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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무렵 임동원-이회창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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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무렵 임동원-이회창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나?

임동원 "정상회담 전 수차례 면담 요청…거부 당해"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김대중 정부가 회담 개최 사실을 사전에 알리기 위해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에게 수차례 만날 것을 요청했으나 이 전 총재가 이에 응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임동원 전 국정원장은 지난 달 26일 "김대중 대통령의 특별 지시로 1999년부터 서너차례 이회창 총재에게 '남북관계에 관한 중요한 내용' 때문에 만나자는 연락을 제3자를 통해 하거나 직접 면담 의사를 타진했지만 응답이 없었다"고 당시의 비화를 털어놓았다고 다수의 소식통이 전했다.

이같은 발언이 사실이라면, 이는 당리당략을 떠나 초당적으로 대처해야 할 남북관계에서도 여야간 협력이 불가능한 한국 정치의 현실을 보여주는 한 사례로 기록될 만하다.

"이회창, 정상회담 전후 면담 요청 모두 거부"
▲ 지난 2001년 4월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를 찾은 임동원 당시 통일부 장관.

임 전 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열린 경남대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연찬회에서 이같은 사실을 처음 공개했다.

공식 발표가 끝난 뒤 자유토론 순서에서 '2000년 4.13 총선을 불과 사흘 앞두고 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밝힌 것이 남북관계를 정권과 특정정당의 당리당략에 이용한다는 비판과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는 한 참석자의 지적에 대해 임 전 원장이 답변하는 가운데 관련 내용을 공개한 것.

임 전 원장은 이 전 총재에게 사전에 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알리라는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지시에 대해 이 전 총재가 면담 요청을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간접적으로 부정적 의견을 밝혔지만, 김 전 대통령이 거듭 '야당 총재에게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당시 정황을 설명했다.

그는 "사전에 제3자를 통해 면담을 요청할 때 '정상회담에 관한 일'이라고 밝히지는 못하고 '남북관계에 관한 중요한 내용'이라고만 사유를 전했다"고 밝혔다.

임 전 원장은 그렇게 최소한 두 차례의 면담 시도가 불발된 뒤 "청와대에서 회동이 있었을 때에도 제가 이 총재에게 직접 면담 요청 사실을 확인하자 '알고 있었다'고 시인했지만 만나겠다는 언질은 없었다"고 말했다.

임 전 원장은 이어 "6.15 정상회담이 성사되고 난 뒤에도 좀 더 자세한 내용을 브리핑하기 위해 다시 면담을 요청했지만 그 때도 회답이 없었다"고 말해 김대중 정부에서 야당과 정보를 공유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게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미국 측에도 주미대사 통해 정보 충실히 제공"

임 전 원장은 또 6.15 정상회담 과정에서 미국과 정보 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그는 "6.15 정상회담은 당시 스티븐 보스워스 주한미국대사를 통해 남북 간에 진행되던 모든 논의를 미국 측에 전달했다"면서 "그 정보는 미국의 대통령, 부통령, 국무장관, 국방장관, 중앙정보국장, 백악관 안보보좌관 등 미국 정부 수뇌부 6명에게만 전달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들 외에는 국무성의 코리아 데스크나 한국관련 전문가들도 전혀 모르게 진행돼서 초기에는 한반도 관계 관료들과 전문가들이 한국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을 미국과 상의하지 않고 진행했다는 의심과 불평을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수뇌부에서 이미 자세히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잠잠해졌다"고 말했다.

임 전 원장은 "남북정상회담을 김대중 정부가 야당 및 미국과 협의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연찬회는 공개된 자리였지만 임 전 원장의 발언은 토론이 끝날 무렵에 나왔고, 당시 토론회를 취재하러 왔던 기자들도 모두 철수한 뒤여서 임 전 원장의 발언은 외부로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회창 측 "왜 이제야 공개하나"

이에 대해 이회창 전 총재 측의 이종구 공보특보는 <프레시안>과의 전화 통화에서 "그런 얘기는 전혀 들은 바 없다"며 "임 전 원장이 왜 한참 지난 이제야 이런 사실을 공개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김대중 정부가 야당 쪽에 미리 얘기하려고 했다고 해서 남북정상회담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했다는 의혹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 않냐"고 덧붙였다.

이 전 총재에게 김대중 정부 측이 면담을 요청한 사실은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날 연찬회에 참석했던 이부영(당시 부총재)·윤여준(당시 여의도연구소 소장) 전 의원도 이같은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확인했다.

이 전 총재가 임 전 원장의 요청을 거부한 것은 당시 정황을 보면 이해못 할 일은 아니다. 1997년 대선 이후 총풍사건, 세풍사건 등 이회창 총재가 직간접적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정치 사건들이 줄지어 터졌고, 다른 사람도 아닌 국정원장이 면담을 요청한 데 대해 이 전 총재가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참모진들이나 당 내 의견도 묻지 않고 독자적인 판단으로 이 전 총재가 이를 거부한 것이 사실이라면, 특히 다른 일도 아닌 '남북관계'와 관련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부적절한 처신'이었다는 비판을 피해가기 힘들어 보인다.

"昌, 남북관계 비전 없었던 것 아니냐"

이날 연찬회에 참석했던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그간 야당은 '북한과의 정상회담이 투명하지 못했다', '국민적 여론을 수렴하지 않았다', '비밀주의·밀실주의였다'는 등의 비판을 해 왔다"면서 "임 전 원장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야당의 주장이 상당히 취약해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 문제가 비단 지난 정권에 국한된 게 아니다"면서 "남북문제에서는 여야가 초당적 협력을 하고 머리를 맞댈 수 있는 상호 파트너십이 필요하지만 지금 상황은 남북문제에 정치구도가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특히 남북 문제와 관련된 국내 정치권의 최근 논란과 관련해 "한나라당이 남북정상회담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대선을 앞두고 진행되고 있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국면을 깨지 말라는 것"이라고 해석하면서 "그런 상황을 유지하기 위해 1년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북핵문제를 풀고 남북관계를 진전시킬 수 있는 모색을 정부가 하지 말라는 것이야말로 정략적 접근"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연찬회에 참석했던 또 다른 인사도 "독일에서도 통일 문제에서 여야간 입장 차이나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여야 사이의 정보교환과 기본적인 신뢰는 유지되면서 결과적으로 통일에까지 이를 수 있었다"고 상기시키면서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 및 최근 야당의 처신에 아쉬움을 표시했다.

그는 "햇볕정책을 내세운 김대중 정권이 야당 총재에게 중요 사안에 대해 브리핑 것이 있다고 요청할 경우 정상회담과 같은 중대사안이라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을 데 이 전 총재가 이를 거부한 것은 지나치게 소극적이거나 남북관계에 대한 비전과 대안이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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