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정의, 풀꽃평화연구소, 교보문고가 주최하는 '2006 환경 책 큰 잔치'는 오는 17일 개막된다. 이 행사는 시민들이 환경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2002년에 시작됐다.
<프레시안>은 '환경 책 큰 잔치' 실행위원회와 공동으로 11월 한 달 동안 하루에 한 권씩 이번에 선정된 환경 책 29권에 대한 서평을 싣는다. <편집자>
<문명의 붕괴>,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김영사, 2005년.
환경 파괴나 무분별한 개발 등으로 자연과 인류에 재앙을 불러온 사례는 수없이 많다. 이 문제를 다룬 책도 적지 않다. '문명의 붕괴'는 이런 종류의 책들 가운데 몇 가지 점에서 돋보인다.
우선은 설득력 있는 이야기꾼으로서 저자의 역량이라고 해야 하리라. 생리학자로 출발해 진화생물학과 생물지리학으로 영역을 넓히고, 미국철학협회 회원이 되기도 한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과거에 환경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재앙을 불러온, 비교적 진부한 주제를 이야기하면서도 순식간에 독자를 빨아들인다. 흔히 사람들이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주 가운데 하나로만 기억하고 있는 몬태나주를 환경 실패의 사례로, 책의 첫 머리에 배치한 것도 저자의 빼어난 독자 흡인술 중 하나로 보인다.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위해 방대한 과학과 인문사회학 자료들을 준비하고, 이를 솜씨 있게 꿰어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렇게 독자를 자신의 이야기에 끌어들인 뒤 부지불식간에 성찰과 질문을 하게 만드는 능력은 보다 탁월하다. 봐라, 이스터 섬은 무자비한 삼림파괴와 전쟁, 미국 남서부 아나사지 문명은 인구 증가와 기후변화에 대한 부적절한 대응, 노르웨이령 그린란드는 잘못된 인습을 고집하며 변화한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붕괴하거나 멸망했고, 현대 중국은 대규모 개발로 위기에 봉착했다. 자, 이제 어쩔래. 몰락할래, 살아남을래. 살아남기 위해 지금 당장 무얼 어떻게 할래….
붕괴한 과거 사회와 위기를 맞은 현대 사회들의 사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치면서, 끊임없이 자신의 선 자리를 살피게 하던 저자는 책의 후반부에서 이런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대답한다. 그런데 생각해 보라, 어떻게 한 사회가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던 나무들을 모조리 베어내는 재앙과 같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가.
저자는 이에 대해 나무를 마구 베면서도 문제가 발생할 것을 모르는 예측의 실패, 이미 나무를 많이 베어낸 뒤에도 문제가 생겼는지를 모르는 인지의 실패, 문제가 생긴 줄 알면서도 이를 해결하려 하지 않는 시도의 실패, 그리고 문제 해결에 나섰으나 성공하지 못하는 해결의 실패를 단계적으로 거론한다. 저자의 말대로라면 지금 우리는 어느 단계에 있을까.
책은 지금의 우리 세계가 '문제를 인지했으면서도, 해결에는 나서지 않는다'고 보고 있는 듯하다. 중요한 것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치적 의지이고, 이는 결국 우리 자신에게 달렸다는 이야기다. 저자에 따르면 당연히 미래 우리의 운명 또한, 우리가 어떻게 하는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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