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통합신당파 4개 모임(희망21, 실사구시, 안개모, 국민의 길) 대표자들은 12일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국민대통합 신당추진 의원협의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이들은 또한 개헌의 진정성 전달 차원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당적 정리를 요구했다.
"노 대통령의 탈당과 정계개편은 무관하다"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신당추진을 논의하는 모임이 이같이 요구함에 따라 노 대통령의 탈당 문제는 당 진로 문제와 떼어보기 힘들게 됐다. 우리당 내에 확연해진 '신당 박차-개헌 퇴각' 분위기와 맞물려 소위 '투 트랙' 전략(개헌과 신당의 분리 병행추진 전략)은 사실상 의미를 상실했다.
통합신당 세몰이…비공식 추진기구 구성키로
비공개로 진행된 회동 후 전병헌 의원은 "노 대통령의 개헌 제안의 진정성을 보다 순수하고 충분하게 전달하고 성공적인 국정 마무리를 위해 대통령이 언급한 당적 정리를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전 의원은 "신당 추진과 개헌, 노 대통령의 탈당 문제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전날 청와대의 '개헌 오찬'에서 김한길 원내대표도 같은 취지로 노 대통령의 당적 정리 검토를 요청했었지만, 통합신당파 대오가 합의된 의견으로 이를 재확인한 것은 사실상 정계개편과의 관련성 하에서 노 대통령의 탈당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야당의 요구를 전제로 탈당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노 대통령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인다.
4개 모임은 한편 당의 공식기구인 '전당대회 준비위' 활동과 상관없이 신당추진을 위한 비공식 기구인 '국민대통합 신당추진 의원협의회'를 구성해 본격적인 세몰이에 나설 방침이다. 전 의원은 "통합신당 추진의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함께 하는 의원들을 중심으로 조만간 협의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전 의원은 "전당대회는 당의 발전적 해체를 통해 국민대통합 신당을 결의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며 "전대 준비위가 성격과 의제를 모호하게 합의해 전대 이후까지 혼란과 혼선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의원협의회에 동참할 의원수는 "80여 명은 된다"고 덧붙였다.
전 의원은 "통합신당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 대세이고 이를 위한 구심점이 필요하다"며 "당장은 우리당 내 모임으로 구성하되 추후 통합신당 추진에 참여하는 여야 의원들의 모임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오는 17일 통합신당 추진의 방향과 내용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신당파 내부 정체성 갈등도 확산
그러나 당초 이들과 신당추진 논의를 함께 해 온 김근태계의 민평련이 이날 모임에 불참해 신당파 내부의 균열상을 노출했다.
민평련을 대표해 모임에 참석해 온 정봉주 의원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통합신당의 기본 정신은 덧셈의 정치인데 일부에서 아직 만들어지지도 않은 통합신당의 정체성을 중도실용으로 정해놓고 뺄셈을 주장하고 있다"고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정 의원은 "우리는 그 점에 대해 동의할 수 없기 때문에 신당파 모임에서 발을 빼기로 했다. 이는 민평련 내에서 합의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특히 "통합신당의 주축이 된 김근태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에게 2선으로 후퇴하라고 하고 특히 김 의장을 좌파라고 하는 것은 개혁진영을 배제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그 사람들은 통합신당 세력을 민주당과 고건 전 총리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우리는 제3세력과 평화개혁세력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실사구시파를 이끄는 강봉균 정책위의장이 최근 김근태 의장을 '좌파'라고 공개 비판한 데 이어 중도보수성향인 안영근, 조배숙 의원 등이 김 의장의 '2선 후퇴론'을 제기한 데 대한 반격인 셈이다.
전병헌 의원은 그러나 민평련의 모임 불참과 관련해 "통합신당이라는 큰 틀에 생각이 같기 때문에 함께 하게 될 것"이라고 무마했다.
염동연 "다음 주 중 탈당"
한편 선도탈당 흐름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염동연 의원은 이날 오전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이몽룡입니다>에 출연해 "전당대회 준비위원회에서 해체 선언까지 포함하는 그런 의제 설정이 되지 않는 한 탈당하려 한다"며 "선도탈당 결정은 국민에게 한 약속"이라고 확인했다.
염 의원은 탈당 시기와 관련해 내주 중으로 예상되는 당헌개정 가처분 신청 결과와 맞물리지 않겠느냐는 관측에 대해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염 의원은 탈당 규모와 관련해 "내가 주도해 조직화해서 나오겠다는 것은 아니고 그런 힘이 있는 것도 아니"라면서도 "당 내의 많은 분들이 탈당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김낙순, 임종석, 정장선 의원 등 동반 탈당 대상으로 거론되는 이들에 대해서는 "정계개편과 관련해서 제안을 해 본 분들"이라며 "비교적 저와 의견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이계안 의원에 대해서는 "탈당 결심을 접거나 그러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동반 탈당의 기대를 드러냈다.
그러나 전병헌 의원은 "전당대회가 제대로 안되면 절대소수가 움직이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해 사실상 친노계 등 당 사수파의 탈당을 압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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