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지난 주말 국제적인 영화제와 가요제를 통해 이라크 침공을 주도한 미국과 영국의 패권주의를 비판하고 미군의 기지사용을 거절한 터키에게는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미국의 '군사 패권주의'에 대한 유럽의 '문화 반격'인 셈이다.
***칸 영화제, 미 치부 고발한 '코끼리'에 대상**
25일(현지시간) 프랑스에서 막을 내린 56회 칸영화제에서는 미국작품인 '코끼리'(Elephant)가 최고상인 황금종려상과 감독상을 수상했다.
외형상으로는 이번 수상결과는 얼핏 미국영화의 약진으로 보인다. 하지만 구스 반 산트(50) 감독의 '코끼리'가 미국에서 실제로 있었던 교내 총기난사사건인 '컬럼바인사건'과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심사위원단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사진 - 영화 엘리펀트>
'코끼리'는 고등학생이 총기를 가지고 다닐 정도로 심각한 미국인들의 호전성을 실제 고등학생들을 캐스팅해 사실적으로 보여주며 '방안에 있는 코끼리'처럼 크고 불편한 미국사회의 병폐들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가한 작품이다.
특히 이 작품의 연출을 맡은 구스 반 산트 감독이 미국 TV뉴스의 선정성을 정면으로 비판한 '투 다이 포'나 가정폭력으로 상처받은 소년을 수용하지 못하는 미국사회의 모순을 그린 '굿 월 헌팅' 등 미국사회가 지진 약점들을 고발하는 작품을 주로 만들어온 인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유럽 문화계가 간접적인 방법으로 미국을 비난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코끼리'에 대상을 안겨 준 칸영화제는 작년에도 '컬럼바인사건'을 추적하여 미국의 호전성을 고발한 마이클 무어 감독의 '보울링 포 컬럼바인'을 다큐멘터리임에도 이례적으로 본선에 올리고 '특별상'까지 수여해 미국인이 미국을 '자아비판'한 영화를 키워준 전례가 있다.
칸 영화제는 이와 동시에 미군기지 사용을 거부한 터키 출신인 빌지 세일란 감독의 '먼'에 이례적으로 대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여해 반미 성향을 분명히 드러냈다.
유명제작자나 평론가들이 심사하는 칸 영화제가 점잖게 미국의 호전성을 비판했다면 일반인들이 투표로 채점에 직접 참여하는 '유로비전송콘테스트'는 직설적인 영국 '왕따'로 이라크전 참전에 대한 심판을 가했다.
***영국 가요도 '0점'**
칸 영화제와 비슷한 25일 라트비아에서 막을 내린 이 가요제에서 영국의 신예 팝 듀오 '제미니'는 1억명의 유럽시청자가 보는 앞에서 '0점'을 기록하는 망신을 당해야 했다.
특히 이 가요제는 유럽각국의 일반시청자들이 TV에 출연가수들의 노래를 듣고 자국출전 가수가 아닌 참가자들의 점수를 컴퓨터나 전화를 해 채점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 이번 '0점' 기록은 유럽의 이라크전 영국참전에 대한 유럽 시민들의 정서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졸지에 '0점'곡을 작곡한 작곡자가 된 마틴 이셔우드 리버풀예술공연학교 교장은 자신이 작곡한 노래가 "매우 훌륭한 것"이었다며 "유로비전 가요제가 정치적인 도박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고 무대위에서 활기찬 모습으로 노래를 불렀던 '제미니'는 점수가 발표되자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다.
이번 가요제를 생중계한 영국의 BBC 방송은 영국이 "미국편을 들며 유럽이 반대하는 이라크 전쟁에 참가한 대가를 치렀다"고 논평했다.
이날 가요제에서도 이라크전 당시 미군의 기지사용 요청을 거부한 터키가 최고점을 얻어 우승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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