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2일 한미FTA 반대 총궐기 집회과정에서 광주시청의 유리창과 보안시설이 파손됐는데, 광주시는 광주·전남지역 13개 단체 회원 42명에게 2억2000만 원을 배상하라며 지난 1일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었다.
광주시청 기습 야적시위, "손해배상 철회 안 하면 현물로 하겠다"
'야적시위'에 대한 경찰의 원천봉쇄를 예상한 농민들은 이날 새벽 0시를 기해 기습적으로 트럭과 경운기를 이용해 광주시청 앞에 나락 80여 가마, 배추 2톤, 파프리카 200kg를 쌓고, 주변에 닭 20마리, 염소 3마리를 매 뒀다.
이 과정에서 강모(37) 씨 등을 비롯해 농민 3명과 대학생 1명이 경찰에 연행됐고, 경찰은 농민들이 더 이상 야적시위를 벌이지 못하도록 대형트럭 8대를 동원해 광주시청 진입로를 완전히 막았다.
이날 오후에는 광주전남연맹 소속 농민 100여 명이 광주시청 주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손해배상 소송 철회 및 한미FTA에 대한 광주시의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특히 "광주시가 손배소를 철회할 때까지 현물 납부 투쟁을 계속하겠다"고 밝혀 한동안 광주시청 앞은 대형트럭에 둘러싸여 있을 전망이다.
이날도 새벽에 기습적으로 쌓은 농산물 외에도 함평군 농민들이 나락 10가마, 무 1톤을 트럭 3대에 나눠 싣고 광주로 향하다 경찰에 의해 저지 당했고, 순천·강진 지역의 농민들도 배추 등을 싣고 광주로 향하다 경찰에 막혔다. 농민회 관계자는 "앞으로도 수시로 광주시청 앞에 농산물을 쌓겠다"고 경고해 경찰을 긴장케 하고 있다.
농민단체-시장 갈등…"유리창보다 농민 가슴 먼저 부서져"
박광태 광주시장과 농민단체 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날 야적시위에 대응해 광주시는 새벽부터 전직원을 비상출근시키는 한편, 별도의 성명을 통해 "시청 앞 농산물 야적투쟁 과정에서 도로점거나 화물차량, 농기계 방치행위, 농축산물 투척행위에 대해 관련법에 따라 강력히 대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손배소 철회 요구에 대해서도 "청사 파괴와 같은 폭력시위가 또 다시 발생할 경우 시민의 재산권 보호와 시위문화 개선 차원에서 철저한 형사고발과 손해배상 등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강조해 손배소를 철회할 뜻이 없음을 시사했다.
반면 광주·전남 지역 농민들은 박 시장을 전두환 전 대통령에 비유하며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호남지역의 감정을 감안하면 단순 불만을 넘어 격한 분노 수준으로 올라선 것이다.
전국농민회 게시판에는 "11월 22일 이후 광주시장은 우리더러 폭도라고 하는데, 우리는 광주시장을 전두환이라고 말한다"며 "이런 내용의 플래카드를 지역 곳곳에 걸랍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플래카드 내용은 '시민 여러분, 조류독감보다 박광태 시장이 더 무섭습니다'. '농민이 폭도면 박광태는 전두환이다', '유리창보다 농민의 가슴이 먼저 부서졌습니다', '부시, 박광태, 김용갑 3인1색, 모두 막가파다', '민주당은 박광태를 제명하고 한미 FTA 반대를 공개 천명하라'는 등의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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