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경제활동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1000만 명 시대를 돌파했지만 그 안에 도사린 어두운 현실은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는다. 여성 취업자의 14%가 무급 가족종사자이며 65%가 비정규직으로 정규직 남성노동자의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고 있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
"법으로는 출산휴가가 보장돼 있다고 하지만 우리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에게는 어떤 것도 보장돼 있지 않다. 출산휴가는 커녕 아이 졸업식이나 입학식 때문에 조퇴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조퇴하겠다고 하면 바로 해고되기 때문이다." (김소연 기륭전자 노조 분회장)
8일은 99번 째 '세계 여성의 날'이다. 하지만 여성들의 삶은, 특히 여성 노동자 10명 중 7명이 비정규직인 현실에서 여성 노동자의 삶은 여전히 처절하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각각 기념대회를 열고 2007년 현재 대한민국 여성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힘겨운 현실에 대한 개선책 마련을 촉구했다.
"3월의 때아닌 함박눈, 여성의 설움과 차별 녹여줬으면…"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은 이날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KTX 여승무원을 비롯해 기륭전자, 르네상스호텔 등 장기투쟁을 벌이고 있는 사업장의 여성 노동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전국여성대회를 열었다.
눈이 쏟아지는 가운데 열린 이날 대회에서 참석자들은 "여성을 둘러싼 차별과 빈곤, 억압은 99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대다수가 비정규직인 여성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르네상스호텔 노조의 이옥순 위원장은 "노동자의 권리를 찾겠다고 노조를 설립하면 바로 길거리에 내몰리는 것이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참한 현실"이라고 밝혔고, 이찬배 여성연맹 위원장은 "여성노동자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대부분 비정규직이 되고 비정규직이라서 최저임금밖에 못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심상정 의원은 "3월의 때아닌 함박눈이 이 땅 모든 여성의 설움과 차별을 한꺼번에 녹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날 여성대회에서 △비정규직 차별철폐, 최저임금 현실화 △보육의 공공성 확보 및 모성보호의 실질적 강화 등을 요구했다.
"정부는 여성의 노동환경 조성하고 기업은 고용개선 조치 도입해야"
한국노총도 이날 오후 연세대학교 100주년기념관에서 전국여성노동자대회를 열고 '일상의 정치, 평등의 정치를 달성하기 위한 여성노동자 정책'을 제안했다.
이용득 위원장은 이날 대회사에서 "여성 경제활동인구 1000만 명 시대라는 빛은 '저임금, 비정규직'이라는 그늘을 딛고 서 있는 셈"이라며 "정부는 산발적인 법률들을 재정비해 여성노동자들이 자유로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하고 기업은 여성노동자의 고용개선 조치를 자발적·적극적으로 도입하고 간접차별을 해소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노총은 '여성노동정책 선언문'을 통해 △여성노동권의 최우선 정책화 △여성인력개발과 고용지원네트워크 구성 △여성노동자의 사회적, 정치적 진출 확대 △여성 중심의 가족정책 입안 △평등의식 및 성문화 개선을 위한 장기적 정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이날 대회에서는 25명의 여성노동자들이 판매직·서비스직·생산직·간호사직 별로 자신의 작업복을 입고 패션쇼를 벌이기도 했다. 또 한국노총은 성금 2500만 원을 종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건립에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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