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정의, 풀꽃평화연구소, 교보문고가 주최하는 '2006 환경 책 큰 잔치'는 오는 17일 개막된다. 이 행사는 시민들이 환경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2002년에 시작됐다.
<프레시안>은 '환경 책 큰 잔치' 실행위원회와 공동으로 11월 한 달 동안 하루에 한 권씩 이번에 선정된 환경 책 29권에 대한 서평을 싣는다. <편집자>
<간디의 물레>, 김종철 지음, 녹색평론사, 1999년.
<녹색평론> 발행인이자 편집인인 김종철 선생의 에세이 모음집. 생명과 환경 문제, 산업 사회가 파괴하는 공동체와 인간다운 삶의 문제에 대한 진지하고도 깊이 있는 사유가 담긴 이 책은 '종교적 깊이의 문명 비판'이라고 할 만큼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이 책을 보면 왜 오늘날의 산업 문화가 인간의 삶을 파괴할 수밖에 없는지, 자연과 환경을 지키는 것이 왜 인간 생존에 필연적인지를 잘 이해할 수 있고, 지금의 산업 기술 문명을 왜 '거대한 집단 자살 체제'로 불러야 하는지를 명확히 인식할 수 있다.
지은이의 기본 입장은 생태근본주의라 할 만하다. 곧 인간은 어디까지나 자연의 일부이고 생물학적 존재의 하나라는 것이다. 그래서 지은이에게 생태계 위기는 경제·사회·도덕·철학 등 모든 측면에 관련된 삶 자체의 총체적 위기다. 문제는, 그럼에도 사람들은 지금 향유하고 있는 산업 생활 자체를 포기할 수 없노라고 주장한다는 점이다.
지은이에 따르면, 지금의 위기는 기술이나 자본의 힘으로 봉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총체적인 자기 쇄신 없이는 해결이 안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참다운 문명을 위해서는 산업 문화의 혜택을 자발적으로 포기하는 기술을 터득해야 한다.
대안은 '간디의 물레'로 상징되는 자급자족이다. 이것이야말로 지배와 착취와 억압의 구조를 타파하고 그 구조에 길들여져 온 심리적 습관과 욕망을 뿌리로부터 변화시키는 일이며, 권력과 칼의 교의(敎義)로부터 초월을 실현하는 일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자급자족적인 농촌 소공동체를 기본 단위로 하면서 마을 민주주의에 의한 자치를 실현해야 한다. 이곳은 인간을 도외시한 이윤 추구 없이, 물건과 권력에 의한 맹목적인 탐욕 없이 비폭력과 사랑과 유대 속에서 자기 완성이 가능한 곳이다.
이를 위해 지은이가 강조하는 것은 자발적 가난, 지금까지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을 욕망할 줄 아는 것, 산업 문화·경제 성장·과학기술의 발달이 가져오는 안락함 대신 자연 법칙에 순응하는 생명 중심의 공동체를 복구하는 것이다.
"우리 시대의 근본적 비극은 모든 존재가 타자에 대하여 필수적인 존재라는 것, 상호 간의 의존과 희생 없이는 처음부터 아무것도 가능하지 않다는 것에 대한 인식이 거의 철저히 죽어버린 문화 속에서 우리 삶이 영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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