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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권, 보수세력에 '진보 헤게모니' 뺏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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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현 정권, 보수세력에 '진보 헤게모니' 뺏겨"

"2007년 대선은 '레짐 체인지 시대'의 서막"

"이회창 후보 시절의 보수와 2007년의 보수는 다르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대한 지지를 단순히 과거 권위주의 시절에 대한 향수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2007년 대선이 단순한 정권 담지자를 선출하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정치체제까지 포함한 향후 사회모델이 달라질 수 있는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 시대의 서막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돼 주목된다.
  
  안병진 창원대 교수는 최근 출간된 <창작과 비평> 2007년 봄호에 실린 '대한민국 '레짐 체인지'- 현정치질서의 특성과 향방'이라는 논문에서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현 정권을 포함한 자유주의 세력뿐 아니라 민주노동당 등 좌파 세력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토플러주의 리더십'의 현 정권, 보수에 '진보 헤게모니' 뺏겨
  
  안 교수는 "현 집권세력들은 단지 87년 시절부터 강박관념처럼 집착해 온 정치개혁 아젠다나 정치공학적 판짜기에만 정통할 뿐 급격히 변화하는 정치질서에 대한 총체적 문제의식을 견지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더 놀라운 점은 노무현 정부는 민심의 방향이나 각 정치세력 간의 역학관계를 시종일관 철저하게 무시하며 미래를 준비한다는 미명 하에 대연정, 개헌, 한미 FTA 등 공허한 주장을 남발해 왔다"면서 "민심과 정치적 역관계를 무시하고 탈정치적인 미래에 집착하는 '토플러주의 리더십'의 전형"이라고 비난했다.
  
  노 대통령은 "나는 바로 앞이 아니라 20년, 30년, 아니 40년 뒤를 내다보고 간다"고 말하는 등 소위 '민심'이나 '여론'을 크게 신경쓰지 않겠다는 태도를 4년 내내 보여 왔다.
  
  바로 이같은 행보가 정치적 대척점에 선 보수세력의 움직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집권개혁파들은 왜 현재 민심이 박정희 신드롬 등 대중적 보수주의 경향을 보이는가, 왜 자신들의 메시지 대신에 '세금폭탄론' 등 보수진영의 논리가 서민층에 수용되고 있는가에 대해 명확하게 답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집권진영은 보수진영의 미묘한 변화과정을 민감하게 읽어내지 못하고 경직된 이해만 거듭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집권 진영은 이번 대선에 대해서도 결국 진보와 보수가 결집해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라고 안이한 인식을 하고 있다고 안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과거 이회창의 이미지가 특권계급의 대변자였던 것과 달리 이명박은 청계천 개발 등을 통해 시민들의 진보적 욕망을 헤게모니적으로 선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값 아파트' 정책을 내세웠던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2006년 말 한 여론조사에서 서민들이 가장 감동받은 정치인으로 꼽힌 점,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민심탐방이나 오세훈 서울시장의 분양가 공개 약속이 여론의 지지를 받았던 것 등도 한나라당이 대중들의 기대와 요구에 더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70년대 재야운동에 갇힌 민주화세력, 80년대 사회주의에 갇힌 진보세력
  
  안 교수는 이번 대선을 앞두고 '양심세력연합론'을 전략으로 삼고 있는 여권이나 진보정당주도론을 제기하고 있는 민주노동당 모두 구시대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 교수는 "김근태 등이 70년대 재야운동의 관성에 기초해 양심세력연합론을 제안하고 있는 것은 자신들이 과거의 시계에서 한 치도 나아가지 못한 구시대 정치세력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면서 "이런 전략으로는 단기적으로 선거에 승리하기 어려울 뿐더러 나아가서는 장기적으로 보수주의시대에 무기력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개혁파가 집권 이후 지금까지 사회적으로 고립된 상황에서 한나라당 집권 시의 위험을 강조하는 공포전략은 과거와 달리 선거에서 열정을 동원하기 어렵다"면서 "정치집단이든 기업이든 지지기반이 극도로 약화됐을 때 새롭게 혁신하려면 우선 열정을 새로 결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민주노동당은 집권 개혁파의 실패로 자유주의 시대가 지나고 좌파가 주도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고 주관적으로 오판하지 말아야 한다"며 "민주노동당은 자신들이 지향하는 사회주의가 과연 어떤 점에서 21세기적인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노당이 지향하는 사회주의가 공허한 80년대식 낡은 이념이 아닌가"라고 반문하면서 "더 치명적인 문제는 민주노동당 내 다수파가 여전히 봉건적 체제에다 실패한 국가인 북한에 온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과연 민노당 다수파가 한나라당 내 개혁파보다 더 진보적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지 의심된다"고 밝혔다.
  
  5년 만에 다시 제기되는 '리눅스 정치'
  
  안 교수는 "2007년 대선에서는 향후 대한민국의 전반적 모델을 두고 공동체주의와 공화주의 간의 거대한 패러다임 충돌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공동체주의는 기본적으로 신자유주의적 기업국가체제를 구축하면서도 그에 따른 양극화, 사회해체의 부작용을 기업, 교회, 가족 등 시민사회조직을 통해 사후적으로 보완해나가는 모델이고, 공화주의는 우리 헌법의 민주공화국, 사회적 자본주의 등이 의미하는 바처럼 국가의 공공성과 사회적 연대감의 강화를 지향하는 모델이다.
  
  하지만 '여의도 정치계급'은 이 같은 '레짐 체인지'의 흐름을 읽어내고 이에 대응하는데 실패해 왔다는 게 안 교수의 시각이다.
  
  안 교수는 "한국정치 레짐을 선진적 정치구도로 혁신하기 위해서는 '리눅스 정치'의 전형이 창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폐쇄성에 대항해 나온 리눅스 운동처럼 다수 시민들로 구성되는 집단지성의 참여 속에서 부단히 혁신되는 아래로부터의 정치방식을 뜻한다.
  
  안 교수는 "2002년 대선에서도 노무현 후보가 리눅스 정치를 하겠다고 선언했다"며 "그러나 참여정부가 이해한 리눅스 정치란 인터넷 장관추천제라는 우스꽝스러운 이벤트로 그쳤고, 오히려 경제정책 등에서는 사실상 삼성 및 기득권 구조를 고착화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노 대통령이 최근 '원포인트 개헌'을 들고 나온 것에 대해서도 "개헌론을 제기한 것은 레짐의 성격을 둘러싼 투쟁을 몇 가지 정치제도적 틀로 희석해버린 매우 부적절한 시각"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시대착오적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여의도 정치계급'이 아니라 새로운 정치세력이 리눅스 정치의 중심축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교수는 "시민운동세력이 그간 명망가 중심의 엘리트주의적 오류를 넘어서서 리눅스 정치의 소중한 전형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새로운 정치세력화는 자살, 우울증, 교육문제 등 아래로부터의 다양한 사회운동의 문제제기와 결합하면서도 이를 제도권 내의 아젠다로 발전시키는 창조적 활동의 전형을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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