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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을 '악플'로 두번 죽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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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을 '악플'로 두번 죽이려나"

<기자의 눈> 악플 문화와 불감증 사회

지난 21일 자살한 가수 유니(26) 씨의 죽음의 원인 중 하나가 누리꾼들의 '악플'(악의적 댓글)인 것으로 추정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과거 우울증 증세로 치료를 받은 적 있는 그가 2년 만에 컴백을 앞두고 돌연 목숨을 끊은 것이 악플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주장을 소속사와 유족들이 제기하고 있다.

그간 일부 누리꾼들은 성형수술 전력이 있는 그에게 '인조인간' '성형중독자' 등 인신모독성 비난을 서슴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김형칠, 김형은, 유니…악플로 두 번 죽는 고인들
▲ 지난 21일 사망한 가수 유니 씨. ⓒ뉴시스

물론 유서조차 남기지 않은 그의 돌연스런 죽음의 원인을 완전히 밝히기는 어렵다. 악플 때문이라고 단정하는 데에도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의 죽음은 오랜만에 내놓는 3집의 성공에 대한 중압감, 현실적으로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문제에 대한 부담감, 소속사와의 갈등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예인 등 공인에 대한 악플로 인해 최근 연이어 불미스러운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볍게 여길만한 문제가 아니다.

유니 씨의 죽음에 악플이 그 원인 중 하나라는 사실이 알려진 뒤에도 "잘 죽었다"는 등 일부 누리꾼들의 악플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 교통사고로 사망한 개그맨 김형은 씨의 경우에도 일부 누리꾼들이 고인의 미니 홈피에 "사람 죽는 게 대수냐"는 등 악플을 올려 비난을 샀다.

또 올해 초 도하아시안게임에 승마 국가대표로 출전해 경기 도중 낙마 사고로 숨진 고 김형칠 선수에 대해서도 포털 사이트 관련 기사에 악플이 달리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1989년 당시 전대협 대표로 북한을 방문했던 임수경 씨의 아들이 지난해 1월 필리핀에 연수를 갔다가 사고사를 당했을 때에도 누리꾼들의 악플이 이어졌다. 임 씨는 악플을 단 누리꾼들을 고소해 결국 악플러(악플을 단 사람) 14명에게 벌금 100만 원이라는 첫 사법 판결이 내려졌었다. 임 씨가 운동권 출신이라는 점이 작용했겠지만 당시 대부분의 악플러가 40대 이상의 대학교수, 회사원 등이었다는 점에서 또한번 충격을 줬다.

이밖에 가수 비, 탤런트 김태희 씨 등이 자신과 관련된 헛소문을 유포하는 누리꾼들을 고소하기도 했었다.

현행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악플을 단 네티즌은 최고 7년 이하 징역, 5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타인의 고통에 공감 못하는 '불감증'이 근본 원인

이번 유니 씨의 죽음을 계기로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악플 문화를 근절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일각에선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누리꾼들의 악플이 인터넷 상의 익명성에 기댄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실명제를 도입할 경우 임수경 씨의 사례에서 드러났던 것처럼 일정 정도 사회적 지위를 가진 특정 계층 누리꾼들의 악플은 근절될 것이다.

하지만 '김형은 악플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일부 누리꾼들은 자신의 미니홈피 방문자 수를 늘리기 위해 악플을 다는 등 신분이 노출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최근 인터넷 사용 연령대가 갈수록 낮아지면서 초등학생 누리꾼들이 악플 문화를 강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또 상당수의 사이트에서 회원 가입 시 주민등록번호 기재 등을 통해 사실상 실명제를 실시하고 있는 데도 악플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실명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한 사람의 죽음과 그로 인한 주위 사람들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는 누리꾼들의 '불감증'이다. 근거 없는 헛소문으로 인해 고통받을 이들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하는 누리꾼들의 '불감증'과 이것이 용인되는 세태의 문제라고도 할 수 있다. 타인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는 감수성을 잃어버린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모습이 인터넷에선 악플 문화로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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