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교통혼잡 도심집회 엄격히 제한"
교육·법무·행자·노동·농림부 등 5개 부처 장관은 이날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담화문을 발표하고 "평화적 집회·시위는 철저히 보장하겠지만, 정당한 권리행사를 넘어서 폭력행위나 집단행동으로 시민에게 피해를 주는 불법행위에 대하여는 법과 원칙에 따라 반드시 응분의 제재가 따르도록 범정부차원에서 엄정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또 "불법·폭력에 대해 더 이상 관용은 없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이번 불법·폭력집단행위에 대해서는 주동자뿐만 아니라 적극가담자, 배후조종자까지 철저히 밝혀내 엄벌하겠으며, 형사처벌은 물론이고 징계 나아가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등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확실하게 취해나가겠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특히 "폭력시위나 교통혼잡 등 국민생활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는 도심집회는 엄격히 제한하겠다"고 밝혀 앞으로 도심 집회 자체가 원천적으로 금지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김성호 법무장관은 "불법행위나 교통혼잡 야기 등의 전력이 있는 단체의 도심 집회는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그 외에는 집회의 성격이나 영향 등을 참고해서 허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29일로 예정된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의 집회 허가 여부도 불투명하게 됐다.
反FTA 시위에 농민 적극가세…정부 엄포 효과 날까?
정부가 이와같이 '공안정국'을 방불케 하는 강경 대응책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휴(休)농기를 맞아 농민들이 적극 시위에 가담하며 한층 거세진 '反한미FTA' 기세를 누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난 22일 전국에서 열린 한미 FTA 반대 집회에서 폭력시위 양상을 보인 곳은 노조가 중심이 된 서울이 아니라 농민들이 주축이 된 지방이었다. 일반적으로 한미FTA의 최대 피해 산업은 농업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방의 한 농민회 간부는 "요즘 보수언론이 하도 난리를 쳐 '폭력집단'이라는 꼬투리를 잡히지 않으려 고민하고 있고, 평화시위를 바라는 국민 여론도 의식하고 있다"면서도 "70세가 넘은 어르신들이 시위에 나와 만장을 휘두르면 지도부로서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트랙터로 도청을 밀어버리겠다는 말이 전에는 농담이었는데 이제는 진짜 그럴까봐 걱정될 정도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시위에 대한 국민의 여론도 중요하지만, 농민회는 농민의 여론을 더 중시할 수밖에 없다"며 "제발 국민들이 한숨과 빚만 쌓여가는 가운데 더 큰 절망을 기다려야 하는 농민들의 마음을 헤아려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대전·충남, 87년 이후 20년만에 도청앞 2만 모여
옛날부터 '과격 시위'와는 거리가 멀었던 충청과 강원 지역의 시위가 과격해진 것도 분노한 농촌 민심을 보여주고 있다. '한미 FTA 저지 대전·충남 운동본부'는 23일 성명을 내고 "87년 민주대항쟁 이후 20년 만에 2만여 명(농민 1만3000여 명, 노동자 4000여 명)이 도청 앞에 모였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집회 참가 인원을 7000명으로 추산했지만, 대전의 한 시민이 "예전에 홍사덕 전 의원이 충청도를 '멍청도'라고 말해 대전역 광장에서 집회 하는 것을 본 이후에 이렇게 큰 집회는 처음 보는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이례적인 대규모 집회였다.
이들은 "망국의 협정 한미FTA 반대와 시도지사의 책임 있는 반대 입장 표명 및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서 모였으나 일부 보수 언론은 성난 민심을 왜곡하고 '교통체증'에 기본을 두고 우발적 화재 사건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도 '방화'로 왜곡하고 있다"며 "22일 연행된 39명이 아니라 390명을 사법처리 해도, 그 이후 모든 집회를 불허해도 투쟁은 멈출 수 없다. 우리의 투쟁계획은 변함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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