위기라는 중요한 '변곡점'을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으로 경쟁관계에 있는 두 세력이 모두 '성장제일정책'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정부는 지난 30여 년간 경제정책에 있어 높은 일관성을 유지해 왔다고 할 수 있다.
  
  민주주의가 반드시 특정의 시장체제를 수반하는 것도 아니고 사회복지정책의 확대를 가져오는 것도 아니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갑작스런 가세로 주목받았던 '진보논쟁'의 한 축이었던 최장집 고려대 교수가 현 시점에서 '경제'와 '복지'를 민주주의의 논의틀 안에서 토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민주정부들이 여전히 성장제일정책을 추구
  
  최 교수는 16일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열린 '노동, 복지 그리고 민주주의'라는 주제로 열린 고대 아세아문제연구소 50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에서 "IMF 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경제정책 및 노동복지정책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점은 민주정부들이 여전히 노동-사회정책을 배제하고 성장제일정책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최 교수는 이날 '한국의 민주정부는 어떻게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를 급격하게 추진할 수 있었나'라는 발제문을 통해 "금융위기와 같은 엄청난 균열과 갈등을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경제적 정책의 차이가 정당 간 경쟁의 축을 만들지 않았다"며 "거꾸로 사회경제적 정책의 차이가 더욱 무의미해지는 결과를 낳았다"고 주장했다.
  
  경쟁하는 정당들이 호남이냐 영남이냐, 친북이냐 반북이냐, 또는 친미냐 반미냐 등 차이를 갖지만 정작 민중적 삶의 조건에 직접적이고도 구체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회경제적 정책 차이를 발전시키지 못했다는 것.
  
  최 교수는 "권위주의 정권이 체제를 정당화하기 위해 급격한 산업화와 고도성장을 추진하고 이를 위해 재벌을 창출했던 것과 같은 논리로 선출된 민주정부는 신자유주의적 시장 경제를 효율적으로 실현하고 미국식 신경제를 도입해 성장을 회복해야 한다며 재벌경제체제를 지속시켰고 그에 의존했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재벌은 지식ㆍ정보ㆍ금융ㆍ서비스 산업의 선두주자로 더욱 강력한 모습을 드러냈고, 일정 시간이 지난 후 국가와 재벌 간의 힘의 관계가 자연스럽게 역전됐다. 최근 삼성이 우리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노 대통령의 말에 수긍할 수 밖에 없게 만든다.
  
  주요 엘리트 포괄하는 '신자유주의적 발전 동맹'
  
  최 교수는 "이 과정에서 정부여당, 야당, 관료, 재계, 주류, 언론, 지식인 전문가 등 한국 사회의 거의 모든 주요 엘리트 집단을 포괄하는 신자유주의적 발전 동맹이 형성됐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이들이 선호하는 방향으로 정부정책과 국가의 자원들이 집중될 때 사회적 시민권 내지 사회보호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정책은 자리 잡을 공간이 없다"는 것.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이나 한결같이 '경제성장'을 강조하고 있는 것을 통해 '신자유주의적 발전 동맹'을 확인할 수 있다. 또 협상 막바지에 다다른 최근까지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정치권에선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는 점도 이같은 '발전 동맹'의 실체를 보여준다.
  
  최 교수는 "한미 FTA 정책이 경제성장을 실현하는 데 일정한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보다 분명한 현실은 한국경제를 미국의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에 수직적으로 통합시키는 것을 가속시켜 악화일로에 있는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킨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한미 FTA 추진은 IMF 금융위기 이후 한국 경제가 추구해온 발전 경로에 대해 근본적인 물음을 제기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방향을 지속할 것이냐, 아니면 경로를 바꿀 것이냐의 문제라는 것.
  
  최 교수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라는 외적 제약이 크다 하더라도 모든 나라가 동일한 발전 경로를 갖는 것은 아니다"면서 "정치적 대표체제가 사회적 요구를 얼마나 폭넓게 대표하느냐에 따라 여러 다른 유형의 기술-교육-생산-성장-복지-노사관계의 체제를 발전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문제는 "대안적 발전경로를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세력화"라는 것.
  
