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정의, 풀꽃평화연구소, 교보문고가 주최하는 '2006 환경 책 큰 잔치'는 오는 17일 개막된다. 이 행사는 시민들이 환경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2002년에 시작됐다.
<프레시안>은 '환경 책 큰 잔치' 실행위원회와 공동으로 11월 한 달 동안 하루에 한 권씩 이번에 선정된 환경 책 29권에 대한 서평을 싣는다. <편집자>
<에너지 주권>, 헤르만 셰어 지음, 배진아 옮김, 고즈윈, 2006년.
플라스틱 문명을 만들어온 석유 파티는 끝났다. 정교하고 통일성 있으며 아름다운 생명 그물망으로 짜여진 지구생태계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촌각을 다투는 시급한 과제다.
저자는 세계재생가능에너지위원회 의장이자 2002년 <타임>지가 선정한 '녹색 세기를 만든 영웅'으로 뽑혔던 재생에너지 운동계의 총아다.
그는 석유, 가스 등 화석 에너지가 21세기 전반기에 모두 바닥날 것을 대비해 각 국가들이 '에너지 전쟁'을 치르고 있는 현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재생에너지가 현 소모성 에너지의 단점을 해결할 수 있으며, 효율적인 에너지 생산과 공급은 물론 각 국가의 '에너지 주권'을 확립시켜 국가 간의 불균형과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풍부한 사례를 동원해 낡은 논의에 싱싱한 '에너지'를 불어넣는 이 책은 올해 국내에서 나온 에너지 대안 관련 책 중 가장 중요한 책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국제적인 협약을 통해 핵에너지와 화석 에너지의 해체를 이룰 수 있다는 생각에 날카로운 반격을 가하기도 한다.
최근 10년 사이에 10번 이상의 기후관련 세계회의가 열렸지만 화석에너지 사용량은 과거 어느 때보다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고, 2005년 발효된 교토 의정서도 이러한 치명적인 흐름을 되돌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원자력 에너지의 위험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커지고 있다는 점은 북한 핵실험과 이란 핵무기 개발 등을 통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른바 핵의 평화적 이용과 군사적 이용의 경계가 애매모호하다.
이 책은 미래에너지로 주목받는 수소에너지의 허구성도 입체적으로 파헤쳤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월 1일 국정연설에서 "미국이 석유에 중독됐다"며 "기술의 힘으로 이를 벗어나겠다"고 밝혔다. 부시가 말한 '기술'이란 원자력 발전이다. 부시는 재생가능에너지 연구비로 책정된 예산을 끌어와 17억 달러짜리 수소 프로그램의 일부 비용을 충당하고 있다. 저자는 "수소 경제에 대한 환상을 부추기는 일은 대중을 기만하는 어설픈 마술일 뿐이며 태양 및 풍력 발전설비 건설도 지연된다"고 단언한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정치적, 경제적 영향력을 갖고 있는 전통적인 에너지업계의 문화적 헤게모니, 핵에너지와 화석에너지에 대한 엄청난 보조금, 재생에너지의 가용잠재력이 부족하다는 뿌리 깊은 의식 등도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꼽았다.
"회유술책에 단호히 대응하고 의식적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한 노력을 포기한다면 비정부기구는 기존 세력을 위협하는 호랑이에서 자칫하면 기존 세력의 애완견으로 전락하고 만다."
저자는 태양에너지 시대의 문을 활짝 열고 생태적으로 활기찬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의 개념을 배제하는 전통적 에너지체제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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