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다섯 번째로 열린 '환경 책 큰 잔치'의 실행위원회(위원장 박병상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장)가 '올해의 환경 책' 12권과 '2006 우리 시대의 환경 고전' 17권을 선정해 최근 발표했다.
환경정의, 풀꽃평화연구소, 교보문고가 주최한 '2006 환경 책 큰 잔치'는 지난 17일부터 24일까지 열렸다. 이 행사는 시민들이 환경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2002년에 시작됐다.
<프레시안>은 '환경 책 큰 잔치' 실행위원회와 공동으로 11월부터 하루에 한 권씩 이번에 선정된 환경 책 29권에 대한 서평을 싣고 있다. <편집자>
<엔트로피>, 제레미 리프킨 지음, 이창희 옮김, 세종연구원, 2000년.
저명한 미국의 문명 비평가이자 사회운동가인 제레미 리프킨의 대표작으로서, '엔트로피'라는 키워드로 인간의 역사와 현대 문명의 실체를 규명하고 에너지·자원 낭비가 초래할 인류의 파멸적 재앙을 경고한 책. 1980년대 출간 이후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지금도 세계 각국에서 꾸준히 읽히고 있는 스테디셀러다.
엔트로피 법칙이란 열역학 제2법칙으로서, 모든 물질과 에너지는 유용한 상태에서 무용한 상태로, 질서 있는 상태에서 무질서한 상태로 변화한다는 것을 뜻한다. 엔트로피란 한마디로 '쓸 수 없게 된 에너지'를 의미하는 셈이다.
문제는 열역학 제1법칙인 에너지 보존 법칙에 따라 지구 혹은 우주의 에너지는 일정한데, 이미 무용한 상태로 돼버린 무질서 상태의 엔트로피는 계속 증가한다는 데 있다. 이 엔트로피의 총량은 에너지를 많이 소비할수록, 그리고 그 과정이 복잡할수록 많아진다. 결국 산업 혁명 이후의 급속한 근대화·기계화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에너지와 자원이 사용돼 왔고 그 결과 당연히 엔트로피의 양도 폭증해 왔는데 이제 그것이 포화 상태에 이르게 됐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 주장이다.
그래서 책에 따르면, 인간의 역사가 진보한다는 믿음은 엔트로피 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헛된 망상에 불과하다. 경제 성장, 발전, 과학기술의 발달 따위를 진보의 표상으로 떠받들지만, 실제로는 그 과정에서 점점 더 많은 무질서 상태가 초래되었고, 지금과 같은 무분별한 물질적 풍요와 탐욕의 질주가 계속된다면 결국은 파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그것은 저(低) 엔트로피 사회로의 전환과 이를 위한 대중의 의식적 각성이다.
"유일한 희망은 지구에 대한 공격 행위를 중지하고 자연의 질서와 공존하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다. (···) 가능한 한 에너지를 적게 쓰고, 자원을 보전하며, 자연의 리듬을 최대한 존중하는 것은 모든 생명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 세상의 시중꾼이다."
그리하여 이 책이 궁극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것은, 잘못된 환상을 부수고 그 자리에 새로운 진리를 세움으로써 실현할 수 있는 희망의 메시지다.
제레미 리프킨은 현대 사회가 당면한 문제의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원인에 대해 놀랄 만한 통찰력을 보여줬고, 특히 자본주의 체제와 인간의 생활 방식, 그리고 생명공학과 정보화 등 현대 과학기술의 폐해를 날카롭게 비판해 왔다. 그의 또 다른 저서들인 <노동의 종말>, <소유의 종말>, <육식의 종말>, <생명권 정치학>, <바이오테크 시대> 등은 그 생생한 증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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