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11월 'YWCA 위장결혼식' 사건에서 신랑 역을 맡았던 고(故) 홍성엽(1953-2005) 씨의 일기와, 동학의 역사적 배경과 원리 등에 대해 그가 집필한 '동학'을 함께 엮은 유고집 <맑은 영혼 홍성엽>(학민사 펴냄)이 출간됐다.
홍 씨는 연세대 사학과 2학년이던 1974년 유신독재정권에 저항하는 민청학련 사건으로 구속됐다가 다음해 석방됐으며 박정희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재야인사들이 대거 반정부 시위를 벌였던 YWCA 위장결혼식 사건으로 또 다시 수감됐다.
그 뒤 민주화운동청년연합 등 사회단체에서 재야 인사들과 반독재 민주화 운동에 투신했던 홍 씨는 평생 독신으로 살았으며 동학에 심취해 연구활동을 펼쳤다.
백혈병으로 투병생활을 하다 지난해 10월 홍 씨가 숨진 뒤 그의 유품을 정리하던 지인들이 일기를 발견한 것을 계기로 이번에 책이 출간됐다.
홍 씨가 몸 담았던 연세대 한국문제연구회, 민청학련운동계승사업회, 민청련동지회 등이 책 발간에 도움을 줬다.
이 책에는 1977-78년, 1986-2005년 홍 씨가 경제적 불균형, 민주화운동, 근무환경 개선을 촉구하는 노동자 운동, 자신의 투병생활 등에 대해 쓴 일기가 실렸다.
"GNP의 고도성장을 추구하며 살아갈 이 시대. 목표한 바 대로 경제적 富를 지닐 수 있을 때 문제는 해결될 것인가? (…) 현격한 불균형의 경제적 성장이 가져오는 가공스런 문제의 돌발에 예비해서 어떤 일들을 서둘러 해야 할 것인가? 밑바탕부터의 문제해결이 있어야만-현실 사회체제의 근본적 변화가 있어야만-더 이상의 불행으로 예측되는 일들이 문제로서 대두되지 않을 것이다."(1977년 1월18일)
일기와 함께 수록된 '동학'은 <경전으로 본 세계의 종교>(2001)에 실렸던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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