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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찔한 소개팅' 등 케이블 선정성 도를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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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아찔한 소개팅' 등 케이블 선정성 도를 넘었다"

업계 "자체제작 프로그램 늘어나는 과정"

#1. 한 여성 출연자가 가운을 입고 한 남성 출연자가 기다리고 있는 피부미용실에 들어선다. 여성이 침대 위에 눕자 피부관리사가 여성의 얼굴을 살펴보며 "입가에 털이 약간 나 있다"고 말한다. 피부관리사는 "대부분의 여성이 입가에 털이 조금씩은 나 있다"고 말하지만 옆에서 이 얘기를 들은 남성의 얼굴이 찌푸려진다.

설상가상으로 피부관리사가 "제모를 하기 위해 얼굴의 화장을 완전히 지워야 한다"고 말하자 여성은 사색이 된다. 남성은 사색이 된 여성을 보고 즐거워한다. 결국 화장이 완전히 지워진 여성은 "어떡해. 눈썹이 없는데"라며 울상인 채 손으로 얼굴을 가리기 바쁘고, '생얼'(화장 안 한 얼굴)을 본 남성은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결국 다리털을 제모할 차례에서는 남성이 여성에게 공식적으로 거부의사를 밝힌다. "나머지 한 쪽 다리는 집에 가서 하세요"라며. (케이블방송 m·net의 '조정린의 아찔한 소개팅')

#2. 8~10명의 여성출연자가 게임을 벌인다. 장소는 동남아의 근사한 리조트. 비키니를 입은 여성 출연자들이 림보, 수영장 안에서 깃발 뺏기 등 사회자의 진행에 맞춰 각종 게임을 벌인다. 항상 게임이 시작되기 전에는 섹시 댄스를 춘다. 여기까지는 지상파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서바이벌 게임의 한 장면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카메라는 가슴 등의 신체 부위를 노골적으로 파고들어가 클로즈업한다.(케이블방송 tvN의 'tvNgels')

▲ 케이블방송 m·net 홈페이지의 '조정린의 아찔한 소개팅' 소개글.

케이블방송 일부 리얼리티 프로그램 '인권침해'


방송의 선정성이 논란이 된 것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케이블방송의 자체 제작 프로그램이 늘면서 각종 선정적 프로그램들이 늘어났고, 일부 프로그램은 선전성을 넘어 '인권침해' 지적까지 일어나고 있다. 문화연대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는 28일 오후 '케이블TV의 저질논란, 그 해법은 무엇인가?'라는 제목으로 토론회를 열었다.

케이블방송 프로그램을 모니터링해온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윤정주 사무국장은 최근 나타나는 케이블TV 리얼리티프로그램에 대해 △여성의 성적 대상화 △성희롱 부추기는 짝짓기 프로그램 △표현의 자유를 가장한 '막말하기'를 가장 큰 문제점을 꼽았다.

모니터링 자료에 따르면 지금은 종영된 케이블채널 '엑스티엠'(XTM)의 서바이벌 짝짓기 프로그램 'S'에서는 여성들의 노출 의상은 물론이고 게임 방식이 남녀가 최대한 밀착해 춤을 추는 '부비부비 댄스', 초미니 스커트를 입고 바닥에 깔린 번호판을 온 몸을 이용해 짚어내는 '러브러브 트위스터', 이상한 포즈를 취하게 하고 남성의 신체에 숨겨놓은 종이를 눈을 가린 채 손으로 또는 발로 더듬어 찾아내는 '사랑을 찾아 더듬더듬',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아이스 바를 입으로 빨아먹게 하는 '아이스크림 빨리 먹기', 얼음을 온 몸에 문질러 녹이는 'HOT 뜨거' 등의 게임을 통해 선정적 장면의 연출은 물론 카메라는 시종일관 여성의 신체를 클로즈업했다.

'엠넷'(m·net)의 'Vibe Nite'도 'S'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 '부비부비 댄스'가 기본인 이 프로그램은 카메라 각도를 위에서 아래로 향하게 해 여성의 가슴으 부각시키고, 치마 입은 여성은 카메라 각도를 아래에서 위로 향하게 해 치마 속까지 보이게 하며, '섹시하거나', '노출이 많은' 춤을 춘 여성에게는 상금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m·net에서 방영 중인 '조정린의 아찔한 소개팅'은 요즘 '선정성'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미디어운동본부는 "주도권을 쥐고 있는 남성이 상대 여성을 수영장으로 데리고 가 비키니 수영복을 입히고 자신이 여성의 몸에 오일을 발라 주기도 하고, 또 다른 남성은 속옷을 상대 여성의 가슴 쪽으로 대보려고 시도하는 등 남성 출연자가 데이트 상대인 여성 출연자에게 성희록적 태도를 보이기 일쑤지만, 서바이벌 미팅이라는 명분 아래 출연 여성들이 거부할 수 없도록 자연스럽게 성희롱을 유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사무국장은 "여성을 아무렇지도 않게 성희롱하는 행태는 출연 여성의 인권을 무시하는 처사이며, 나아가 '성희롱'이라는 '범죄'를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효과를 가져와 심각한 문제로 지적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케이블방송의 한 짝짓기 프로그램 장면. 여성의 특정 신체부위를 집중적으로 클로즈업해 선정선 논란을 빚었던 프로그램이다.

