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지명철회 사태를 계기로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김근태 의장이 전에 없는 '뚝심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의장 취임 이후 "청와대에 너무 저자세"라는 당내 지적을 들으면서도 은인자중하던 김 의장이 노무현 대통령 초청만찬까지 거부하는 모습을 연출하면서 당.청 관계를 당우위 쪽으로 주도해 나가려는 듯한 분위기다.
정부가 방향을 정해놓고 추진하는 당정협의를 `보이콧'하겠다는 으름장에 더해 청와대 만찬회동까지 일언지하에 거절한 것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주조를 이루고 있다.
심지어 경쟁자인 정동영 전 의장과 가까운 한 의원도 "청와대의 만찬회동 제안을 거절한 김 의장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당정협의를 하지 않겠다는 발언도 노 대통령에 대한 충정에서 비롯된 것 같다"고 거들 정도다.
우유부단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던 김 의장의 이 같은 단호한 태도는 최근 노 대통령에게 4차례나 면담요구를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에다, 노 대통령이 '여.야.정 정치협상회의'를 여당과의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제의한 데 대한 반발감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김 의장의 보건복지부 장관 입각과정, 분양 원가공개를 둘러싼 이른바 '계급장' 발언 등으로 노 대통령과 김 의장이 적잖은 갈등을 빚어 왔던 `구원'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당내 일각에서는 김 의장이 차기 대권주자로서 확실한 입지를 굳히기 위해 노 대통령을 공격하는 전략적 선택을 취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김 의장은 당내 양대 계파인 재야파의 수장이면서도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 가운데서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며 "그러나 당내 차기주자 가운데 최초로 노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이 같은 상황을 반전시킬 계기를 마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관측에 대해 정작 김 의장 본인은 "침묵은 금"이라며 극도로 말을 삼가고 있다. 여권 전체가 전효숙 사태의 여파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스스로가 주목받는 상황을 꺼리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노 대통령과 갈등이 불거진 후에는 늘 먼저 고개를 숙였던 김 의장이 이번 만큼은 우리당의 여론을 등에 업고 확실한 대립각을 계속 이어갈지 여부에 여당 내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