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망명중 독극물 중독으로 숨진 러시아 연방보안부(FSB) 전직 요원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는 숨지기 전 러시아의 고위급 정보요원을 지목하며, 그가 자신을 감시해 왔다는 주장을 폈다고 영국의 일요판 신문인 선데이 타임스 인터넷판이 26일 보도했다.
선데이 타임스는 그가 죽기 수일 전 가진 '병상 인터뷰' 기사를 통해 "리트비넨코가 자신을 감시하는 인물로 '빅토르 키로프'를 지목했다"며 런던의 러시아 대사관에는 지난해 10월까지 아나톨리 V. 키로프라는 인물이 외교관으로 등록돼 있었다고 전했다.
리트비넨코는 키로프가 자신의 독살 기도에 직접 개입했다고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그의 폭로로 볼 때 러시아 망명자의 죽음에는 러시아 국가기관이 연계됐다는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리트비넨코는 인터뷰에서 "러시아 정보기관들이 나를 주시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며 "나를 책임지고 감시하는 인물은 빅토르 키로프이며, 그는 영국을 떠날 때까지 러시아대사관의 영사 자격으로 무역 등 분야의 첩보활동을 펴 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리트비넨코의 친구인 알렉스 골드파브는 AP통신에 "병상의 알렉산드르는 이번에 자기를 감시해 온 것으로 지목된 인물이 2003년까지 러시아 대외정보부(SVR) 런던 책임자를 지냈으며 러시아 대사관의 외교관으로 행세해 왔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영국의 대테러 경찰은 선데이 타임스측에 리트비넨코와 인터뷰 내용을 담은 테이프를 넘겨주도록 요구하는 한편 리트비넨코가 숨지기 전 만난 인물과 폐쇄회로(CC) TV 등 그동안 수집한 정보들을 토대로 본격적인 수사를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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