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에게 찍힌 공무원만 쫒겨나게 됐다."
"한 번 공무원이 되면, '철밥통'이 보장된다는 통념이 깨지고 있다."
전체 공무원 중 약 3%를 퇴출 후보로 선정하겠다는 서울시의 방침을 둘러싼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는 14, 15일 이틀간 산하 38개 실, 국, 본부 및 사업소로부터 인사 대상자 명단을 받은 결과 대상 인원이 1397명으로 집계됐다고 16일 밝혔다.
서울시 공무원 240~ 270명이 퇴출 후보가 될 듯
이날 발표 내용은 '퇴출 후보 3%'와 근무연한을 채워 인사대상이 된 '전보 기준 대상자' 등을 함께 집계된 것으로 '퇴출 후보 3%'의 정확한 규모는 따로 발표하지 않았다.
'퇴출 후보 3%' 방침을 둘러싼 갈등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퇴출 후보' 대상자들의 구체적인 규모나 명단이 공개될 경우 예상되는 혼란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서울시 관계자는 "각 실, 국으로부터 인사 대상자 명단을 받을 때 퇴출 후보를 구별해 접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서울시 안팎에서는 '퇴출 후보 3%'의 규모에 대해 240~ 270명 수준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의 방침은 전보기준 대상자와 인사 희망자를 뺀 나머지 직원의 3%를 의무적으로 퇴출후보로 뽑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인사에서 전보기준 대상자의 수가 크게 줄어 '퇴출 후보 3%'의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다소 늘어나리라는 것이다.
'투표'로 뽑을 수는 없고, 기준은 모호하고…
서울시 방침에 따르면 '퇴출 후보 3%'가 포함된 인사대상자 명단이 오는 19일까지 산하 실, 국, 본부 및 사업소에 전달된다. 이어 실, 국, 본부 및 사업소는 전달받은 명단에서 2차례에 걸쳐 필요한 인재를 뽑는다. 이 과정에서 지목을 못 받은 직원은 감사관실의 검증과 자신의 소명 등을 거친다. 이 때 '부적합' 판정을 받을 경우 담배꽁초 줍기 등 각종 허드렛일을 처리하는 '현장시정추진단'에 배치된다. 그리고 '현장시정추진단'에서 근무자세가 태만한 것으로 드러나면, 공직에서 퇴출된다.
한편 서울시의 이런 방침은 다양한 혼선을 낳고 있다. 특히 서울시 산하 일부 기관이 '투표', '제비 뽑기' 등으로 '퇴출 후보 3%'를 뽑으려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기 투표식 인사정책'이라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투표'로 퇴출 후보를 뽑으려 한 성동·동부도로사업소 소장을 직위해제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취했지만, 혼란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퇴출후보 선정의 명확한 기준이 제시되지 않은 까닭이다.
"무사안일한 공무원, 개혁 위해 어쩔 수 없다" vs "바른 말하는 공무원만 쫒겨나"
이런 혼선을 바라보는 사회 각계의 시각은 선명하게 갈라진다. 보수 성향의 매체들, 그리고 상당수의 시민들은 서울시의 인사 방침을 "다소 혼선이 있더라도 추진해야 할 개혁"으로 평가했다. 많은 공무원들의 무사안일한 근무태도에 대한 반감 때문이다. 그리고 공무원과 민간기업 노동자 사이의 고용 안정성 격차가 너무 큰 것에 대한 사회적 불만도 한몫했다.
반면 "분명한 평가 기준 없이 진행될 경우, 상사와 동료들에게 밉보인 공무원만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퇴출 후보 3%'의 명단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당사자들에게는 대부분 통보됐다. 그런데 퇴출 후보들의 면면이 드러나면서 '퇴출 후보' 선정 기준이 모호하다는 불만이 확산되고 있다. '윗 사람에게 바른 말하는 공무원'이 설 자리가 위축됐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처럼 선정 기준의 정당성에 대해 회의적인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일부 퇴출 후보자들은 "열심히 일한 내가 왜 희생돼야 하느냐. 차라리 사직서를 쓰고 서울시를 고발하겠다"며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 부서장이 퇴출 후보를 선정하도록 한 까닭에 하위직 공무원에게만 퇴출 압박이 집중된다는 비판도 있다. '공무원의 근무태도에 대한 시민의 불만'이 이번 방침의 배경인데, 시민들이 하위직 공무원에게만 불만을 느끼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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