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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노조 합법화' 문제로 대의원대회 파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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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노조 합법화' 문제로 대의원대회 파행

"더 이상 못 버틴다"…"행자부 방침이 먼저 변해야"

현재 법외노조인 전국공무원노조(위원장 권승복)가 합법 노조 전환 여부를 놓고 심각한 내부 갈등을 겪고 있다. 지난 24일 열린 공무원노조 대의원대회에서는 합법 노조로의 전환 여부를 조합원 총투표로 결정하자는 안건이 긴급 상정됐으나 일부 대의원들이 단상을 점거하면서 대의원대회가 무산됐다.

이번 사태와 관련 일각에서는 "행자부의 공무원노조에 대한 과도한 탄압이 근본 원인"이라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갈려 있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물리력을 동원해 대의원대회를 막은 것은 엄청난 실수"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특히 당초 이날 대의원대회 안건에 없었던 '합법노조 전환 총투표'가 일부 대의원에 의해 안건으로 제의됐고, 참석 대의원 중 절반 가까이가 이 안건을 첫번째 안건으로 다루자는 의견을 표명했다는 점에서 이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앞으로 더욱 첨예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 합법화냐 법외 고수냐를 놓고 대의원대회가 무산되는 사태까지 벌어짐에 따라 현재 공무원 최대의 노동단체인 공무원노조의 진로가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공무원노조 대의원대회, 무슨 일이 벌어졌나?
▲ 전국공무원노조의 대의원대회가 합법화에 대한 조합원 총투표 안건에 대한 표결에 앞서 일부 대의원이 단상을 점거하면서 유회됐다. ⓒ공무원노조 자유게시판

공무원노조는 지난 24일 오후 경기도 안양시 호계3동의 민방위교육장에서 400여 명의 대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전국대의원대회를 열었다.

이날 대의원대회에서 일부 대의원은 공무원노조의 합법화 전환 여부를 오는 3월 중으로 조합원 총투표에 부치자는 안건을 긴급 발의했다.

공무원노조의 법내 노조로의 전환 여부는 상당 기간 논란이 돼 왔지만 지난해 11월 공무원노조는 대의원대회를 통해 '법외 고수' 방침을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이날 대의원대회에서 이를 조합원 총투표로 묻자는 제안이 다시 나온 것.

이 안건은 상정 여부에 대한 투표를 거쳐 안건의 심의 순서에 대한 투표까지는 큰 문제없이 진행됐다.

대의원들은 이 안건을 여러 안건 중 첫 번째 안건으로 심의하자고 결정했다. 대의원대회 참석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안건 순서와 관련된 투표 결과 첫 번째 안건으로 하자는 대의원이 200여 명이었고 6번째 안건으로 미루자는 대의원이 130여 명이었다.

결국 안건은 투표 결과에 따라 첫 번째 안건으로 상정됐다. 공무원노조의 한 대의원은 "이 안건과 관련 20여 명의 대의원이 질의를 하고 상당 시간 찬반토론을 벌였다"며 당시 뜨거웠던 분위기를 전했다.

문제는 찬반토론 이후 표결에 앞서 권승복 위원장이 10분 간 정회를 선언한 이후 벌어졌다. 복수의 관계자들은 "이 정회 시간 동안 일부 대의원이 단상을 점거한 채 회의 진행을 막았고 이후 위원장이 유회를 선언했다"고 설명했다.

단상 점거 사태, 왜 일어난 일인가?

이번 사태의 표면적인 이유는 공무원노조의 진로에 대한 문제다. 현재 공무원노조특별법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법외 노조를 고수하고 있는 공무원노조가 과연 언제까지 법외 노조로 남아있을 수 있겠냐는 것.

일각에서는 "안건이 1순위로 상정된 것을 합법화에 대한 조합원의 찬성 분위기가 상당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는 주장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사실상 공무원노조가 더 이상 법외 노조로 버텨낼 수 없다는 위기감의 발로"라는 분석도 나온다.

우선 특별법을 일단 수용하고 법내 노조로 들어가자는 쪽의 주장은 "조직이 더 이상 버틸 수 있는 힘이 없다"는 판단에서 기인하고 있다. 공무원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행자부는 지난해 9월 대대적인 공무원노조 사무실 폐쇄의 행정대집행을 단행하고 각 지역 지부별로 개별적인 탈퇴서 작성을 강요하고 있다.

공무원노조의 한 관계자는 "현재 공무원노조는 간신히 깃발만 유지하고 있을 뿐 사실상 뇌사상태와 다를 바 없다"고 털어놨다. "행자부의 탄압이 오랜 기간 지속되면서 일선의 조합원들이 너무 힘들어하고 있다"는 것. 이 관계자는 "법외 노조로 들어가자는 주장이 특별법에 찬성한다는 것이 아니라 조직을 추스를 수 있는 새로운 국면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입장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반대쪽의 의견도 만만치 않다. 법외 노조를 고수하는 사람들은 "노조 설립 신고를 하고 법내로 들어간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고 주장한다. 법의 테두리 밖에 있든 안으로 들어가든 행자부의 공무원노조에 대한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달라질 것은 없다는 얘기다.

공무원노조는 관련 특별법이 가입 대상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고 단체행동권 등 공무원 노동자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등의 문제를 계속 제기해 왔다. 이와 관련 노조는 지난 2004년에 총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공무원노조의 또 다른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법내 노조로의 전환은 원칙을 버리게 되는 것"이라며 "합법화에 앞서 행자부의 태도 변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 안으로 들어갈 것이냐, 법 밖에서 원칙을 지킬 것이냐의 논란은 결국 모두 행자부의 공무원노조에 대한 탄압에서 비롯된 것인 셈이다.

위기의 공무원노조, 어디로 가야 하나?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행자부의 공무원 노사관계에 대한 강경 대응에서 비롯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의 대의원대회가 물리력으로 인해 무산됐다는 점은 충격을 주고 있다. 과거 비슷한 경우가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벌어진 바 있다. 당시 안건은 노사정위원회 복귀 등의 사회적 대화 참여 여부에 관한 것이었다.

공무원노조의 한 대의원은 "합법화에 대한 입장차는 있을 수 있지만 민주노조에서 극단적인 방법으로 의사진행을 막는 사태가 벌어졌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본부장도 "대의원대회가 이런 식으로 무산된다는 것은 공무원노조가 그나마 갖고 있던 도덕성마저 빼앗길 수 있는 상황"이라며 "공무원노조가 이 위기를 잘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 본부장은 "합법화에 대한 논리적 주장의 정당성과 별개로 과연 공무원노조가 과거의 전교조처럼 법외노조로서 계속 싸워나갈 수 있는 결집력이 있는지가 문제"라며 "이번 사태를 잘 수습하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대거 이탈 사태와 민주노총 탈퇴 움직임까지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무산된 대의원대회의 차기 개최 일정은 아직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 한 관계자는 "양쪽 모두 서로 오해가 심각한 만큼 일단 냉각기를 두고 다시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하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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