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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항소율, 1심 못 믿는 것도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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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항소율, 1심 못 믿는 것도 원인"

"법관직위제로 1심 불신감 높아…수직적 구조 개혁해야"

최근 발표된 대법원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송의 항소율은 합의부의 경우 52.3%로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교적 가벼운 사건에 해당하는 단독심의 경우에도 항소율이 27.5%로 항소율이 1~10%대인 외국에 비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항소심의 원심 파기율이 높고 형량을 감형해주는 경우가 많아 '일단 항소하고 보자'는 심리를 부추기고 있다"며 "항소심 감형 관행을 없애고 1심을 최대한 충실하게 심리하며, 항소심에서 1심을 최대한 존중하도록 하겠다"고 개선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높은 항소율이 '항소심 감형' 때문만일까?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1심 재판을 믿을 수 없어 항소를 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이는 주로 하급심일수록 상급심에 비해 판사의 경력이 낮기 때문인데, 이런 구조를 야기하는 법원의 수직적인 법관 관료적 계급구조를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 임종인 의원의 주최로 열린 '사법부에 대한 민주적 통제' 토론회. 이날 토론회에서는 사실상 서열위주인 법관 제도가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프레시안

"더 경력 많은 판사에게 다시 재판받고 싶은 건 당연한 일"

한상희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건국대 법대 교수)은 13일 임종인 의원실의 주최로 열린 '사법기관에 대한 국민의 민주적 통제,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서 "소송 당사자에게는 자신의 생사여탈권을 쥔 판사가 법원에서 경력도 많지 않은 신참이라면 더 경력이 많은 판사에게 다시 재판을 받고 싶어지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며 "1심 재판부터 신뢰받을 수 있는 권위자가 판사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우리나라의 심급 구조에서는 주로 1심을 맡는 지방법원의 경우 합의부는 법조경력 15년 이상의 중견판사가 부장판사를 맡고 배석판사는 법조경력 2~7년의 판사들이 맡는다. 주로 2심을 담당하는 고등법원의 경우 부장판사는 법조경력 22년 이상의 판사로, 배석판사는 경력 10년 이상의 판사들로 채워지는 등 고등법원 법관의 경력이 높다.

한 교수는 "1심 재판에서부터 법관들은 '이번이 최종심'이라는 각오로 판결에 임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1심과 2심의 법관 구성의 차이를 두지 말고 1심에도 경력이 많은 법관들을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법원의 '경력차'가 같은 재판부 안에서도 위계관계를 형성해 법관의 독립성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도제적 법관제도로 법원 보수성 못 벗어나

한 교수는 "합의부의 구성이 '훈련교관'으로서의 고참법조인과 '훈련생'으로서의 신참법조인으로 구성되는 만큼 재판에 관해 대등한 의사 결정이 이뤄지기 힘들다"며 "실제 합의부에 의한 판결에서 소수의견이 존재하지 않거나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판결문에 기재하지 않는 관행은 합의부 내의 의견이 대등하지 않다거나 종속성을 나타내는 또 다른 모습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특히 "법원 내 개혁이나 개방적 포섭의 의지가 이러한 '훈련'의 과정을 통해 그대로 재생산되며 법원, 혹은 시민사회의 변화에 둔감하게 만들고, 필요 이상으로 보수적, 수구적 기관으로 고착시키는 가능성을 잠복시킨다"고 주장했다.

한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 법관은 '예비판사→지방법원 배석판사→고등법원 형사부 배석판사→지방법원 형사단독판사→고등법원 민사부 배석판사→지방법원 민사단독판사→지방법원 부장판사.재판연구관→고등법원 부장판사→지법원장→고등법원장→대법관→대법원장'으로 사실상 수많은 단계의 서열구조로 이뤄진 직위제로 운영되고 있다.

개선책에 대해 한 교수는 "법관직위제가 폐지되고 법관의 임용이 중견 법조인을 대상으로 이뤄질 경우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된다"며 "신참 법조인에 대한 훈련의 필요성이 사라지고 중견법조인으로써 합의부를 구성하게 되면 실질적인 합의제 기구로서 합의부가 운영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또 "단독심의 경우 역시 부장판사와 동일한 법조경력자가 담당하게 됨으로써 그 판결의 신뢰성을 고양할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법조일원화'도 승진구조 법관인사 관행에서는 무의미

이날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장주영 변호사도 "우리나라에 2100여 명의 판사가 있는데, 평균 나이가 38세에 불과하다"며 "소송 당사자들이 사회적 경험이나 법조 경력이 적은 젊은 엘리트법관의 판결을 믿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장 변호사는 이어 "법원에서 이런 비판에 대한 개선책으로 경력 변호사나 검사를 법관으로 임명하는 '법조일원화'를 실시하고 있고, 최근 2~3년 동안 매년 전체 판사의 10%(17~18명)가 변호사나 검사 등에서 선발되고 있으며 2012년에는 신규임용 판사의 절반을 외부인사로 뽑는 등 경력법관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면서도 "'고법 부장으로 승진 못하면 옷을 벗어야 한다'는 법원 내 관행 때문에 외부 인사가 법원에 들어가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는 분위기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대법원장 중심 인사제도, 상명하복식 업무구조 이뤄져

현행 대법원장 중심의 법관 인사제도도 개혁의 대상으로 거론됐다. 한 교수는 "판사의 임용, 보직발령 등이 모두 대법원장에 집중돼 있고, 대법원장은 법원행정처라는 거대한 방계조직을 활용, 이들에 관한 인사자료나 업무자료 등을 수집, 확보함으로써 실질적인 인사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며 "이로 인해 법관의 독립과는 거리가 먼, 일종의 위계질서에 의한 상명하복식의 업무구조가 이뤄질 가능성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좌천성 인사로 서울에서 군산으로 보내면, 군산 사람들은 뭐가 되는 것"이나며 "각 심급별(대법원, 고등법원, 지방법원)로 인사권을 분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각 지방의 고등법원이나 지방법원의 인사위원회에는 법원은 물론 검찰, 변호사회, 시민단체 등이 폭넓게 참여하도록 해 지방의 법원은 지역사회에 적합한 법관이 선출되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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