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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길 "동백림사건 피해, 국가가 보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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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길 "동백림사건 피해, 국가가 보상하라"

"당시 전기고문 등으로 수십년간 후유증 앓아"

'동백림 간첩단' 사건의 피해자인 재독 의사 이수길 박사(78)는 6일 국가를 상대로 고문 등으로 인한 피해 보상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1967년 6월 간첩 혐의로 서독에서 납치돼 남산 중앙정보부 조사실에서 고문을 받았으나 한 달여 만에 무혐의로 풀려나 서독으로 돌아간 바 있는 이 박사는 이날 당시 김형욱 중앙정보부장이 자신에게 보낸 친필 서신을 공개하기도 했다.

"김형욱 '이해해달라'며 친필 서신 보내"

이 박사는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 13층 한국기자협회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동백림 사건'으로 체포돼 조사받던 상황에 대해 소상히 밝혔다.

그는 "당시 한국 정부는 본인이 북한의 지령과 자금지원을 받아 간호사 파독을 성사시킨 것처럼 중상 모략해 강제 납치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구타, 물고문, 전기고문 등 온갖 고문을 견뎌야 했다"며 "이로 인해 △왼쪽 가운데 손가락 관절이 10도 가량 굽었고 △어릴 때 소아마비를 앓아 지팡이에 의지해 보행했는데 전기고문을 당한 후로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완전 보행 불구자가 됐으며 △10여 년 동안은 어두운 곳에서 사람을 만나면 공포증이 생기면서 협심증 발작을 일으켰고 △밤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수십년간 수면제를 복용했고 △3년마다 4주간 정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서독으로 돌아간 직후에도 서독과 한국의 국교 단절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자유의사에 의해 정기 항공편으로 서울에 갔다 왔고 고문 등을 전혀 없었다고 거짓 기자회견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관련된 혐의가 모두 조작된 것이었음을 드러내주는 증거로 김형욱 중정부장이 당시 자신에게 보낸 친필 서신을 공개하기도 했다.

1967년 8월 22일에 보낸 이 서신에서 김형욱 당시 중정부장은 "이 박사의 그 굳은 의지와 국가를 위하는 애국의 정은 본인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만 금번 사건 취조 당시 김00 의사의 증언에 의하면 수사의 총책임을 맡고 있는 우리로서는 부득이 소환을 하지 않을 수 없게끔 심증이 갔던 것"이라면서 소환 경위를 밝혔다. 그는 "이 박사께서도 이 점을 잘 이해하시고 또 계속적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 노력해 주시고 우리들의 정(情)에 변함없기 바란다"며 "본인의 미력이 도움이 된다면 서슴지 말고 연락해 주시길 바란다"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 이날 이수길 박사가 공개한 김형욱 중정부장의 친필서한 중 일부. ⓒ프레시안

다음은 이 박사가 공개한 김형욱 중정부장의 친필 서신 전문.

"귀임 후 여러 가지로 분망하였으리라고 믿으며 아울러 가내균안을 축원합니다. 보내주신 서한 및 좋은 자료는 감사히 받았으며 전번 이 박사의 서신을 받고 최 서기관을 통하여 회신을 보냈습니다만 받으셨는지요. 40일 간의 보수를 받지 못하셨다니 본인으로서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그리하여 본인이 최 서기관을 통하여 약소하나마 200달러를 최 서기관에게 보냈으니 촌지(寸志)로 생각하시고 소납(笑納)하시길 바랍니다.

이 박사의 그 굳은 의지와 국가를 위하는 애국의 정은 본인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만 금번 사건 취조 당시 김00 의사의 증언에 의하면 수사의 총책임을 맡고 있는 우리로서는 부득이 소환을 하지 않을 수 없게끔 심증이 갔던 것입니다. 따라서 이 박사께서도 이점을 잘 이해하시고 또 계속적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 노력해 주시고 우리들의 정(情)에 변함없기 바랍니다.

거번건(去般件)은 국가적인 중대한 사건임으로 본인도 우애문제(友愛問題)로 고심(苦心)했습니다만 사실의 입증이 중요함으로 이 박사를 소환해 사실을 해명토록 한 것입니다. 본인은 언제까지나 情이 변함없을 것을 다짐하며 본인의 미력이 도움이 된다면 서슴지 말고 연락해 주시길 바랍니다. 끝으로 이 박사의 건승과 댁내 안강을 빌며 어린이 건강을 아울러 축복합니다.

1967년 8월 22일 김형욱

"일부 언론이 '파독 간호사' 상황 왜곡 보도"

국가정보원 과거사위원회는 지난 1월 동백림 사건에 대해 6·8 부정선거 시비로 위기에 처했던 박정희 정권이 국면 전환을 위해 과장, 확대한 사건이라고 진상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이 박사는 "당시 프랑크푸르트에서 소환됐다가 혐의가 없어 귀환한 피추자 씨 등 5명에 대한 언급은 얼마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극보수 언론인 'ㅈ신문'에서는 '정부가 차관을 받기 위해 파견했다' '파독 간호사들이 시체를 닦았다' '파독 광부들을 보며 박정희 전 대통령이 눈물을 흘렸고 이를 독일 대통령이 닦아줬다'는 등 사실을 왜곡해 보도했다"며 일부 보도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보상금 전액을 한독협회와 한국기자협회에 기증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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