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정의, 풀꽃평화연구소, 교보문고가 주최한 '2006 환경 책 큰 잔치'는 지난 17일부터 24일까지 열렸다. 이 행사는 시민들이 환경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2002년에 시작됐다.
<프레시안>은 '환경 책 큰 잔치' 실행위원회와 공동으로 11월 한 달 동안 하루에 한 권씩 이번에 선정된 환경 책 29권에 대한 서평을 싣고 있다. <편집자>
<오래된 미래>,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지음, 김종철 옮김, 녹색평론사, 2003년.
스웨덴 출신의 언어학자이자 여성학자인 지은이가 '작은 티베트'라 불리는 인도 서북부 히말라야 고원에 위치한 라다크에서 1975년부터 16년에 걸쳐 겪은 현지 체험을 바탕으로 서술한 기록이다. 또한 개발, 성장, 진보, 산업화, 서구화 따위와 동의어로 간주돼 온 근대화 프로젝트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이며, 현대 산업문명에 대한 신랄한 자기비판서이다. 이제는 너무나 유명해져 생태·환경 분야 필독서 1순위로 꼽힌다.
라다크의 삶 속에 깊이 뿌리 내린 생태적 지혜와 공동체 중심의 세계관에 흠뻑 매료된 지은이는 이 책에서 전통적인 라다크의 사회적·생태적 균형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재생해내는 한편, 개발이 그것을 어떻게 붕괴시키는지를 안타까움과 분노의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들의 삶에는 황량하고 척박한 땅에서 자급자족을 실천하는 검소한 삶과 협동, 그리고 '우리 모두는 함께 살아야 한다'는 의식이 깃들어 있다. 그들은 물질적으로 풍족하진 않지만 아무도 가난하다고 느끼지 않고, 긴밀한 가족적·공동체적 유대 관계와 자연과 일치된 삶의 그물망 속에서 내면적인 평정과 평화롭고도 충만한 생의 기쁨을 누린다.
싸움이니 경쟁이니 하는 것들은 라다크의 생활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것이었고, 이곳에서 가장 경멸받는 사람은 죄지은 사람이 아니라 화를 잘 내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곳에 서구 물질문명이 유입되고 개발의 광풍이 밀어닥치면서 아름답고 평화로운 공동체는 무너지기 시작한다. 도로와 에너지 시설 같은 '하부구조'가 건설되고 외화를 벌어들이는 관광사업이 활성화되면서 빈부격차가 커지기 시작했고, 주민들이 불만과 탐욕, 열등감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되었으며, 예전엔 '먹을 것도 마실 것도 넉넉하다'고 말하던 사람들이 '우리는 가난해요. 우리는 개발을 해야 돼요'라고 말하기에 이른다.
이 책은 참된 행복이란 무엇인지를 탐색하는 한편으로 서구식 일변도의 근대화와 개발, 그리고 작금의 세계화 광풍이 평화롭고도 아름다운 공동체를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생생하게 담은 뼈아픈 다큐멘터리로서, 결국 우리가 가야 할 새로운 미래의 실마리는 삶의 지혜와 생태적 각성이 깃든 '오래된 것' 속에서 찾을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서구 산업사회의 사고틀에서 벗어나 인간과 세계를 새롭게 바라보아야 한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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