  이런 맥락에서 안병진 창원대 교수는 최근 한 논문에서 이번 대선은 정치체제까지 포함한 향후 사회모델이 달라질 수 있는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 시대의 개막을 의미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최 교수는 "각국의 현실에 상응하는 새로운 대안의 창출은 항상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좋은 민주정치의 작동 양식에 따라 가능한 공간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대중 정부의 '선택'은 구 경제체제의 복원이었다
  
  최 교수는 또 이글에서 김대중, 노무현 두 민주정부가 어떤 과정을 거쳐 권위주의 정부의 성장제일주의 경제정책을 이어 받았는지 설명하기도 했다.
  
  최 교수는 "민주적 자유시장체제로의 전환과 그 이후 신자유주의적 독트린에 입각한 거시경제운용과 재벌중심-노동배제의 성장전략은 김대중 정부의 선택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그는 IMF 금융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재벌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을 가져왔다는 점과 국민들이 IMF 위기를 몰고온 과거 정부의 정책 실패를 응징하는 차원에서 최초의 정권 교체를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대중 정부는 재벌개혁 등을 통해 권위주의적 산업화 시기의 생산체제를 개혁하는 '선택' 대신 "IMF 패키지에 의한 개혁 요구를 모든 가능한 자원을 동원해 조기에 처방을 택했다. 단기적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에 정치적 지지를 강고하게 할 수 있는 쉽고 안정적인 선택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김대중 정부의 '선택'은 "IMF 위기의 조기극복, 빠른 경제성장의 회복"을 의미했으며, 이는 곧 "빨리 혼란에 빠진 구 경제체제를 복원하는 것이었다"고 최 교수는 주장했다.
  
  노무현 정부, 국가-재벌 연계 강화
  
  김대중 정부에 이은 노무현 정부는 신자유주의적 시장경제체제를 더 확대발전시켰다.
  
  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은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라는 성장목표를 수치로 설정하는 것으로 대표될 수 있는데, 이런 방식은 여타 다른 하위정책영역이나 범주들이 이 목표에 종속된다는 점에서 과거 발전국가 시기와 유사한 국가의 개입을 불러온다. 또 정책수행에 있어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편으로 재벌을 동원하게 된다는 점에서 국가와 재벌 간의 연계를 강화하는 효과를 증폭시킨다고 최 교수는 지적했다. 더군다나 '2만 달러 시대'라는 정책적 목표는 삼성의 구상을 노무현 정부가 차용한 것이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왜 노무현 정부가 이 정부를 구성하고 선거에서 이를 지지했던 정치세력의 성격과 상반되게 한국재벌의 대표격인 삼성 재벌과 특별한 상호의존관계를 유지하게 되는가 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바닥으로의 질주'? 증거 없다
  
  한편 이날 학술회의에서 프란시스 캐슬 영국 에든버러대 교수는 주요 OECD 국가들의 사회복지 지출에 대한 조사를 언급하면서 "사회정책의 성격이 정부의 당파성에 강하게 영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복지국가의 중요한 재분배적 매커니즘은 사회복지 지출을 위한 세금의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가의 문제에 달려 있으며, 이는 정치적으로 결정된다"는 것.
  
  또 허버트 오빙거 독일 브레멘 대학 교수도 OECD 복지국가들의 사회지출, 복지급부, 근로소득대체율(replacement rates) 등 복지국가 지표들에 대한 분석을 통해 "이른바 세계화로 인한 '바닥으로의 질주(Race to the Bottom)'가 일어나고 있다는 어떤 경험적 증거도 발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종합하면 신자유주의라는 외부적 조건이 동일한 사회복지정책의 변화를 가져온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집권 정치세력의 정책 방향성과 의지가 결국 핵심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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