윤 사무국장은 "케이블방송의 매체 특성상 어느 정도 자율성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적어도 프로그램 내에서 여성을 비롯한 장애인, 성적 소수자 등 사회적 소수자들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고,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지키기 위해 자율 심의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이영주 연구원은 "우리가 몸, 섹스, 폭력에 대해 관심을 갖고 상상하고 표현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라며 "다만 오로지 시각의 자극만을 위한, 오직 성기 중심적인 배설만을 위한 에로티시즘은 폭력의 재현"이라고 지적했다.

경실련의 한상희 미디어워치팀장은 "성인대상 프로그램은 제외하고라도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은 프로그램의 선정성은 큰 문제"라며 "노출 정도가 낮아 15세 판정을 받았지만, 내용의 선정성은 성인물이나 다름 없는 경우가 많은데, 심의 기준이 노출이어서 내용의 선정성을 걸러내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체제작 증가로 프로그램 질 향상되어 가는 과정"

반면 업계 관계자들은 케이블TV가 선정성 논란을 빚게 된 것도 과거에 비해 발전한 것이고,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한 과정으로 평가해달라고 해명했다.

지금까지 케이블TV는 열악한 수익구조와 제작환경 때문에 외국의 값싼 프로그램을 사들여 재방송에 삼방, 사방을 하는 여건이었으나, 최근 CJ미디어나 온미디어와 같은 거대 자본이 케이블 시장에 등장하기 시작했고, 이들이 적극 투자를 시작하며 자체 제작 프로그램이 늘고 있는 것 자체를 긍정적으로 봐달라는 것이다.

임택수 tvN 제작부 차장은 "사실 내가 봐도 민망한 프로그램들이 많다"면서도 "그러나 공중파에 비해 1/10에도 못 미치는 광고 단가 등 열악한 제작환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 차장은 "그나마 CJ 등이 자체제작에 과감한 투자를 하며 발전을 하고 있는 과정"이라며 "여기에서 케이블방송이 자체 제작 기반을 세우지 못하면 한국의 방송은 10년정도 후퇴하고 말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덕선 ㈜큐릭스 종로중구방송 대표이사도 "자체제작 프로그램을 공격적으로 편성하고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려고하니 선정적인 측면이 부각된 것 같다"며 "그러나 케이블방송에 대한 선정성 등에 대한 비평과 지적이 부족해 반영하기 어려웠던 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앞으로 이런 지적이 시청자나 시민단체로부터 활발하게 제기되면 방송 편성에도 반영시킬 것이고, 케이블방송의 질이 한 층 나아질 것"이라며 "케이블방송 질이 좋아지기 위해서는 시청자들의 끊임없는 관심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 이날 토론회에서는 "일부 케이블방송의 선정성이 도를 넘어섰다"며 "자체 심의 기준을 강화해야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프레시안

'자체제작' 비중이 높아지며 긍정적인 부분들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tvN이나 CGV, OCN과 같은 채널들이 지상파에서는 볼 수 없는 자체 제작 드라마를 편성하며 '선 제작 후 방영'의 프로덕션 시스템으로 만들어진 고품질 드라마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tvN이 개국 특집드라마로 선보인 '하이에나'의 경우 지상파에서는 다루지 못하는 동성애라는 소재를 잘 다루고 있다는 평가다.

윤정주 사무국장은 "대기업의 투자로 인해 자체제작 프로그램의 편성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상당히 긍정적"이라며 "그러나 과다한 중복편성과 채널 특성에 맞지 않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것은 시청자들을 케이블방송을 외면하게 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런 시민단체의 지적과는 별개로 문제의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위선 떠는 지상파 방송에 비해 솔직해서 좋은 것 아니냐", "케이블방송에서는 이런 것도 볼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긍정적 반응과 "방송위원회와 여성단체에 고발하겠다", "도를 넘어섰다"는 반응 등이 맛서며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어, 케이블방송의 자체제작 프로그램이 어떤 진화과정을 거치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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