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정의, 풀꽃평화연구소, 교보문고가 주최하는 '2006 환경 책 큰 잔치'는 오는 17일 개막된다. 이 행사는 시민들이 환경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2002년에 시작됐다.
<프레시안>은 '환경 책 큰 잔치' 실행위원회와 공동으로 11월 한 달 동안 하루에 한 권씩 이번에 선정된 환경 책 29권에 대한 서평을 싣는다. <편집자>
<가이아>, 제임스 러브록 지음, 홍욱희 옮김, 갈라파고스, 2004년.
영국의 과학자이자 저술가인 제임스 러브록이 1979년에 펴낸 명저. '지구는 살아 있는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라는 유명한 주장을 제창함으로써 지구와 생명체에 대한 혁명적인 관점의 전환을 제공했다. 책 제목인 '가이아(Gaia)'는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이다.
지은이가 말하는 가이아란 지구와 지구에 살고 있는 생물, 대기권, 토양, 대양까지를 포함하는 하나의 범지구적 실체이다. 가이아 이론은 지구를 생물과 무생물이 상호 작용하는 생물체로 바라보면서 지구가 생물에 의해 조절되는 하나의 유기체임을 강조한다. 이 이론은 가설이긴 하지만, 지구 온난화 현상 등 갈수록 심각해지는 지구 환경 위기와 관련해 각별한 주목을 받게 되었다. 과학적인 근거와 사례들이 풍부하게 담긴 이 책에 따르면, 지구 생물권은 단순히 주위 환경에 적응해서 간신히 생존을 영위하는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지구의 제반 물리적·화학적 환경을 활발하게 변화시키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존재이다.
처음 이 책이 나왔을 때 당시 과학자들은 가이아 이론을 '박테리아와 나무, 흰개미, 원숭이 등이 공모해 지구 환경 유지라는 총체적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오해하여 "생물들은 지구 운영을 계획할 만큼 영리하지 않다"고 반박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 러브록은 '지구의 항상성을 유지시키는 지구 규모의 거대한 조절 시스템과 범지구적 협력'을 내세웠고, 지난 수십억 년 동안 지구 대기권 원소와 해양의 염분 농도 등이 거의 일정하게 유지돼 왔던 점, 탄소·질소 등 지구의 주요 구성 원소들이 대륙과 해양을 오가며 순환하는 점 등을 들어 살아 있는 생명체로서의 지구를 증명했다.
특히 지은이는 가이아를 위협하는 것으로 핵폭탄·오존층 파괴·산성비 대신 열대 우림 파괴 문제를 우선으로 꼽았다. 인간에게 팔과 다리보다 허파와 심장이 중요하듯 지구의 폐인 열대 우림 보존이 최고 과제라는 것이다.
1970년대 이후 학계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가이아 이론은 오늘날에 와서는 신과학의 고전이자 생태환경주의의 입장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이론적 무기가 되었고, '가이아'라는 말은 이제 환경론자들이 즐겨 쓰는 상징적인 용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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