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프로그램 개편을 두고 최근 조중동의 비판적 기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정연주 KBS사장 취임후 나타난 현상이다.
<사진1>
조선일보는 13일 사설에서 KBS의 새 프로그램 '인물현대사'가 "국가 기간방송이 대학에서 하는 이른바 '의식화 교육'을 전 국민을 상대로 확대하는 사태와 마찬가지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 역시'인물현대사'를 타겟 삼아 조직 내부의 '파워게임'에서 '역사스페셜' 팀이 밀린 것처럼 보도했다. 하지만 '인물현대사'가 이미 오래전에 기본적인 구상에 들어간 프로로 KBS가 역사교양프로를 한꺼번에 두 가지나 제작할 여력이 없다는 점은 출입기자들도 잘 알고 있었던 사실이다.
중앙일보는 12일 'KBS가요무대에 개혁불똥'이라는 기사에서 '가요무대' 진행자 김동건 아나운서의 교체가 마치 정연주 사장의'개혁코드'와 맞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은 뉘앙스로 보도했다.
이렇듯 조중동이 KBS 개편을 앞두고 비판적 논조를 드러내는 것은 정연주 사장 취임후 KBS가 보일 '변화'에 대한 긴장감이 깔려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이 많다. 일각에서는 KBS가 새로이 오는 28일부터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미디어 포커스'를 시작키로 한 데 대한 우려가 깔려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프로가 기획되기 전 유일한 미디어 프로그램이었던 MBC'미디어비평'의 경우 방송분량 중 약 70% 가 조중동에 대한 고발과 비평이었기 때문이다.
'미디어 포커스'의 팀원인 이재강 기자는 "언론계에서 윤리의 파수꾼이 될 것을 자임한 만큼 모든 팀원이 특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며 "미디어 비평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보도비평과 미디어 이슈 추적이나 현장탐방으로 갈 것 같은데 결국 영향력이 있는 매체들을 주로 다룰 것"이라고 방향을 밝혔다.
'미디어 포커스'의 진행자로는 동아일보 기자출신인 언론인 김신명숙씨가 내정됐다. 김신명숙씨를 그녀가 편집위원으로 있는 'IF'(이프) 편집실에서 만나보았다. 편집자주
***김신명숙씨 인터뷰 전문**
프레시안 : 방송계에서는 아직 크게 지명도가 있는 것은 아닌데, 주요프로의 진행을 하게 된 계기는?
김신명숙(이하 김) : 여성문제등과 관련해 TV토론에 나가고 라디오에 일주일에 한번씩 나가다가 자연스럽게 K-TV에서 진행을 하게 됐고 이번 일로 연결이 됐다.
프레시안 : 이번에 진행을 맡게 된 구체적인 경위는?
김 : 제작진이 진행자를 내부에서 뽑을지 외부에서 뽑을지도 한참동안 논쟁을 했다고 들었다. 내가 결정이 된 이유는 여성이라는 점도 고려를 한 것 같다. 전에 내가 '길종섭의 쟁점토론'에 출연한 것과 K-TV(유선방송 국립채널)에서 생방송을 1년 넘게 한 것이 역시 중요하게 여긴 것 같다. 방송을 내 맘대로 막한 것 같은데 (웃음) 진행을 잘하는 것으로 비춰진 것 같다. 한달쯤 전에 처음이야기가 있었고 2,3일전에 갑자기 결정이 됐다.
프레시안 : 프로그램의 방향성에 대한 회의도 한 것으로 아는데?
김 : 프로그램을 직접 만드는 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김찬태 PD와 대화를 나눴는데 아직은 큰 방향과 기획의도만 잡은 상태라고 보면 된다. 집으로 치자면 방 같은 큰 틀은 잡혀 있으나 그 안의 구체적인 인테리어나 배치라고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여러 가지 방안을 논의하는 중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프레시안 : 전체적인 프로그램 구성에 대한 논의는 있었나?
김 : 저널리즘 비평, 이 한 장의 사진, 시사만평 등 6개의 꼭지로 이뤄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실제 28일 첫 방송은 내가 진행을 하진 않을 것 같다. 과거 KBS의 보도에 대한 자기반성을 중심으로 하는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첫 방송이 나가고 나는 그 다음주인 7월 첫 주부터 진행을 한다.
프레시안 : 아직 구체화된 내용은 없다는 것인가?
김 : 아직까지 내부에서 계속 말이 오가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는 제작이 늦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치열하게 논의를 하느라고 그런 것으로 안다.
프레시안 : 시사프로그램을 여성이 혼자서 매인으로 진행하는 경우는 드문 일인 것 같다.
김 : 여성을 발탁한 점에서 우선은 전향적으로 보고 있다. 내가 들어가서 일을 한다면 여성의 영역을 넓히는 것이 된다고 봤다. 그래서 페미니스트로서 내가 해야 한다고 봤고 깨지더라도 다음에 올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기회가 왔는데 내가 안 한다면 여자들에게 죄를 짓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진2>
프레시안 : 진행자로 결정되고 나서 정연주 사장과도 면담을 했다고 들었는데?
김 : 나를 진행자로 결정한 것은 실무를 담당하는 PD였고 진행자로서 인사를 나눈 정도였다. 정 사장은 '이런 저런 방향으로 가라'는 식의 압력을 일체 주지 않고 아래로부터 능동적인 개혁을 이끌려고 노력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프레시안 : MBC '미디어 비평'과의 차별화나 시청률 문제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김 : 프로그램을 만드는 제작진도 그런 점이 가장 고민인 것 같았다. 특히 극소수의 사람만 보는 프로가 되지 않도록 아카데믹한 면과 대중적인 요소를 절충하려는 것 같다.
프레시안 : 요즘 미디어를 다루는 방송프로나 신문기사가 늘고 있는 점을 '동아' 출신 입장에서 어떻게 보는가?
김 : 언론문제는 개혁의 중요한 화두 중 하나라고 본다. (잠시 사이) 동아나 특정신문을 지목하고 싶지는 않지만 일부신문의 왜곡되고 편향된 논조나 지면의 사유화는 큰 문제라고 본다.
프레시안 : 언론개혁에서 자신이 특별히 주목하는 부분이 있다면?
김 : 우리 언론이 아직도 소수자나 약자에 대한 배려나 관심이 너무 부족하다고 본다. 여성을 다루는 기사에 대해 예를 들자면 내가 기자협회보에도 쓴 일이 있는데 '남성 못지않은', '주부', '미녀' 이런 표현이 아직도 아무 문제의식 없이 쓰인다. 그리고 언론사 내부의 가부장적인 분위기도 문제다. 솔직히 언론사의 가부장적인 경직성은 우리사회에서도 중간보다도 아래라고 본다. 벽이 아직은 높다.
프레시안: 마지막으로 하고픈 말은?
김 : 미디어에서 이제까지 여성의 역할이 남성보다 비중이 적었던 것이 사실이다. 시사프로는 특히 남성 중심적이었다. 이를 깨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여겼다. 이런 제의를 받을 때 내가 있을 자리가 아닌데 오라는 경우가 있고, 갈 수 있을 것 같은 자리가 있다. 이번 진행은 10년 언론사 근무를 했고 생방송 진행도 해 봐서 나와 크게 떨어져 있는 일은 아니라고 여겼고 열심히 할 수 있겠다고 여겼다.
프레시안 : 바쁜 일정에 인터뷰에 응해줘서 고맙다.
김 : 관심을 가져줘서 고맙다. '페미니즘'이라면 무조건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내가 진행한다고 미디어 비평하는 프로그램까지 마구 공격을 할까봐 그게 좀 걱정이 된다.(웃음)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