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위는 7일 대전광역시청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형무소 사건에 대한 조사계획 등에 대해 설명하고 직접 대전시 산내 골령골에 위치한 대전형무소 재소자 희생지를 답사하며 유족들로부터 증언을 청취했다. 진실화해위는 이날 설명회 자리에서 "2007년 6월 말 희생자 매장 추정지 기초용역조사결과가 나오면 유해 발굴 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설명회에는 김동춘 상임위원(차관급. 성공회대 교수)과 김무용 조사1팀장 등이 참석했으며, 진실화해위는 이날 설명회를 시작으로 형무소 사건에 대한 전국적인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6.25 당시 형무소 재소자 무차별 학살 의혹…역사적 발굴 조사 개시
'전국 형무소 재소자 희생사건'은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직후 각 형무소에 수감돼 있던 재소자들이 육군, 헌병, 방첩대, 경찰 등에 의해 집단희생 됐다고 주장하는 사건으로 진실화해위는 지난 11월 직권조사 결정을 내렸다.
현재 진실규명 신청이 접수된 형무소 관련 사건은 대전, 전주, 목포, 대구, 광주, 공주, 군산, 진주, 마산, 김천, 서울, 인천, 부산, 청주, 마포, 안동, 춘천형무소 사건 등(신청자 330건)이며, 신청돼지 않은 형무소 사건도 다수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실화해위는 신청되지 않은 형무소 사건이라도 기초조사결과 진실규명 필요가 있을 경우 직권조사에 나서게 된다.
사실 형무소 사건은 일반적인 민간인 학살에 비해 널리 알려지지 않은 편이다. 당시 피해자가 대부분 죄수이거나 좌익관련자가 많아 유족들이 진실규명 신청을 꺼려 왔기 때문이다.
신청인들은 "당시 제주4.3사건, 여순사건, 남로당·민청 가입 등 이른바 좌익 활동을 이유로 형무소에 수감돼 복역하다가 6.25 발발 직후 모두 행방불명 됐다"고 주장하고 있고, 보도연맹원으로 예비검속돼 형무소에서 희생된 사례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생존자나 시민단체의 주장에 따르면 국군이나 경찰이 6.25 당시 퇴각하며 전국의 형무소 재소자들을 '좌익분자로서 그냥 두면 적군에 협력할 수 있다'는 이유로 집단 학살해 암매장한 사례가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6.25 당시 미 공군 한국담당 정보장교였던 도널드 니콜스가 1981년 출간한 회고록 <사선을 수없이 넘나들며>(How Many Times Can I Die?)에 따르면 니콜스는 "수원에서 1800명에 대한 대학살이 있었다"며 "나는 살해된 사람들 모두가 공산주의자가 아니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됐다"고 기록하고 있다.
"현재 진실화해위 인력·예산으로 유해발굴 어림도 없어"
회고록을 공개한 이춘열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 범국민위원회' 사무처장은 "형무소 학살 사건은 대부분 자료가 남아 있지 않아 조사가 쉽지 않을 뿐더러, 현재 진실화해위의 인원과 예산은 기초사실 조사 및 유해발굴 작업을 하는 데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진실화해위도 "산내 골령골 등 일부는 희생 인원이 워낙 많은 데다 발굴을 위해서는 경우에 따라 사유지도 매입해야 하는데 내년에 확보된 관련 총 예산이 10억 원 정도밖에 되지 않아 그리 간단치 않은 문제"라고 사업 추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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