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업무상 스트레스에 의한 우울증을 앓다가 자살했다면 '공무상 재해'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김상준 부장판사)는 27일 농림부 산하 기관에서 근무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모(7급) 씨의 아내가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보상금 등 부지급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채 씨는 조사통계 관련 업무로 스트레스가 많은 현장업무를 했고 2003년부터 실시된 총조사로 일이 가중되면서 만성 스트레스 증후군 등 정신질환이 발병해 우울증세가 악화되어 병가를 내고 휴직하려 했으나 퇴직 종용으로 다시 출근하기에 이른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채 씨는 정신과 진료를 받으면서도 계속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는데, 정신분열병이 타고난 유전적 성격이나 체질뿐만 아니라 후천적인 스트레스 등의 복합에 의해 일어나는 질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속적이고 과중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정신분열병 등이 발병ㆍ악화됐다고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채 씨가 자살에 이른 전후 경위와 자살의 시간, 장소, 방법과 유서를 남기지 않았다는 점에서 통상 자살의 의미를 심각하게 고려한 것이 아니라 우울증에 기인한 자살충동에 빠진 것으로,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경우에 해당된다"고 덧붙였다.
1996년 공무원이 된 채 씨는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수면장애와 만성스트레스 증후군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아오다 2005년 1월 교육을 받던 중 두통 증세를 호소하면서 조퇴한 뒤 귀가하다 아파트 15층에서 투신해 숨졌다.
채 씨의 아내는 남편의 자살이 공무상 사망에 해당한다며 유족보상금 지급을 청구했으나 공무원관리공단이 공무와 무관하다는 이유로 지급을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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