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정의, 풀꽃평화연구소, 교보문고가 주최하는 '2006 환경 책 큰 잔치'는 오는 17일 개막된다. 이 행사는 시민들이 환경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2002년에 시작됐다.
<프레시안>은 '환경 책 큰 잔치' 실행위원회와 공동으로 11월 한 달 동안 하루에 한 권씩 이번에 선정된 환경 책 29권에 대한 서평을 싣는다. <편집자>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더글러스 러미스 지음, 김종철·이반 옮김, 녹색평론사, 2002년.
제목 그대로 물어보자. 경제 성장이 안 되면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이 책의 대답은 명쾌하고도 단호하게 'NO!'이다.
일본에서 활동 중인 미국인 정치학자이자 평화 운동가인 지은이는 '경제 발전'이란 과연 무엇인지를 되묻고, 모두가 풍요로워질 것이라는 믿음은 실현 불가능하다고 단언한다. 사실,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경제 성장'은 대다수 사람들에게 사회 발전과 진화의 자명한 전제다. 그러나 지은이는 이러한 태도야말로 '타이타닉 현실주의'라고 말한다. 생존의 자연적 기반 자체가 사라져가고 있는 마당에, 무엇보다 생물학적 존재로서의 인간이 어떻게 이 현실을 무시하고 살아남아 잘 살 수 있단 말인가.
지은이는 또한 '가난함'이나 '부유함'은 기본적으로 경제적인 개념이 아니라 정치적인 개념이라는 탁견을 제시한다. 지난 100년간 자본주의가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빈곤은 사라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절대 빈곤은 더욱 늘었다. 아니, 빈부 격차야말로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었다. 지은이가 보기에, 전통적인 빈곤(자급자족 사회)과 절대 빈곤을 "착취하기 쉬운 형태로 전환시킨 것"이야말로 경제 발전의 정체다.
지은이는 선진 공업국들이 자원 소비를 90% 감소시키지 않는다면 지구 같은 행성이 다섯 개는 필요하다며 발전의 엔진을 멈출 것을 주장한다. 그리고 파국에서 벗어나려면, 파이의 크기를 늘려 빈국과 빈자들에게 돌아갈 몫도 키우자는 감언이설에 속지 말고, 진정한 풍요를 위해 경제 성장을 부정하는 '대항 발전'을 추진하자고 말한다.
지은이에 따르면, 인간 사회 속에서 경제라는 요소를 줄여나가도 사람들은 최소한의 것만으로도 별 탈 없이 살 수 있다. 발전시켜야 할 것은 경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 사회에서 경제와 시장의 요소를 조금씩 줄여나가고 경제 이외의 것들을 발전시켜 나가자는 것이다.
이 책은 성장 이데올로기의 가면을 조금만 벗겨보면 그것이 얼마나 허구적인 논리와 자가당착, 그리고 탐욕스러운 무지와 공포에 바탕하고 있는 반생명적 이데올로기인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동시에, 우리가 은연중에 절망적으로 동의했던 주류 상식을 진지하고도 단순명쾌한 어조로 전복시킨다.
아울러 이 책은 많지 않은 분량임에도 민주주의, 국가와 폭력, 평화, 지속 가능한 문명, 미국의 패권주의 등 다양한 주제들을 예리한 안목으로 파헤치고 있어 오늘날 세계가 처한 현실의 진상을 파악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각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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