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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형량 깎아주기' 관행 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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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형량 깎아주기' 관행 사라질까?

형사항소재판장 회의 "온정주의 형량 뒤집기 지양"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가 안 되고,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항소심에서 형량이 줄어들면 뉴스가 안 되고, 항소심에서 형량이 늘어나면 뉴스가 된다."
  
  법조기자들 사이에서 오가는 말로, 우리 법원이 항소심에서 형량을 줄여주는 관행을 꼬집은 것이다.
  
  이런 관행에 변화의 조짐이 생기고 있다. 대법원은 26일 서울 서초동 청사에서 '전국 형사항소심 재판장 회의'를 개최해 앞으로 1심 재판부의 형량을 존중해주는 방안 및 '양형 편차 해소'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법원 "항소심 '온정주의 없애겠다."
  
  이날 회의에서 장윤기 법원행정처장은 "우리나라 형사항소심은 사실관계와 양형 등 1심 판단을 전면 재심사함으로써 외국에 비해 높은 파기율을 기록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온정주의적 양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만큼 항소심은 1심의 증거가치 판단을 존중하고 감형 사유를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항소율이 10~19% 정도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1심 합의재판부 사건의 경우 항소율이 50%가 넘으며, 비교적 경범죄에 배당되는 단독재판부 사건도 항소율이 30%대로 전반적으로 항소율이 매우 높은 편이다.
  
  이는 항소심에만 가면 형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로 인해 '일단 항소하고 보자'는 심리가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항소심에서의 1심 판결 파기율도 46%에 이르고, 지난해 고등법원 형사항소심 사건의 36.9%가 형량이 바뀐 것으로 보고됐다. 외국의 경우 파기율이 5%에 미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차이다.
  
  특히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한 '형량 깎아주기'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비판을 들으며 '사법불신'의 바탕으로 작용해 온 것이 사실.
  
  실제로 전국 법원 중 최초로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제'를 도입한 창원지법 판결의 경우 1심의 형량이 항소심인 부산지법에서 대부분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05~2006년 사이 창원지법에서 선고한 뇌물죄 17건은 부산고법의 2심에서 1건을 제외하고 16건의 형량이 낮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1심을 최종심처럼"
  
  이날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형량이 너무 높아 부당하다는 이유로 1심을 파기하는 것은 온정주의적 판결을 초래하고 있고, 법정에서 사실관계를 확정하는 공판중심주의 구현에도 장애를 초래한다"며 "1심 판결에서의 형량이 법관의 재량을 벗어나 지나치게 무겁거나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가급적 1심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날 회의에서는 또 "항소심이 새로운 증거나 진술없이 1심에서 실시됐던 사실관계 심리를 다시하는 것은 낭비일 수 있고, 1심에서 충실한 심리가 이뤄지지 않게 해 공판중심주의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공판중심주의 확대와 함께, 1심을 충실히 진행하고 항소심은 1심 판결에 문제가 없는지를 판단하는 '사후심'(事後審) 역할이 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김용담 대법관도 이날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형사재판장 연수'에 참석해 "피고인 측 입장에서 항소심 감형이 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 무조건 항소를 하고 볼 것"이라며 "자신의 선고가 최종이라는 생각을 갖고 양형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거물' 항소심에 어떤 영향 줄까?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지난해 말 개정된 법원조직법에 따라 오는 4월부터 '양형위원회'를 꾸려 구체적 양형 기준을 마련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어, '양형 불평등' 혹은 '고무줄 형량'이라는 비판이 해소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양형위원회에는 법관 4명을 비롯해 학계, 시민사회 등 각계 인사 8명이 참여하게 된다. 다만 양형위원회의 활동 계획이 2년 일정이어서, 그 전에 적용 가능한 양형 방안 마련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의는 사법부 사상 처음 열린 것이며 전국 5개 고등법원과 18개 지방법원의 형사항소부 재판장 23명이 참석했다.
  
  한편 법원의 이와 같은 '항소심 형량 깎아주기' 개선 논의가 줄줄이 항소심 대기 중인 사건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이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항소했으며, '법조비리'로 기소된 조관행 전 부장판사도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항소해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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