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사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는 12일 대법원에 양형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원조직법 일부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의결했다.
정부가 제출한 이 법안은 양형위원회가 "법관이 합리적인 양형을 도출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양형기준을 설정하거나 변경"하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마련된 양형기준은 일반국민에게 공개된다. 현행 형법은 범죄에 대한 형량이 몇 년 이하의 징역 등으로 폭넓게 규정되어 있어 판사들이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양형위원회가 마련하는 양형기준은 법관이 참고하도록 할 뿐 법적 구속력을 갖지는 않는다. 그러나 "법관이 양형기준을 벗어난 판결을 하는 때에는 판결서에 양형이유를 기재"하도록 하고 있어 일선 법관들이 이 기준을 쉽게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주지방법원과 창원지방법원은 이미 자체적으로 제작한 양형기준표를 판사들이 적용하도록 해 국민의 신뢰감을 높였다는 평을 들어 왔으나 전국 법원으로 확산되지는 못했다.
사법 불신 해소될까?
여야간 큰 이견이 없어 이 법안의 국회 통과는 확실시 된다. 이에 따라 동일한 사건에 대한 형량이 들쭉날쭉해 생긴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사법 불신, 담당판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전관 출신 변호사를 찾는 관행 등이 개선될지 주목된다.
이번에 마련된 양형위원회 설치법은 일부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는 양형기준법이나 독립된 양형위원회 설치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지금까지 판사의 재량에 전적으로 맡겨져 있던 데 비하면 진일보한 것이라는 평이 많다.
지난 국정감사를 통해서 법원마다, 판사마다 다른 양형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 왔던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지금 보다는 나아질 것"이라고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열린우리당 문병호 의원도 "이 법의 통과로 양형편차와 그에 따른 사법부 불신을 상당히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다만 이 법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보다 엄격한 양형법을 제정하자는 주장과 양형위원회를 대법원 산하가 아닌 별도 기구로 설치하자는 주장도 있었지만, 한꺼번에 너무 많은 제약을 가하는 법을 도입할 경우에 판사들의 반발도 있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 대법원 산하에 양형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는 것이 문 의원의 전언이다.
이 법은 고등법원 상고부를 설치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과 함께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의 업무량을 줄이기 위해 고등법원에 상고부를 설치하자는 법안은 양형기준위원회 설치법과는 달리 찬반이 분분해서 이번 회기 중 통과를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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