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관련 시민사회단체와 종교단체들은 21일 오전 철학마당 느티나무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주택보급률 1백%는 비닐하우스, 지하셋방 3백30만 가구를 포함한 허구적인 수치”라며 이번 6월 임시국회에서 최저주거기준을 법제화할 것을 국회와 정부에 강력히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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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지난 4월 임시국회에서 ‘최저주거기준’이 누락된 채 주택법이 통과된 것은 우리의 주택정책이 공급위주정책에서 주거복지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에 역행하는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현재의 주택정책이 부익부빈익빈의 악순환과 소득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절대빈곤층을 위한 실효성 있는 주거대책을 가지지 못했다는 것과 최저주거기준의 법제화가 가난한 사람들의 인간다운 주거생활을 보장하는 출발점이라고 지적하고 “국회가 역사적 사명감과 혜안을 가지고 최저주거기준의 법제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요구했다.
박종렬 주거복지연대 공동대표는 “정부의 공급 위주의 주택정책은 이제 수요자 중심의 주거복지정책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며 “최저주거기준 법제화가 열악한 주거 환경에서 거주하고 있는 국민들의 늦출 수 없는 절실한 과제이며, 최저주거기준 법제화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도 이미 형성되어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기획예산처 등이 예산부족이라는 진부한 잣대를 들이밀어 최저주거기준 법제화를 반대하는 것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주택정책’이라는 정부 정책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노무현 대통령 또한 공약과 12대 국정과제를 통해 최저주거기준 법제화를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남상오 주거복지연대 사무국장은 “신문들이 부동산의 과열만 비중 있게 다루고 서민들의 주거환경에 대한 깊이 있는 기사를 실은 예는 거의 기억이 없다”며 “1면에서 부동산 과열을 다루고도 경제섹션에서는 부동산투기를 ‘투자’로 미화하고 그 옆에는 분양광고가 난 것을 보는 서민들의 기분이 어떻겠나”고 반문했다.
박문수(프란체스코 하비에르) 신부는 종교인들이 주택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에 대해 “어렵고 고통을 받는 이웃을 사랑하는 것은 주님이 말씀하신 것”이라며 “강제철거 등으로 인해 양산된 빈민의 열악한 주택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이웃사랑의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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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렬 목사는 “최근 빈민과 서민들이 느끼는 경제적 박탈감과 구조적 억압은 마치 정치적 억압이 극에 달해 일어난 5.18 광주항쟁의 수위”라며 “더 늦기 전에 이 잠재적 위험을 없애기 위해 강력한 지원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남원석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은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들의 경우 최저주거기준을 설정하여 이를 주택정책의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우리의 경우 지난 2000년 건교부 고시를 통해 최저주거기준을 발표한 바 있으나 법적인 효력이 없어 정책적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기자회견에서 최저주거기준에 못 미치는 주거환경에 살고 있는 현실을 증언하기 위해 나온 한 임대주택 입주자는 주변 아파트 중산층의 냉대와 행정기관의 모순적인 임대주택 규칙들을 토로한 후 “나라가 가난한 사람은 희망도 갖지 말라고 강요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언론도 이 문제에 조금씩 관심을 갖고 있고 국회의원도 건교위를 중심으로 20여명이 지지의사를 밝혔다”며 “오직 기획예산처만 반대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도 무리하게 한꺼번에 예산을 집행하라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인 예산배정을 원하는 것”이라며 “예산처는 ‘최저준거기준이 법제화 되면 재정이 파탄난다’는 확대해석을 제발 하지 않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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