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정의, 풀꽃평화연구소, 교보문고가 주최하는 '2006 환경 책 큰 잔치'는 오는 17일 개막된다. 이 행사는 시민들이 환경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2002년에 시작됐다.
<프레시안>은 '환경 책 큰 잔치' 실행위원회와 공동으로 11월 한 달 동안 하루에 한 권씩 이번에 선정된 환경 책 29권에 대한 서평을 싣는다. <편집자>
<부안 끝나지 않은 노래>, 고길섶 지음, 앨피, 2005년.
2006년을 사는 우리는, 얼마 오래 되지 않은 과거에 이 땅에서 있었던 민중항쟁을 기억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4.19혁명, 광주항쟁, 그리고 6월 항쟁이 있다. 또한 조금 멀지만 동학혁명이라는 자랑스러운 민초의 역사가 있다.
그런데 저자는 위의 사건들과 부안항쟁을 조금 다른 차원에서 해석하고 있다. 전자들은 헤게모니를 잡고 있는 정치집단과 이에 대한 적대적 집단과의 정치투쟁이다. (물론 동학혁명은 단순한 정치투쟁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후자는 해방놀이의 과정이자 일종의 '내기'라고 말할 수 있는 현실투쟁에서 상상되고 획득되는 생활사의 하나라고 말한다.
그는 이를 '코뮌놀이'라고 한다. 코뮌은 대안적 삶을 만들어가는 문화정치적 공생체라고 하며, 반면 코뮌놀이는 앞서 말했듯이 문화정치공생체를 획득해나가는 생활사인데, 이를 획득하는 원천적인 힘은 대중들이 해방의 희열을 느끼며 제 힘으로 자기 가치 생산을 하는 것에서 나온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부안항쟁은 한국사에서뿐만 아니라 세계사적으로도 차별성 있는 사건이라고 주장한다. 하이데거가 말한 철학적 개념인 세계-내-존재(현존재)의 가장 전형적인 모습을 그는 부안 사람에게서 본 것이다.
부안항쟁은 권력관계의 전복이 아니다. 코뮌이라는 용어 때문에 '적색'의 느낌을 받아 오해할 수 있다. 이 사건은 철학적 사유의 현실적 증명이며 숙의민주주의, 참여민주주의가 왜 실현되어야 하며 민중들이 얼마나 열망하고 있는가를 보여준 사례다.
저자가 이렇게 부안항쟁을 역사적으로 새롭게 창의적인 용어로 정의할 수 있는 것은 그가 그 지역에서 태어났고, 행운(저자의 표현대로)에 의해서 역사의 현장에서 부안사람들과 같이 호흡하고 행동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가치는 여기에 있다. 어떤 학자도 이렇게 학적으로 또한 생생하게 부안항쟁을 분석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고길섶이 감독이며, 주인공은 부안 사람들이고, 매체는 텍스트로 이루어진 다큐멘터리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그는 이 책을 쓰는 이유를 기억투쟁을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민주주의투쟁을 기억하고 생태투쟁을 현재화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부안항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코뮌놀이이라는 문화적 언어처럼 부안 항쟁은 부안에서 즐기고 있는 문화로서 아직 끝나지 않는 노래다. 부안 사람들은 투쟁과정에서 자기성취와 희열을 느꼈지만 반면 그 과정에서 국가권력에 의해서 큰 물리적 심리적 상처를 받았다. 그리고 다른 곳에서도 또 다른 부안항쟁들이 진행중이다. 지역적으로는 평택이 그렇고 전국적으로는 한미FTA 반대 운동이 그렇다. 마지막에 있는 부안권리선언은 모든 생태투쟁을 현지화하기 위한 지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부안사람들이 느꼈던 고통, 슬픔, 희열, 쟁취를 간접으로나마 체험해 보라. 그리고 이를 나의 일상생활에서 자각하고 실천하는 힘으로 이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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