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지난 18일 지역민영방송 10개사가 참여하고 있는 '한국민영방송협회'(민방협회) 창립총회에서 경쟁사인 다른 언론사의 취재를 거부한 사실이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
iTV(경인방송) 미디어팀 이훈기 기자는 이날 오전 11시30분경 SBS측에 민방협회 출범을 취재하러 간다는 사실을 알리고 출범식이 열리기 10분전인 2시50분쯤 회사 취재차량 편으로 SBS에 도착했다. 이 기자는 안내데스크에서 출입증을 받고 취재장소인 회의실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기 직전 경비원들이 "위에서 전화가 왔다", "높은 곳에서 들여 보내지 말라고 했다"고 하면서 취재를 제지하고 동행한 카메라 기자의 장비를 막는 등 몸싸움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이 기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언론사가 어떻게 취재를 거부하고 방해까지 할 수 있는 것이냐'고 항의하며 책임자가 나와 해명할 것을 요구했으나 SBS측은 '(민방협회) 회의에 관련부서 사람들이 대부분 참여하고 있다'며 난색을 표명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기자는 또 SBS 노조위원장이 나와 "SBS가 취재 중이니 나중에 그 그림을 받으면 안 되겠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결국 30~40분간 경비실 직원들과 대치하다가 홍보부 직원으로부터 사과를 받기는 했으나 민방협회 설립은 결국 취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언론노조, "윤 회장은 책임을 져야 한다"**
이와 관련 전국언론노조(위원장 신학림)는 21일 성명을 통해 "백주 대낮에 한국민영방송협회라는 걸 출범시키면서 공식적인 취재진의 접근마저 거부하는 SBS의 태도는 도무지 용납할 수 없다"며 "도대체 작금의 사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윤 회장은 그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성명은 "언론노조는 SBS 윤세영 회장의 족벌세습을 저지하기 위한 투쟁주간 선포식에서조차 SBS 취재진은 물론 카메라까지 허용했었다"며 "이날 SBS와 윤 회장이 보인 취재거부는 공적기능을 수행한다는 방송사로서는 있을 수 없는 행동이다. iTV 취재진에게 거부됐던 이날 협회의 출범식은 같은 날 SBS '8시뉴스'에는 도배하다시피 반복해서 방영되는 방송 사유화의 단적인 모습까지 연출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SBS 경영정책팀 박희설 팀장은 "오해되고 과장된 부분이 무척 많이 있는 것 같다"며 "우선 민방협회 출범이 뉴스로서 밸류(가치)가 전혀 없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여기저기 문의전화는 많이 왔지만 우리가 취재를 허락하지도 않은 상태였고 딱 하나 취재 온 팀이 비도 오고 하는데 밖에 서 있는 것이 안돼 보여서 그쪽 말대로 같은 언론인이고 하니 들어와서 비나 피하라는 것이었다"며 "경인방송이 협회에서 빠진 것도 말이 많은 것 같은데 다른 뜻이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 우리와 편성이나 보도에서 큰 관련사항이 없기 때문에 빠졌고 98%의 민방이 참여한 것인데 언론들이 오해가 좀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SBS, "윤 회장은 당시에 건물에 있지도 않았다"**
박 팀장은 취재거부 이유에 대해 "우리가 내부적으로 모여서 하는 회의였기 때문에 밖에 알려지면 서로 감정이 상할 부분도 있었고 투표할 사항도 좀 있고 내부적으로 깊은 논의가 필요한 것도 있어서 그렇게 조치를 취한 것"이라며 "디지털방송 환경에 대처하기 위한 각 민방간의 협력과 장비호환 문제 등을 논의하는 순수한 모임 이었다"고 주장했다.
박 팀장은 "언론노조의 성명에는 윤세영 회장이 취재거부를 지시한 것처럼 표현하고 있으나 윤 회장은 당시에 건물(사내)에 있지도 않았다"고 해명했다.
SBS측의 주장에 대해 이훈기 iTV 기자는 "그럼 그렇게 뉴스가치가 없는 소식을 당일 저녁에 보도한 SBS는 뉴스선택에 어떤 밸류를 두고 있는 것"이냐며 "민방협회가 자신들이 주장하고 여기저기 유인물로 보낸 설립취지나 정관대로 순수한 단체라면 왜 취재를 거부했는지 기자 입장에선 더욱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한편 iTV(경인방송)의 민방협회 출범식 취재를 거부한 SBS는 이날 메인뉴스인 '8시뉴스'를 통해 민방협회 출범식을 1분35초간 방송하며 설립배경과 취지를 설명하고 "오늘 창립 총회에서 윤세영 SBS 회장은 '민영방송간의 원활한 협력을 통해 방송문화의 새 장을 열어가자'고 제의했다"고 전했다.
전체댓글 0