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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군대에 금연 바람 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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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군대에 금연 바람 불까?

면세담배 1인당 월 5갑으로 축소…2009년엔 폐지

뙤악볕 아래에서 숨을 헉헉 거리며 삽질을 하거나 무거운 군장을 메고 터벅터벅 행군을 하다 "10분간 휴식"이라는 구호에 맞춰 그늘 등 쉴만한 곳에 퍼질러 앉아 피워물던 한 개비의 담배…. 이제 이런 장면을 찾아보기 힘들게 될지도 모르겠다.

국방부의 '장병건강 증진을 위한 군 면세담배 공급 축소·폐지 계획'에 의해 그 동안 한 달에 1인당 10갑을 살 수 있었던 면세담배의 양이 2007년부터는 5갑으로 줄어들게 된다. 당초 면세담배 구매량은 월 15갑이었으나, 2006년 10갑으로 줄었고 2007~2008년에는 5갑으로 더 줄어들며, 2009년에는 완전 폐지된다.

군 면세담배는 창군 이후 1981년까지 '화랑'이 지급됐고, 이어 '은하수', '한산도', 백자'가 80년대에 지급됐으며, 90년대 들어서는 '솔', '88라이트'가 지급됐고 2000년대에는 '디스'로 바뀌었다. 가격도 은하수, 한산도가 100원이었고, '88라이트'가 204원이었으며 현재 지급되는 '디스'는 250원이다.
▲ 2007년부터 군대 공급 면세 담배가 1인당 월 5갑으로 줄어들고, 2009년부터는 완전 폐지된다. ⓒ프레시안

저가에 공급되기 때문에 흡연하는 장병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줬으나, 일반 사회에서 피우는 담배에 비해 품질이 떨어져 "군팔(군 면세용 88라이트) 피우다 사제 88 피우니 담배 피우는 것 같지도 않더라", "세금과 함께 품질도 면제한 것이냐"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군대에서는 암구어(피아 식별을 위한 암호) 시범을 할 때 '화랑/담배'라는 예가 공식화될 정도로 장병들에게 면세 담배는 하나의 문화 코드였으며, 군대에서 흡연을 시작하는 사람들도 꽤 많았다. 보통 월급과 함께 담배가 지급되기 때문에 월급날 즈음이 되면 부대 내에서 담배 기근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사회에서는 금연 열풍이 불어 흡연율이 떨어지고 있고, 군대 내 흡연율도 떨어지고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1999년만 해도 군 장병 흡연율이 72%였지만, 2003년에는 66%, 2005년에는 59%까지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시범적으로 금연클리닉을 실시한 부대는 흡연율이 39%까지 떨어진 것으로 보고됐다.

군은 면세담배 공급 제한 외에도 장병들의 금연을 돕기 위해 군 의무부대를 중심으로 금연클리닉을 운영하고 있고, 금연자에 대한 포상을 통해 금연을 유도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이 금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사회 각계에서의 반응이 좋다"며 "장병들의 건강 향상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골초 장병'들은 면세담배 공급 축소에 머리 속 계산이 복잡하다. 하루에 반 갑 씩만 피워도 한 달에 피우는 담배의 양은 15갑. 10갑이 모자란 셈이다. 담배를 끊거나 획기적으로 줄여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PX에서 비면세 담배를 구입해야 한다. 그러면 한 달 비용 부담은 '디스' 기준으로 2만 원. 이는 월급 8만 원(상병. 2007년 인상)에 비추어 부담스러운 액수다. 사실상 담뱃값 인상효과와 같다.

강원도에서 군 복무를 하는 김모 상병은 "면세담배 양이 5갑으로 줄어들 것에 대비해 벌써부터 흡연자들이 비흡연자의 담배 구입량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시작됐다"며 "간부들은 술도 면세로 마시는데 병역 의무를 하는 사병들에게 면세담배 공급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과도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얼마 전 전역한 예비역 병장 김모 씨는 "흡연자들도 훈련소에서는 금연하면서 잘 지낸다"며 "일반 사회에서 흡연하던 사람들이 군대에 와서 금연할 수 있도록 각종 제도적 환경적 지원을 해서 담배를 끊게 해주면 그게 개인에게는 더 좋은 것이고, 일반 사회의 금연 분위기를 군대가 따라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갖가지 결심과 계획을 세우는 새해가 되면 금연 열풍이 분다. 어떻게 보면 사회보다 흡연 환경이 나빠지는 군대에서도 과연 금연 열풍이 불 것인지 주목된다. 혹시 사병들의 주머니 사정만 더 열악해지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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