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중국대사관 소속 차량이 경찰의 음주측정을 거부하며 무려 8시간 30분 동안이나 대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특히 외교관의 민형사상 면책특권을 인정하더라도 사고나 범죄행위 예방을 위해 경찰이 강제 조치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강하다.
중국대사관 차량, 음주단속 거부 8시간 30분 대치 소동
서울 서대문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은 12일 오후 9시50분께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대 근처 도로에서 음주운전 단속을 하던 중 외교관 번호판을 단 차량에게 음주측정을 요구했다. 차 안에는 4명이 타고 있었다. 그러나 외교관 차량 운전자는 면책특권을 주장하며 음주측정 및 신분증 제시를 거부했고, 경찰은 외교관 차량을 골목길로 유도해 앞뒤를 막아섰다.
하지만 외교관 차량 안의 탑승자들은 문을 굳게 걸어 잠근 채 밖으로 나오지 않았고, 줄기차게 음주측정 및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는 경찰과 다음날 새벽 6시20분까지 무려 8시간 30분 동안 승강이를 벌였다.
경찰은 이 상황을 외교통상부에 통보했고, 외교통상부 직원과 중국대사관 직원들이 현장에 나온 뒤 신분과 정황을 서면으로 경찰에 제출하겠다고 약속한 뒤에야 중국대사관 차량은 현장을 떠났다.
이와 관련해 외교관의 '면책특권'의 인정범위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비엔나 협정은 "외교관의 신체는 불가침"(제29조)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어떠한 형태의 체포나 구금도 당하지 않도록 돼 있다. 외교관은 또 형사·민사 등의 재판 관할권에서 면제되는 치외법권적인 지위를 갖고 있다. 특히 외교관의 신체뿐만 아니라 주거나 재산 역시 불가침권을 갖기 때문에 '외교관 차량' 역시 불가침의 권리를 갖기 때문에 '치외법권'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따라서 경찰의 요구에 대해 외교관이 반드시 응할 의무는 없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외교관의 권리보호에 앞서 자국민의 보호를 위해 범죄 예방활동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음주운전이 의심되는 상황이고, 운전자가 외교관 신분증을 보여주지 않아 도난 차량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고, 해당 차량을 보내주지 않은 것은 적절한 조치였다고 본다"며 "범죄 예방 차원에서의 강제조치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민순 외교부 장관은 "외교관이 비엔나 협정에 따라 면책 특권을 누리지만 기본적으로 외교관은 주재국의 법령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며 "면책의 권리를 주장하기 전에 외교관으로서 주재국의 법령을 준수할 의무에 귀를 기울여 필요한 처신을 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동을 접한 누리꾼들도 "외교관은 마음대로 음주운전을 하고 다니다 사고를 내도 되는 것이냐"며 외교관의 국내법 준수를 주장하며 경찰을 칭찬했다.
또 일부 누리꾼은 "만약 술을 마신 상태가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외교관이 신분증을 보여준 뒤 그대로 주행을 했다면 어떻게 됐겠느냐"며 "아무리 국제조약이 앞선다 하더라도 이와 같은 경우에 혼선이 생기지 않도록 외통부 차원에서 외교관들을 상대로 가이드라인을 협약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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