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정의, 풀꽃평화연구소, 교보문고가 주최하는 '2006 환경 책 큰 잔치'는 오는 17일 개막된다. 이 행사는 시민들이 환경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2002년에 시작됐다.
<프레시안>은 '환경 책 큰 잔치' 실행위원회와 공동으로 11월 한 달 동안 하루에 한 권씩 이번에 선정된 환경 책 29권에 대한 서평을 싣는다. <편집자>
<발바닥 내 발바닥>, 김곰치 지음, 녹색평론사, 2005년.
"머리 좋은 것이 마음 좋은 것만 못하고, 마음 좋은 것이 손 좋은 것만 못하고, 손 좋은 것이 발 좋은 것만 못한 법이다. 관찰보다는 애정이, 애정보다는 실천적 연대가, 실천적 연대보다는 입장의 동일함이 더욱 중요하다. 입장의 동일함, 그것은 관계의 최고 형태이다."
신영복 선생의 말이다.
이 책은 발바닥으로 쓴 글(지은이는 "발바닥은 몸 아래의 가장 밑바닥이므로, 사실 위의 모든 것을 짊어진 글쓰기다. 발바닥으로 쓴다는 것은 곧장 온몸으로 쓴다는 것이다"라고 밝혔다)과 생명의 입장을 자신의 입장과 철저하게 동일시한 글들을 모은 것이다. 신영복 선생의 견해를 기준으로 한다면 좋은 책이라 아니할 수 없다.
1부는 폐광촌, 새만금 갯벌, 북한산 관통도로 공사 현장 등 자연과 생명이 파괴되고 민중이 고통 받는 곳들을 찾아 다닌 르포이고, 2부는 천성산 문제 등과 관련된 탄원문과 편지글, 3부와 4부는 다양한 주제를 다룬 에세이와 칼럼 모음이다. 대부분의 글마다 지은이의 지극한 생명 사랑 정신이 절절하게 녹아 있으며, 오만한 문명의 질주에 치여 속절없이 파괴되는 대자연의 현장과 우리 사회에서 소외되고 핍박받는 사람들의 처지가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그 중에서도 압권은 '생명의 대안은 없다'라는 단호한 선언이다. 도로 공사로 구멍이 뚫리고 있는 사패산에서 지은이는 "인간들은 대안 노선 어쩌구 하면서 농성을 벌이지만 대안이라는 것은 알고 보면 이 산을 놔두고 저 산을 뚫는 것이다"라고 일갈한다. 천성산을 관통하는 고속철도 공사에 대해서도 "설사 우회 노선이라 할지라도 수많은 작은 산과 들, 그리고 근처 지역 주민에게 고통을 안겨주게 된다"고 따끔하게 일침을 놓는다.
대신 지은이가 직시하는 것은 '패배하는 위대한 생명'이다. 한마디로 파괴와 절망의 현장 그 자체가 대안이라는 것이다.
"사패산은 마지막 순간까지 그 자신이 대안이 되어 참혹하게 구멍이 뚫려간다. 사패산은 다른 작고 예쁜 산을 위해 자신이 뚫리고 있다는 것을 잘 알기에 마지막까지 승리한다."
"천성산도 자체의 대책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터널이 뚫려도 터널은 결국 붕괴하고 말 것입니다. 아니, 터널을 뚫는 순간부터 산의 저항은 시작됩니다."
지은이는 자신의 필명인 '곰치'에 얽힌 얘기를 풀어놓으면서 "저 동해의 물고기 곰치처럼 약동하는 생명의 존재가 되어 자연과 민중이 혼융하는 글을 쓰고 싶다"고 밝히고 있다. 부디 그 아름다운 꿈을 온전히 이루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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