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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10년, 한국은 '기업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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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10년, 한국은 '기업사회'"

[화제의 신간]김동춘의 <1997년 이후 한국사회의 성찰>

외환위기 이후 10년, 한국사회는 '기업사회'로 변모했다고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는 주장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005년 1월 "대학은 산업"이라면서 당시 교육부총리로 경제부총리 출신인 김진표 열린우리당 의원을 임명한 사건, 현 정부를 386 운동권 출신들이 장악했다고 하지만 정작 행정부 각 영역은 경제 관료들이 장악하고 있는 현상 등은 이런 주장을 증명해 주는 예들이다.

김 교수는 1970-1980년대 한국사회가 '군사형 사회'였다면 외환위기로 신자유주의를 전면 수용한 한국사회는 각 분야에서 '효율성'이 최우선 잣대로 작용하는 '기업사회'로 변화했다고 말한다.

CEO대통령, CEO총장, CEO장관...

김 교수는 최근 발간된 <1997년 이후 한국사회의 성찰 : 기업사회로의 변환과 과제>(길 펴냄)란 책에서 이같은 주장을 펼쳤다. 그는 특히 이 책을 통해 처음 발표하는 "'민주화' 이후의 한국사회"란 논문에서 '기업사회'로 변한 한국사회의 일그러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 교수는 기업사회에 대해 "시장이 사회를 식민화한 상태"라고 정의내렸다. "시장이 사회조직의 일부가 아니라 사회가 시장의 일부인 것으로 나타나는 상황, 기업이 하나의 사회조직이 아니라 모든 조직의 이상형으로 부각되는 현실"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CEO 대통령, CEO 장관, CEO 시장, CEO 대학총장에 이르기까지, CEO는 우리사회의 가장 바람직한 리더의 모델이다.

구성원들의 자발적 동의와 헌신에 기초한 기업사회

기업사회는 철저한 '계급사회'라는 점을 김 교수는 중요한 특징으로 지적한다. 기업사회에서 경쟁력이 없는 기업, 소비자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조직이나 개인은 퇴출된다는 점에서 기업사회는 구매력 있는 상류층이 주권을 행사하는 소비자 주권의 사회이면서 동시에 계급사회라는 것.

문제는 이같은 기업사회가 구성원의 자발적 충성에 의해 재생산되고 공고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이 식민화는 총과 칼을 앞세운 것이 아니라 생산성·효율성을 명분으로 한 이데올로기,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동의와 헌신에 기초하고 있다"면서 "사회구성원들의 일상적인 의식과 실천을 통해 일상화한다"고 지적했다.
▲ <1997년 이후 한국사회의 성찰 : 기업사회로의 변환과 과제>(김동춘 지음,길,2006) ⓒ프레시안

대기업의 엘리트가 정부·정치권의 엘리트보다 더 높은 사회경제적 지위를 차지하는 것이 가능한 것도 사회구성원들의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연말에 실시하는 언론사들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은 신뢰도나 영향력 면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또 방송사의 간판급 앵커, 유능한 경제 관료, 능력있는 검찰과 변호사 등이 '삼성'을 비롯한 유수의 대기업에 취업하고 있다. 김 교수는 그간 삼성전자의 노력과 성공을 폄하할 필요는 없지만 이처럼 유능한 인재들이 그 뛰어난 능력으로 대기업의 이윤 극대화에 복무하고 있는 현실이 과연 정상이라고 볼 수 있는지 문제제기하고 있다. 그는 더 나아가 삼성이 1등이자 국가 경제 그 자체이므로 삼성 비판은 중지돼야 한다는 논리가 사회를 지배하고 있어 시민사회나 언론, 정치권의 기업 비판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국민이 대기업을 키운 것이 아니라 기업이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민을 먹여 살리고 있다"는 대기업과 그 주변 세력이 퍼트린 잘못된 인식 때문에 나타난 현상들이다.



"주체의 복원이 유일한 해법"

김 교수는 "향후 10년 동안 기업에 대한 견제장치가 없다면 한국은 미국과 같은 수준의 기업사회로 변화해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기업사회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은 지난 10년간 한국사회의 변화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기업사회 정도와 양극화의 심화 정도는 비례한다. 

"한국 직장인들 중 10%만이 행복감을 느낄 정도로 기업 사회의 구성원은 피곤하고 힘들다. 기업사회의 소외와 차별, 억압은 사회적으로 주변화, 개인화되고. 탈락자들은 그 책임을 자신에게 돌린다는 점에서 정치적 차별보다 더 무섭다. 그것은 기업사회의 이데올로기가 패배자들에게도 철저하게 내면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분신자살은 그러한 고립화되고 개인화된 저항의 전형이다."

김 교수는 기업사회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주체의 복원'을 강조한다.그는 "우리 모두는 정치경제 현장에서도 종업원 혹은 소비자로 호명되고 있지만 소비자는 결코 시민이 아니며 주체가 아니다"면서 스스로 유권자이며, 노동자이며, 주민이며, 학부모이며, 자신의 귀중한 삶의 방향을 선택해야할 존엄한 인간이라는 점을 자각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모든 이가 피해자인 동시에 어떤 점에서는 가해자이기도 한 이 기업사회의 거대한 물결 속에서 자신의 존재와 처지에 대한 자각을 일깨우는 새로운 페다고지가 요청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원칙 아래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시장으로부터 독립해야할 공공의 영역으로 그는 '정치'를 꼽았다. 그는 "기업사회를 견제할 수 있는 버팀목은 정치 및 시민사회일 수밖에 없다"며 "대중의 관심과 참여, 조직화만이 정치가, 정당, 의회로 하여금 그러한 역할을 수행하게끔 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춘 교수는 이 책에서 기업사회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1. 자본의 고유한 권력인 생산 지휘권이 극대화되고 사회 영역으로 확대된다.

2. 정치.사회가 기업활동을 통제하기보다는 오히려 그것에 봉사하는 역할을 한다.

3. 기업이 생산성이 곧 국가나 사회의 생산성으로 간주된다.

4. 1인 1표의 원리가 아닌 소유 지분만큼의 권리 원칙이 기업 외의 사회 조직에도 적용된다.

5. 대기업 및 기업가 단체가 단순한 경제문제 뿐만 아니라 정치.사회 영역까지 간섭한다.

6. 정치 활동, 정책 생산, 법원, 미디어 등은 주로 대기업들의 이익을 보호하는 쪽으로 기울어진다.

7. 국민.시민.주민 혹은 기업의 판매망 안의 모든 사람들은 곧 소비자로 불린다.

8. 모든 정부.사회 조직의 우두머리는 경영자 CEO를 이상적인 역할 모델로 설정한다.

9. 조직의 목표가 기업과는 가장 거리가 먼 조직, 예를 들면 교회와 학교까지도 기업의 모델을 따라서 자신을 재조직한다.

10. 정치.사회 엘리트 층까지도 주로 기업 경영자 출신이 차지하게 된다.

11. 노조활동은 대체로 기업 경영의 방해물로 간주된다.

12. 행정부는 기업조직을 모델로 한다. 정부 부처 중에서는 경제부처가 다른 모든 부처를 압도한다.

13. 경제학이 사회과학 중의 사회과학이 되고, 또다시 회계학과 경영학이 경제학을 대신한다.

14. 경쟁력이 없는 것은 곧 부도덕한 것으로 간주된다. 공공성은 곧 무책임과 동일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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