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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을 기리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전쟁영화 두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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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을 기리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전쟁영화 두편

[특집] <아버지의 깃발> Vs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어떻게 이런 기획을 하게 됐을까. 아마도 그건 클린트 이스트우드라는 거장의 이름값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을 것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희대의 명작인 <밀리언 달러 베이비>를 완성한 직후 두편의 영화를 동시에 기획했는데 그 한편이 바로 <아버지의 깃발>이고 또 한편이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위대하다는 것은 이렇게 단지 두편의 영화를 동시에 기획했다는 물리적인 의미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이 두편은 같은 역사, 같은 사건을 서로 반대되는(엄밀하게 의미해서는 반대라기 보다는 서로 반대편에 있을 뿐인) 시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두 작품 모두 2차 세계대전 당시 미일 전쟁의 축을 갈랐던 이오지마 전투의 얘기를 그린다. 앞엣 것은 그 전투에 참여했던 미군의 시각에서, 뒤엣 것은 역시 같은 전투에 참여해 전사한 일본군 장군의 시각에서 그린 작품이다. <아버지의 깃발>은 2005년 10월에,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는 그로부터 약 1년 후인 2006년말에 각각 완성됐다.
하지만 이 두편의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공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두편의 영화, 한편은 5,500만달러짜리 완벽한 스텍터클 블록버스터이고 또 한편은 1,500만달러짜리의 비교적 저예산의 작품이지만 두가지의 시선을 가진 두편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만한 자본을 모을 수 있는 능력있는 프로듀서의 역할이 배가돼야 한다. 그 사람이 바로 스티븐 스필버그다. 스필버그는 이번 이스트우드와의 공조작업에 있어 프로듀서로서 완벽하게 뒤로 한걸음 물러나 감독이 제몫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그림자 역할을 해낸 것으로 평가된다.
물론 <아버지의 깃발>의 경우 스필버그식, 미국식 신파 애국주의의 냄새가 물씬 풍겨나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아버지의 깃발>은 영화 테크닉 측면에서나 (합리적) 보수주의의 애국심을 기술적으로 고취시키는 측면에서나 스필버그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 많은 부분 기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계속되는 플래쉬 백을 통해 보여지는 이오지마 섬 상륙 과정에 있어서의 살륙의 전투장면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연상시킨다. 그 영화에서 스필버그는 영화가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잔혹한 전투씬을 표현해 내는데 성공했으며 이번 작품에서도 그점에 있어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일정한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노장 감독은 자신의 새영화가 개봉과정에서 자칫 자국중심의 애국주의에 빠질 수 있음을 간파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는 '노인네' 특유의 노련함과 현명함, 통찰력으로 그와 상응되는 영화 한편을 더 연출하기 위해 고집을 피웠고, 그것을 이뤄내는데 성공했다. 그 작품이 바로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다.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는 역시 유황도인 이오지마에서 미군의 총공격에 맞서 싸우다 전사한 쿠리바야시 타다미치 중장의 이야기를 그린다. <아버지의 깃발>에서 간과했음직한 상대편 이야기, 비록 적군이지만 담아내야 할 사람의 이야기를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를 통해 보여주려 한 것.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국가를 위해 희생한 미군들에 대해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는 그들(일본군)도 어떤 존경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전쟁(이오지마 전투), 그리고 이 세상의 모든 전쟁에서 싸워야 했던 양쪽 편 모두에 대해 너무나 안타까움을 느낀다. 이런 상황에서 희생된 죄없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만약 우리가 지금 그 젊은이들을 통해 삶의 어떤 부분을 보여줄 수 있다면, 생명을 바쳤던 그들을 기리는 일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는 오는 2월25일에 열릴 아카데미 시상식 감독상 후보로 올라있는 상태다. 하지만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는 <아버지의 깃발>을 보지 않으면, <아버지의 깃발>은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를 보지 않으면 양쪽 모두 다소 불충분함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국내에서는 당분간 <아버지의 깃발>만을 볼 수 있게 됐다. 두 영화의 배급사인 워너브라더스 코리아가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의 개봉에 다소 신중을 기하고 있기 때문. 그렇게 된데는 일본에 대한 국내 관객들의 '민족적 감정'을 다분히 고려한 탓도 크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두 영화를 '민족주의'적인 시각으로 보는 것은 다소 편협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두 영화 모두 궁극적으로는 전쟁의 참혹함, 따라서 반전의 분위기를 강하게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휴머니즘은 항상 민족주의를 앞서는 법이다. 두 영화의 동시 개봉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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